다시 찾고 있는 자연숭상의 “동제”
다시 찾고 있는 자연숭상의 “동제”
  • 이오호 안동시 정보통신실장
  • 승인 2009.02.09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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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오호 안동시청 정보통신실장

도산면 원천리 내살미 왕모당 동제사진

공민왕을 기억케 하는 동제

동제(洞祭)는 마을 수호신을 숭상하고 동민(洞民)들의 무병(無病)과 풍년(豊年)을 기원하기 위해 마을을 지켜주는 신(神)에게 제사를 드리는 의식을 말한다.

이처럼 마을을 지켜주는 신을 우리는 동네 동자를 써서 동신(洞神)이라 하고 지역에 따라서 서낭신 또는 성황신이라 부른다. 이러한 명칭의 차이는 신체(身體)가 나무일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나무를 뜻하는 서낭신이라 부르고, 당집을 지어서 신을 모시는 경우에는 성황당(城隍堂)이라 한다. 우리나라에 현전하고 있는 동제당의 형태는 몇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흔히 동수나무라 부르는 신목 ▴기암괴석이나 돌무더기를 쌓아 올린 누석단 ▴기와나 초가로 지은 당집에 신체를 모시고 있는 경우 ▴장승과 솟대가 결합되어 있는 형태 등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농경생활을 위주로 한 전통사회에는 마을마다 동신을 모시고 있었으며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지금도 이와 같은 골매기신을 모시는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안동 지방은 그 유풍이 더욱 두드러진 것 같다. 공민당과 관련된 제당은 전국에 약 14 개소에 이른다.

안동에 소재한 공민왕 관련 동제당은 7곳, 이 중 동제를 지내는 곳은 여섯 곳이나 된다. 안동과 고려 공민왕의 인연은 1361년부터이다. 안동은 이때 70일간 고려의 수도 역할을 담당했고, 이때의 역사가 동제에 스며 있어 항상 이때만 되면 공민왕을 기억케 한다. 동제를 지내는 동네를 찾아가 보면, 당시 공민왕의 행적이 동제에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곳곳마다 동제를 지네는 추모의 대상과 성황당 형태 그리고 제사형태도 다르다. 안동에는 추모의 대상으로 공민왕의 딸을 추모하는 당이 7개소 중 3곳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공민왕, 며느리 그리고 장군형상 순이다. 형태로는 당집(성황당)이 4개소로 많고, 웅상 나무(서낭신)가 3개소이다.

서낭당 형태는 지역마다 다양…


서낭당의 형태가 아주 다양 하듯이 각 지방의 신앙형태도 또한 다양하다. 행주산성과 왕모산성을 비교하면, 행주산성에서 아낙네들이 행주치마로 돌을 나르고 그 돌로 왜구를 물리쳤다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산성 안에 돌무더기의 서낭당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왕모산성에는 몽고병을 물리친 ‘백마탄 노장수의 넋을 기리고자’ 건립된 ‘왕모당’의 목신상이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성을 지키고 있기도 하다.

서낭당의 모습들은 자연상태로는 거칠게 쌓여있는 돌 더미들, 바람벽에 한자로 씌어져 있는 것들, 신비로운 존재가 그려져 있는 거친 그림들이 있고 또 헤어진 짚신들이나 누더기가 다된 천조각과 색이바랜 검은 머리카락의 타래 뭉치가 매달려 있는 짚으로 엮은 끈으로 되어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으며 야생 조수의 깃털도 볼 수 있다.

서낭제(동제)는 동네의 축제

현대에는 국제적인 축제가 되려면 개최 기간이 기본적으로 열흘은 넘어야 한다. 2년 연속 대한민국대표축제로 선정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또한 매년 9월말에서 10월초까지 열흘간에 걸쳐 개최되고 있다.

서낭제(洞祭 또는 堂祭)… 동네의 안녕과 복을 주는 수호신을 위한 제사(동제)는 약 보름 동안에 걸쳐 동민들의 정성을 모아 치루고 있는데, 제사(洞祭) 또한 유교적 절차에 의해 행해지고 있지만 지역마다 다소 다르다. 제사에 관한 기록은 고려사에 의하면 문종 때 처음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이 나오고, 조선시대에 와서 통합, 재배치했다는 설도 있다. 조선 중기에 이르러 관제화된 서낭당은 지방의 유력세력들이 장악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서낭제 또한 민간이 제사 지내는 곳으로 변화되어 왔다.

보통 열나흘 날이 되면 마을마다 동제 이벤트라 할까… “불꽃놀이”가 마을마다 벌어지고, 이와 때를 같이해 성황당에서는 청솔 잎을 태우며 연기를 피워 올리는 모습은 마치 변란을 당할 때의 ‘봉화대’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지금은 산림이 울창해 위험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화목중심의 농촌구도에 의한 민둥산으로 동제 참여자들의 보온을 위해 불을 놓았던 것이다.

불꽃놀이에 지친 아이들은 음복과 종이를 얻기 위해 동제가 올려지는 성황당으로 몰려간다. 음복은 가족의 건강을 위하고 종이는 학문을 위해서이다. 이렇듯 마을 주민들의 정성이 15일간 모아지는 축제,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마을의 안녕과 가정의 화목함을 기원하는 동네 축제가 바로 동제인 것이다.

다시 찾아가고 있는 “자연 숭상 自然 崇尙”의 “동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지역의 동제는 타 지역과 사뭇 다르다. 정월 열나흘이 되면 시장은 집사의 배종을 받으면서 옛 안동부安東府 자리인 현 웅부공원에 위치한 8백년 수령의 부신목府神木에 제사를 올리면서 시민들의 안녕과 국태민안을 기원하고, 같은 시간 각 마을에서는 동민들이 모여 동제가 올려진다.
특히 안동에 공민왕 관련 동제는 관내 6곳에서 올려지는데 2004년도부터 시에서는 세계역사도시에 걸 맞는 전통문화를 전승·보존해 나가고 있다.

토속 종교의 역사적 가치를 되살려 나가고 있는 동제는 마을의 역사와 생활상을 반영해 주고 있으며 자연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대표적인 민간신앙이다. 안동지방은 대부분 씨족 공동체를 중심으로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집성촌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마을 공동체는 씨족으로 혈연 공동체를 종으로 결속시키고, 동제로 자연공동체를 횡으로 결속시킨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마을은 이러한 다양한 문화적 장치를 바탕으로 독특한 문화를 창조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민간 신앙의 대상이요 가장 한국적인 것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동제’… 민초들의 마음을 결집하고 지역발전의 견인차로 삼고자 김휘동 시장은 ’99년 칼럼에서도 밝혔듯, “매월 정월 열 나흩날 자정, 마을에서 가장 청결한 인사가 마을을 대표하여 서낭당에 제사를 올리는 풍습의 유래는 지방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전통은 오늘날 자연보호의 차원을 넘어서 자연 숭상의 큰 지혜”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조상들의 허구 많은 삶의 애환과 역사를 되 짚어보면서 ‘도청이전’과 세계 속에 우뚝 솟은 ‘한국정신 문화의 수도 안동’이 있도록 800여년 동안 역사와 전통을 지켜 주신 “부신목府神木”님께 올해도 어김없이 경건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숭상崇尙의 예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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