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타도를 넘어서 사회를 재구성해야’
시민공동체의 잠재력을 믿습니다
‘옥시 타도를 넘어서 사회를 재구성해야’
시민공동체의 잠재력을 믿습니다
  • 허승규
  • 승인 2016.05.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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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허승규 (청춘안동517 공동대표)

♦ 허승규 (청춘안동517 공동대표)

2016년 5월 12일, 경북 안동 홈플러스 앞에서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 기업 옥시 상품 불매를 선언하는 안동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제가 속한 청년자립공동체 바름협동조합도 기자회견에 함께 하였습니다. 저는 지역 청년의 입장에서 발언을 요청받았고, 바름협동조합을 대표하여 발언을 하였습니다. 지면을 빌어 발언문을 재구성하였습니다.

“환경문제는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닙니다. 먹고 사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배부른 소리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숨 쉬고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미세먼지, 방사능오염,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가 발생하면 사회적 약자가 가장 크게 다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보면, 어린이, 여성, 노인들이 가장 위험합니다. 이처럼 환경문제는 중산층의 문제가 아닌, 정의, 계급, 젠더(gender, 성(性)의 영문표기, 사회문화적인 성, 여기서는 ‘성별/성차’의 측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기업과 소비자에게만, 시장의 영역, 이윤의 영역에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의 시민사회가 나섰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말고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많은 현안들이 있습니다. 영덕 핵발전소, 경주 핵폐기장, 봉화 석포 제련소, 안동 길안천 문제 등. 산업화의 상징 경상북도에는, 곳곳에 성장의 그림자 또한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입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 최고 정치지도자들의 주요 국정 과제는 경제성장입니다.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소비, 더 많은 성장을 지향합니다. 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를 향해갈 때에, 높은 자살률과 낮은 어린이 행복도가 현존하며, 세월호가 침몰하였고, 에너지 정의가 왜곡되었습니다. 성장의 이면에 사회 곳곳의 상처, 아픔, 갈등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해결은 성장이 아닌 정치입니다. 더 많은 정치와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 위만 바라보고 갈 게 아니라 곁을 보아야 합니다. 옥시 사태는 우리 사회의 거울입니다. 저는 옥시를 규탄하고 불매운동을 하여 옥시를 타도한다고 해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별 기업의 행태는 사회의 수준을 반영합니다. 옥시는 시작입니다. 옥시 타도를 넘어 사회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재구성의 방향은 성장지상주의가 아닌, 지속가능한 개인과 공동체, 생태학적 한계를 고려한 발전, 정치와 민주주의의 확대, 정의로운 전환이어야 합니다. 여기, 안동에서부터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바름협동조합은 청년자립공동체입니다. 지역에서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재미나게, 의미 있게 먹고 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합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학부생 10년차입니다. 졸업하고 고향에서 꿈을 펼치고 싶은데 주변에서 왜 이렇게 저의 생존을 걱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17만 공동체가 저 한 명을 품을 기회와 가능성이 그렇게도 없단 말입니까? 걱정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17만 공동체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습니다. 혼자서는 힘들지만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꿈이 있습니까? 시간 있습니까? 이 말은 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녹색당 신지예 후보의 발언입니다. 많은 청년들이 꿈이 있어도 마음 깊숙이 담아두곤 합니다. 꿈과 시간은 생존 걱정에 압도당합니다. 비단 청년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꿈과 시간을 포기하고 생존을 추구한다고 해서 쉽사리 살아남는 것이 아닙니다. 산다고 해도 그저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바름협동조합은 이러한 현실에 저항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만든 책임, 분명 기성세대의 잘못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성세대 탓만 하진 않겠습니다. 청년 세대의 틀에만 갇히지 않겠습니다. 저의 할머니께서 올해 아흔 살입니다. 할머니께서는 손주 걱정이 제일 큽니다. 청년 문제는 어르신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의 경험을 존중하고, 소통하며 함께 풀어가겠습니다. 청년의 입장에서, 시민의 입장에서, 지역사회의 문제에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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