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30년, 박근혜와 최순실을 넘어’
‘민주화 30년, 박근혜와 최순실을 넘어’
  • 허승규(녹색당 전국사무처)
  • 승인 2016.11.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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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동네대학 정치야 놀자 이야기
[청년칼럼] 녹색당 전국사무처 허승규

♦ 허승규 (녹색당 전국사무처)

2015년 청년자립공동체 ‘바름협동조합’이 출범하였다. 경북북부지역에서 청년 자립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시작한 바름협동조합은 ‘2015 안동시민대학’을 열고 지역 민주주의, 사회적 경제, 지방자치단체 예산 등을 주제로 강의 및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년 전, 2016년 안동시민대학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벌써 일 년!!!

나는 작년 10월 26일에 바름협동조합 조합원이 되었다. 응원만 하다가 아예 같은 배를 타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조합원이 되고 보니 청년 자립이라는 포부는 포부대로, 소수의 인원이 수많은 업무를 부담하고(과로), 불안정한 경제적 여건(빈곤)에서 고군분투하는 삶을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조합원으로써 함께 하면서 처음으로 맡은 일이 2016년 동네대학 기획이었다.

조합원들을 비롯한 ‘범바름’ 청년들, 지역 청년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정치를 만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교육, 문화는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공간을 막고 있었다. 그저 페이스북에 현실을 한탄하거나, 개인적 고민으로만 안고 있었다. 기껏해야 투표를 잘 하는 것, 괜찮은 정치인의 등장에 기대를 거는 것 정도 아닐까. 그마저도 주요 미디어에 나오는 ‘중앙정치’다. 우리는 미디어 정치의 관객에 불과할 뿐이다. 동네의 정치 이야기는 더더욱 머나먼 이야기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우리(특히 청년들)와 정치를 멀게 만든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혐오는 결코 정치랑 놀 수 있는 마음가짐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정치랑 재미나게 놀 수 있을까? 그것도 동네에서 말이다. 우리가 먹고 자고 노는 동네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역사로 이루어진 지금의 민주주의 체제와 시민권을 우리 스스로가 즐길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를 ‘쳐바를’ 필요가 있었다. ‘정치를 유예한 경제성장’으로 발전해온 한국 사회에 대한 조그만 반항이었다. 최소한의 정치적 대화조차 어색하게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우리네 학교 교육과 문화에다가 안동이라는 지역 사회의 정서가 콜라보(collaboration)되니까 '핵노답'인 것이다. 더군다나 청년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조건, 이른바 취업전선은 차분한 성찰보다 생존경쟁의 조급함으로 우리들을 내몬다. 이래저래 시민의 정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란 낱말을 우리 사회가 오염시켰다면, 우리 스스로가 새 판을 짜보자. 노답이면 우리가 답을 찾으면 된다.

일단은 관심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모아보자. 일단 조합원 8명을 깔고 시작하자. 함께 책을 읽고 수다를 나눠보자.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이런 기획에 맞는 3권의 책과 함께 다양한 지역의 청년들이 모여서 정치랑 놀아보기 시작했다. 상반기 동네대학 정치야 놀자는 괜찮은 책을 매개로 정치적 수다를 나누었다. ‘정치의 발견’,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읽었다. 총선과 같은 거국적인 주제부터, 청년 정치 담론과 같은 우리 또래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문화를 돌아보는 활동까지 일상과 생활의 정치를 다양하게 나누었다. 그렇게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는 본격적으로 동네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제 책은 그만 읽자. 3권도 힘들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다를 나누기로 하였다.

나는 서울의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였고, 올해 여름에 졸업하였다.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정치외교학과가 별로 없다. 다른 학문도 그렇겠지만, 특히 정치학의 경우 지역정치학이 취약하다. 경북 유일의 국립 종합대학교 안동대학교에도 정치학과는 없다. 지방정치, 지방정치사의 경우 지역의 행정학과에서 간혹 다루고(대부분 지역에 행정학 전공은 개설되어있다.) 언론이나 구전, 관에서 만드는 지역사 자료에 등장하는 정도이다. 하반기 동네대학 정치야놀자는 하나의 도전이자 실험이었다.

먼저 하반기 동네대학의 시작은 ‘지방의회사용설명서’였다. 지방의회가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시민들이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우수한 의정활동을 하였던 김수민 전 구미시의원을 모시고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이정희 안동MBC기자, 박명배 지역사회적경제허브센터장을 모시고 언론과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지역사회를 바라보았다. 유경상 경북인뉴스 대표와 함께 ‘현대안동정치사’라는 생소한 강의를 준비하여 지역 정치의 변화 가능성을 지역정치사를 통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여야 각각 1명의 현역 도의원과 간담회를 통해 제도정치의 현장과 지역 청년들과의 소통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여성과 지역사회’를 주제로 정순임쌤을 모시고 청년 여성들이 살기 어렵다는 고리타분한 도시를 돌아보기로 하였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 여성들의 평범한 일상을 나누는 자리이다. 이처럼 다양한 주제로 동네에서 정치랑 놀아보니 어느덧 11월이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6년 11월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시국이다. 대통령 퇴진의 여론은 거리를 뒤덮고 있다. 거대한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해체를 한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여준 지역에서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념, 지역, 세대를 넘어 국민대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대통합을 내걸었던 대통령의 공약은 임기말, 역설적으로 이루어졌다. 4년 전, 1500만 시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끝은 어떻게 될까? 광장을 뒤덮고 있는 시민들의 열망은 어떻게 이어질까? 박근혜가 물러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일까?

내년은 2017년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자, 87년 민주화 30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30년 전,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겠다고 많은 시민들이 싸웠고, 수많은 희생 끝에 ‘대통령 직선제’를 담은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과 정치 체제를 이룩하였다. 30년이 흐른 지금,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는 것만으론 채워지지 않는 민주주의와 정치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박근혜 이전에도 대통령 측근 비리는 존재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시스템의 희생양이라고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최고 권력자가 지니는 책임과 무게를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최고 권력자와 일부 측근들을 단죄하는 것만으로 우리가 바라는 정치와 민주주의를 전부 채울 수는 없다. 박근혜와 최순실뿐만 아니라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정당, 검찰, 언론, 재벌 등의 연결고리를 드러내야 한다. 제2의 박근혜, 제2의 최순실을 예방하는 시스템 개혁에 나서야 한다. 2017년이 다가온다. 지난 30년을 성찰하고 더 많은 정치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상상하고 실천해보자. 1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축제를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내일을 상상할 수 없다면 거리의 열정은 냉소와 혐오로 변할 수도 있다. 청와대 앞을 가로막는 차벽뿐만 아니라 일상과 생활의 정치로 나아가자. 경북 안동을 돌아보면 싸울 것도, 바꿀 것도 많다. 동네에서 놀아보자. 지금부터다. 동네대학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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