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복지국가의 초석, 그들을 응원합니다
[기고]복지국가의 초석, 그들을 응원합니다
  • 임기현
  • 승인 2016.12.02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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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현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장

사회복무요원 K씨의 일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의 아침,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서둘러 노인요양원으로 향한 K씨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어르신들의 생활관을 한 바퀴 돌아보는 일이다. 혹여 밤새 많이 아프셨던 어르신은 없는지 또 필요한 것은 없는지 이 방 저 방 빼꼼히 얼굴을 디밀고 반갑게 아침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동료들과 함께 현관부터 뒷마당까지 말끔히 청소를 하고 식당 주방으로 향한다. 점심식사에 사용될 신선한 채소를 다듬고 깨끗이 씻어 작은 채반에 한줌씩 담아내고 200명분의 배식을 위해 밥과 반찬도 배식대에 준비한다. 이 시간 다른 몇몇 동료들은 어르신들의 목욕보조에 여념이 없을 터이다.

어르신들의 식사가 시작되면 K씨는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거동이 어려운 분들의 식사보조를 한다. 수저를 가누기조차 어려운 어르신들은 일일이 음식을 떠서 수발을 들어야 한다. 식사가 마무리되면 엄청난 양의 식기들이 기다린다. 다들 모여 설거지 삼매경이다.

오후에는 고무공볼링, 색칠하기, 수수깡공예 등 어르신들의 프로그램 보조가 있다.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K씨도 함께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오후 4시, 다른 동료들이 저녁식사 준비에 들어가면 K씨는 물리치료실에서 어르신들의 재활치료를 보조한다. 뇌경색으로 걷기조차 힘든 어르신의 아주 조금씩 호전되는 요즘 상황이 세상 무엇보다 고마운 일이다.

퇴근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동료들과 주방 앞에 모여 주말에 있을 어린이 집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머리를 맞댄다.

K씨는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이다.

입대 전 대학에서는 산업기계공학을 공부하며 많은 청년세대가 그렇듯이 사회복지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노인요양시설에 배치되어 복무한지 벌써 1년 6개월이 되었다. 지금은 우리사회가 왜 ‘복지 복지’ 하는지 그 의미를 확실히 알 것 같다는 K사회복무요원. 그는 요즘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스스로 높아진 관심 때문에 소집해제 후 진로에 대한 고민마저 생겼다.

사회복무요원 역할과 그들에 거는 기대

앞서 소개한 K사회복무요원의 일상은 보건복지 분야에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모든 사회복무요원들의 일상과 대동소이하다. 이처럼 우리사회에는 수많은 사회복무요원 K가 활약하고 있다. 노인시설, 장애인시설, 아동시설에도 그리고 보건소와 주민센터에도 아름다운 K들이 땀 흘리며 복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언론보도을 통해 사회복무요원이 응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로 시민을 구했다거나 남모르게 선행을 베풀어 미담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가끔씩 들려온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 K의 예처럼 그들의 일상 그 자체가 봉사이고 헌신이며 미담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너무 간과하고 지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실 지금 우리사회 곳곳에는 사회복무요원, 그 훈훈한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활약이 가득한데도 말이다.

최근 수년간 전문화교육과정을 거친 사회복무요원의 등장은 보건복지 현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복지사가 아니면 할 수 없던 일들, 예컨대 중증장애인 이동보조나 프로그램보조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들도 사회복무요원들이 능숙하게 수행하고 있다. 청소와 세탁 등 고단한 일들도 사회복무요원들의 중요한 역할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이제 사회복무요원이 없는 현장은 그만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현장의 의미 있는 변화는 지난 2008년 ‘사회복무제도’ 도입의 결과일 것이다. 이 제도의 모태는 독일의 ‘민사복무제도’로 1961년 첫 시행 이래 52년간 사회서비스 영역, 특히 사회복지 분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 병역 대체복무제도이면서 독일 사회의 중요한 사회복지시스템 기능을 담당했다.

독일의 제도를 도입해 우리의 실정에 맞게 다듬은 사회복무제도, 내년이면 제도시행 10주년이 된다. 이제 우리는 이 제도 속에서 사회복지대상자들의 행복, 나아가 국민 전체의 행복을 위해 청춘을 바쳐 복무하고 있는 가슴 따뜻한 사회복무요원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응원해야 한다.

전국 각지 자신이 배치된 근무지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미래복지국가의 기틀을 담금질하고 있는 우리 사회복무요원들이 가장 목말라 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지지와 응원이다. 사회복무요원들의 역할과 임무수행 과정도 우리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져야 하겠다. 그동안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도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사회복무요원, 그들은 다름아닌 ‘대한민국 미래복지국가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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