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영원한 수도, 안동
고려의 영원한 수도, 안동
  • 권두현
  • 승인 2009.05.0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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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왕을 찾아서 (마지막)

공민왕의 왕궁 청량산

안동지역에서 공민왕을 신격으로 모시고 동제를 지내는 곳은 많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곳이 바로 청량산 인근이다. 청량산의 중앙에 있는 산성에는 공민왕당이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는 공민왕의 공주당, 내살미에는 공민왕의 어머니당, 높은데는 부인당이 있으며 정자골에는 손자, 손부 당이 있다. 동다리에는 아들당이 있다. 즉 청량산을 중심으로 공민왕 가족이 동네마다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공민왕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좌정한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이채로운 일이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기 위하여 거친 다른 지역의 경우 이러한 사례가 거의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전통사회에는 왕이 있는 곳이 수도였다. 따라서 공민왕이 안동에 있을 때 당연히 고려의 수도는 안동이었다. 그런데 청량산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는 공민왕 가족의 당을 주시할 때 공민왕이 안동을 떠난 1362년 이후에도 안동은 여전히 고려의 수도였다. 공민왕당을 위시한 그의 가족당이 청량산을 중심으로 왕궁을 형성하고 있고, 매년 정월보름을 전후하여 마을사람들과 만나왔기 때문이다.(마을 제사는 대체로 정월보름을 전후하여 진행되기에)

공민왕이 건설한 산성과 도로

청량산 지역의 공민왕 관련 흔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유적이 오마로이다. 다섯 마리의 말이 함께 지나갈 수 있다고 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이 오마로가 산성인근에 아직도 남아있다. 또한 내살미에 있는 공민왕의 어머니 당 주변에는 왕모산성이 있다. 왕모란 공민왕의 어머니를 말하며 이 산성 역시 공민왕이 만들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안동지역에는 공민왕이 축조하였다는 산성이 다수 전해온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천등산에 위치한 천등산성이다. 개목사, 봉정사 등의 명찰이 있는 이 산성은 1850m 길이에 높이 2.3m 폭 3m 정도의 규모이며 공민왕이 건축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안동시내 공민왕당 중 대표적인 당인 “여랑당”이 위치한 성곡동 뒷산 산성은 영가지에 “성황당토성”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산성 길이는 700m이며 역시 공민왕이 축조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영가지에 기록된 산성 이름이 성황당이라는 점에서 공민왕이 모셔진 성곡동 여랑당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덧붙혀 여랑당의 당신화는 공민왕이 전투에 나선 내용을 담고 있어 더욱 신비한 느낌을 전해준다.

신석마을의 산성 역시 마을에서 전해오는 공민왕 전설로 미루어보아 공민왕과 연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안동지역 산성에 전해오는 공민왕 전설은 가장 안전한 안동을 역설하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즉 홍건적을 피해 온 안동은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역으로 공민왕이 그만큼 위기 속에서 안동으로 왔고 안동부민들은 적극적으로 공민왕의 안위를 염려하였고 그 결과로 산성을 쌓았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정리하며

1361년 공민왕이 안동을 찾을 때는 겨울이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안동에 머무르다 개경으로 떠났다. 그가 떠나면서 남긴 것은 그릇과, 혁대 등 자신이 애지중지 하던 물건을 모두 안동부민들에게 선물로 주었고, 영호루(映湖樓), 안동웅부(安東雄府) 진여문(眞如門)과 같은 글씨를 남겼다. 놋다리밟기 등에 대한 전설에서 안동부민 또한 공민왕에 매우 따뜻하게 맞이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권두현 사무처장
전통사회 왕이 지역에서 한 달 이상 머문 예는 극히 드문 일이다. 이점에서 공민왕의 안동방문, 그리고 한 달 간의 안동여정은 지역민들에게 매우 큰 문화적 충격이었음이 틀림없었을 것이다. 이점은 공민왕이 안동지역 마을의 서낭당의 신격으로 자리 잡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보여 진다.

민중들에게 마을의 신격으로 모시는 것 이상으로 존경을 표현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왕이기에 인간이 아니었고, 안동부민에게 보여준 공민왕의 애정을 확인하였기에 안동지역 마을제사마다 서로 모시기를 희망하였을 것이다. 지금 공민왕은 여전히 안동지역에 그 위상을 가지고 마을마다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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