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바쳐온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억울하고 분하다
목숨 바쳐온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억울하고 분하다
  • 임기현
  • 승인 2009.08.19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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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양심되라"던 김대중 前대통령님을 보내드리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8일 오후 1시 43분, 대한민국은 다시 슬픔에 잠겼다.

고 노무현 前대통령을 보낸 지 채 석 달도 안된 마당에, 그 애통함과 그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나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우뚝 서있던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86세의 고령이긴 했지만 지금의 사회정치적 상황이 민주주의의 위기라 일컬어질 정도로 온전하지만은 않았기에 김 前대통령의 서거가 우리 국민들에게는 더 큰 슬픔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김 前대통령의 말대로 우리는 ‘완성된 것으로 착각’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의문을 재차 던지고 있는 것이리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대성통곡하던 그 분의 모습은 아직도 우리들의 가슴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노 대통령과 전생에 아마도 형제가 아니었나 싶다면서 “노 대통령은 죽어도 죽지 마시오...저승이 있다면 만나서 못 다한 많은 얘기를 나눕시다”던 서거 전 김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겨 보면 이미 무언가 당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온몸의 반쪽이 무너져 내리고 87일만에 김 前대통령도 조용히 삶의 끈을 내려 놓으셨다.

조그마한 남도의 섬,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일제강점기의 차별과 핍박을 몸으로 느꼈고, 해방 후 친미독재자의 박해와 군사독재자의 테러와 살해기도에 맞서야 했다. 투옥과 가택연금 납치와 망명을 되풀이 하며 5번이나 생사를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삶의 끝자락에서 위대한 국민의 손에 의해 결국에는 이 나라 대통령이 되셨다. 민족분단의 오랜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평양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과 6.15선언을 이끌어 냈다. 민주주의와 남북화해의 화신인 그가 바로 김대중 前대통령이다.

▲ 김대중 전대통령은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역사적인 6.15선언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이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온갖 색깔 공세 속에서도 자신의 철학과 의지를 버리지 않았기에 세계적인 존경을 받고 있는 지도자였다. 잇달아 외신들이 전하는 지구촌의 애도의 물결이 김 前대통령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클린턴 前대통령, 일본의 역대 수상 등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에서부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조전에 동참하고 있다. 북한이 조문단 파견을 결정했다는 소식에서는 김 前대통령의 남북화해를 위한 노력의 결실을 다시 보는 것 같아 송구스런 눈물이 난다.

지구촌 현대사에 큰 별이 졌다. 현실 대한민국은 이제 상당기간 커다란 정신적 부재를 감당해야 한다. 연이은 전직 두 대통령의 죽음이 그것이다. 존경받던 김수한 추기경을 보낸 것도 2009년이다. 정말 잔인한 2009년이다. 일련의 사실들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노벨평화상 수상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아니 말이 아닌 말들이 많았다. ‘돈으로 샀다’는 둥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들이 아니었다. 지금도 어떻게든 그 분의 공로를 깎아내리고 폄훼하려는 이들의 구역질나는 기도들이 있다. 조갑제씨의 논리나 김동길씨(양심을 걸고 나는 그를 교수라 칭할 수 없다)의 배설에 가까운 언행에서는 아예 악마성이 번뜩인다.

서거를 맞아 쏟아내는 말들 중에는 귀를 거스르는 대목도 많다. 과거의 행적으로 봐서는 도저히 그러면 안되는 무리들의 말이다. 한나라당이 그렇고 또 그 무리의 지도자들이 그렇고, 친일청산을 반대하던 무리들이 그렇고 ‘대북퍼주기’란 말을 함부로 들먹인 무리들이 그렇고 또한 일말의 예의도 갖추지 않고 막말을 뱉어냈던 무리들이 그렇다. 그런 이들이 김 前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한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아마도 애도가 아니라 노 前대통령의 서거정국에서 보았던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두려웠기 때문이리라. 혹자는 이를 두고 ‘노무현 학습효과’라 그들의 가증스런 정곡을 찌른다.

“우리 민주주의가 어떻게 만든 민주주의냐? 독재정권, 보수정권 50여년 끝에...이제 좀 민주주의를 해보려고 했는데 어느 새 되돌아 가고 있다. 목숨 바쳐온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으니 억울하고 분하다. 행동하는 양심 각성하는 시민이 되어야 민주주의를 살려낼 수 있다”

김 전대통령 마지막으로 우리들에게 전한 메시지다. ‘행동하는 양심’을 주문했다. 인터넷에 글을 한 주 올리는 실천에서 그도 저도 안되면 담벼락을 보고 욕이라도 하라고 했다. 울컥울컥 공감이 올라오는 말이다. 노무현 前대통령의 말씀도 새삼 떠오른다. 두 분 전직대통령께서 끝내 교감하실 모양이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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