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띄우는 국민들의 기도
한가위에 띄우는 국민들의 기도
  • 김부환
  • 승인 2009.10.05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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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환 칼럼>둥근 보름달은 반 토막인 반달 두 개가 합쳐진 것

▲영남신문 발행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올해도 여지없이 그런 한가위가 찾아왔다. 한 해 동안 쏟아 부은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실. 크든 작든 그 소박한 풍요의 결실에서 가족과 만나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덕담만 나눌 수 있는 한가한 한가위는 아닐 것 같다.

신종 플루 때문에 각종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여러 가지 타의적인 여건으로 공간이동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넉넉한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 모두가 도시에서 빠져나와 푸근하고 정겨운 고향으로 달려가 심신을 씻어내는 귀성길이 아니었던가. 올해도 그것만은 변함없으리라.

오는 10월 1일 국군의 날에는 매년 되풀이되던 시가행진마저도 신종 플루로 인해 취소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신종 플루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처럼 각종집회나 모임과 축제 등이 묶이게 되면 사람이 묶이게 된다. 사람은 돈을 지니고 다니기에 사람이 묶이면 돈이 묶이고 경제 묶이기 시작한다. 아직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어두웠던 경제터널 끝 쪽에 겨우 한 줄기 빛이라도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람들이 있는 지금, 자칫 찬물이 될 수도 있다.

한가위에는 둥근 달을 보고 간절한 소원을 빌어보는 날이기도 하다. 모든 국민들은 지금 제발 둥근 달을 보면서 기원하고 있다. 인류가 살아온 역사의 발자취에서 어떤 바이러스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듯, 신종 플루도 사라질 것임을 믿고 있다. 이왕 사라질 바이러스, 적당히 괴롭히다 일찌감치 사라지길 둥근 달 앞에서 빌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신종 플루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고 있지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굳건하고 자랑스러운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믿음이고 누구를 향한 믿음일까?

여당을 믿어서가 아니다. 야당을 믿어서도 아닐 것이다. 우리 경제의 탄탄한 기초 경제여건을 믿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이것을 경제 펀더멘털이라고 부른다. 그 펀더멘털은 여당이 만든 것도 야당이 만든 것도 아니다. 그 펀더멘털은 우리 국민 모두가 만든 것이다. 그 펀더멘털은 우리의 땀이었고 우리의 땀인 것이다. 그 펀더멘털은 우리의 노력이었고 우리의 노력인 것이다. 그 펀더멘털은 우리의 졸라맨 허리끈이었고 졸라매고 있는 오늘의 허리끈인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앞에서 진심만 말할 수 있는 오늘의 우리가 있는 한, 그리고 땀 흘릴 준비가 되어 있는 우리들이 있는 한, 우리들의 경제 펀더멘털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가위의 둥근 보름달은 저절로 된 것이 아니다. 반 토막이 된 반달 두 개가 합쳐져야 비로소 둥근달이 된다.

현 정부는 집권 초부터 지그재그 걸음마를 시작했다. 감세정책으로 기업이 잘되면 서민에게 결국 혜택이 돌아간다는 여당의 이야기도 반 토막이었다. 법인세나 소득세 등 직접세의 감세가 궁극적으로는 서민을 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결국은 반 토막이었다. 부자들을 위한 정부라는 질타를 받은 것 외에 별 얻은 것이 없는 반 토막이었다. 그러다가 서민을 위한 정부라는 슬로건을 내 걸기 시작했다. 서민들이 쉽게 믿지 않았지만, 이 슬로건도 결국 반 토막임을 신종 플루가 입증하고 있다. 신종 플루에 대처하는 정부의 기본 철학이 부끄럽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신종 플루가 끝없이 창궐해 간다면 이는 천재지변이요 국가비상사태에 준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종 플루의 진단과 치료비가 만만치 않아 서민에게 부담되는 액수라니 놀랍기만 하다. 국가가 부끄럽고 국민이 부끄러운 일이다.

정운찬 국무총리내정자가 중도를 표방하며 채비를 차리고 있다. 중도에도 진보가 있고 보수가 있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어떤 중도인지가 그다지 중요치가 않다. 많은 국민들은 반 토막이 아닌, 한가위처럼 둥근 달 같은 중도가 되기를 보름달 앞에서 기도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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