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원동력 무궁무진하다
문화와 경제의 만남, 컬쳐노믹스(Culturenomics)
미래산업 원동력 무궁무진하다
문화와 경제의 만남, 컬쳐노믹스(Culturenomics)
  • 김부환 발행인
  • 승인 2009.10.08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남>> 김준한 영상미디어센터이사장

안동 영상미디어센터 이사장 김 준한

△ 영상미디어센타 김준한 이상장은 2시간이 넘도록 경북북부지역이 가진 문화와 역사, 스토리가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디카, 캠코더, 영상기술 그리고 시민들이 북덕거리는 신개념 문화복합 공간이다. 인사를 나주자 마자 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대뜸 귀거래사를 이야기했다. ‘귀향이다. 진정한 귀향이다’라며 말문을 터트린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문이 심상치 않다. 귀향이라면 할 일을 다 하고 여생을 고향에서 조용히 보낸다는 것일 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누에가 자기 몸속에 명주실을 모두 토해내고 나방이 되듯이 이제 고향에 와서 한 마리의 나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건 필시 새로운 신호탄을 암시하는 것이리라!

과연 그랬다. 그는 고향에서 많은 것을 계획하고 많은 포부를 품고 있는, 한 마리의 나방이었다. 안동이라는 고향이 진정으로 고맙단다. 교육방송에서 기조실장, 정책실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문예콘텐츠 진흥원 전략기획단장을 끝으로 안동 영상미디어센터의 이사장으로 봉사하게 된 것도 모두 고향 덕이라고 겸허히 말한다. 그러나 일종의 콘텐츠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전문가로서 고향에서 봉사할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산업은 유형별로 그리고 주기별로 변하기 마련이다. 바이오시대에서 나노시대로 나노시대에서 컬쳐 테크놀로지 그리고 그린콘텐츠 시대로.....

인간, 환경, 자연의 공존 속에 삶의 가치와 문화가 녹아있는 ‘녹색문화’

그린콘텐츠 속에는 그린컬쳐(녹색문화)가 숨어있을 것 같아 고삐를 죄어보기로 했다. 녹색이란 그리고 녹색문화가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자연과 인간이라고 본다며 거침없이 풀어나갔다. 인간과 모든 환경이 자연과 공존하며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그린이다. 그것을 녹색으로 보는 것이고, 꼭 그 속의 문화가 전통문화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대 자연 속에 숨어있는, 공존하는 인간의 삶의 가치로 이어지는 것으로 본다.

전국에서 어디가 안동 및 예천을 비롯한 우리 경북 북부지역 같은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겠는가? 우리지역이 가진 자연 속에는 문화의 원형이 있고 역사, 그 속의 인물, 그리고 스토리가 있다. 이런 것들을 버무리는 것이 녹색문화의 핵심이라고 본다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가치를 회복시키고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결국 지역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이어간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컬쳐노믹스, 문화경제학(Culturenomics)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가치의 회복과 치유! 그렇다! 현대의 공업화는 문명의 진보와 생활의 편리성을 가져왔으나 동시에 변화의 가속성 때문에 사람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문화경제학의 창시자는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이다. 영국의 부유한 상인의 외아들로 태어난 러스킨은 영국뿐 만아니라 파리, 로마, 브뤼셀, 독일, 스위스 등지로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작품 등을 감상할 기회가 많았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길러 자연과 인간생명의 약동이 어우러진 영원한 예술문화를 보려던 러스킨은 돈이 사회를 지배하며 근면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돈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여겼다. 러스킨이 한창 여행을 즐길 당시에는 영국의 산업혁명 등 유럽이 곳곳의 도시에서는 경제적 번영이 이루어졌으나 한편으론 긴 노동과 저임금과 해고의 반복이 이루어지는 처참한 노동자의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환희’ 누구나 그러한 아름다움을 보았을 때, 그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감상하고 싶다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러스킨은 부(富)와 풍요를 구분했다. 부는 화폐적 가치에서만 찾을 수 있지만, 풍요는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파했다.

영혼을 실어야 할 고귀한 치유와 회복의 콘텐츠들....
450년의 사랑과 고택체험, 하회탈 꼭두각시 줄 인형


고용 없는 성장시대, 40대면 책상을 치우는 세대다. 전통 문화 원형을 가지고 이러한 콘텐츠 로드를 갈고 닦을 때 전국적으로 그리고 세계적으로 치유와 회복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안동으로 모여 들 것이다. 이것을 만들자. 안동이 글로벌 버전이라는 것을 이 시점에서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해야 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숭고한 영혼과 정신을 팔아야 한다. 치유와 회복의 콘텐츠. 죽은 남편을 향한 열열하고 애절한 사랑의 편지, 원이엄마의 애통한 450년 전의 사부곡 등이 이혼을 쉽게 생각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대표적 치유와 회복의 콘텐츠가 아닌가! 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의 기부문화를 말하는 필란스로피(Philanthropy)는 인류를 사랑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그 사랑에는 인류를 받드는 공경심이 깔려있다. 공경 그것은 경이다. 지고지순한 경, 그것은 사랑이기도 하다. 안동 군자마을에서 공영되고 있는 국악 스토리텔링 실경 뮤지컬<450년의 사랑>역시 퇴계선생과 두향사이의 사랑이자 결국은 경인 것이다. 공연자와 관객이 한 몸이 되어 시대를 초월하고 세대를 초월하는 전설적인 사랑의 영혼에 함몰되어 보는 것도 안동이란 지역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영혼과 정신 그리고 자연을 결합시키는 문화상품의 가능성은 안동전역 지천에 깔려있다고 한다. 고택체험도 예외가 아니지만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관처럼 숙박만 하는 것은 곤란하다. 더욱 차별화시고 희소성을 살리면서 끝없이 고급화 시켜야한다는 것. 종부 종손들이 음식상을 나르는 대신 예의범절을 팔고 사람 사는 도리, 정신문화를 팔아야 한다는 것. 화회마을 북촌 댁 화경당이 이처럼 고급화전략에 나서고 있다.

줄 인형 놀이도 마찬가지다. 임청각에서 벌어지는 ‘양반님의 생일잔치’에 등장하는 놀이로 문화콘텐츠이자 아이들의 인성을 길러주는 교육콘텐츠이기도하다. 여기에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어가는 ‘하회탈 꼭두각시 줄 인형’이 등장한다. 초롱초롱 재미에 빠지는 아이들도 있지만 가끔은 하품하는 아이들도 있게 마련이다. 콘텐츠의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날카롭다. 다음과 같은 부분이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지금 이 자리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농암 이현보 선생 종손 어른께서 공부하던 자리야! 농암선생이 형제간의 우애를 위해 70노후에도 불구하고 아버님 생일잔치에 형제들이 함께 모여 때때옷을 입고 아버님을 즐겁게 했다는 얘기. 그래서 때때옷 선비라고 불려 진다는 얘기를 들으면 인형극을 듣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것. 이것이야 말로 형제간의 우애와 부모에 대한 효심이 절묘하게 융합되는 스토리텔링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화가 융합된 문화 비즈니스, 안동 간 고등어

이처럼 마음과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이 문화이기도 하다. 아무리 고급품이라도 문화가 없으면 물건일 뿐이다. 단순한 물건은 부(富)를 가져올 수 있지만, 풍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문화경제학에서 언급되는 풍요를 창조하는 미래의 문화 비즈니스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화적인 스토리텔링이 존재해야 한다.

이 기업이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엑설런트한 제품이미지를 심기위해 기업이미지 부각전략(Corporate identity)을 중시하는 경영을 끓임 없이 갈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지역의 ‘안동 간 고등어’가 좋은 예가된다. 전국적인 브랜드를 넘어 글로벌로 뻗어가는 데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화가 융합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동에서 80km 떨어진 고등어가 잡히는 바닷가 영덕. 느린 지게 짐이나 달구지발걸음 시절. 영덕에서 고등어를 싣고 느린 걸음으로 중간에 점심을 먹고 열심히 걸어보지만, 해가 지고 땅거미가 덮칠 때 쯤 도착하는 곳이 바로 임동장터. 육신은 피곤하고 아직 안동까지는 20km가 남아있는 거리. 생선을 오래보관 하기 위해 내장을 깨끗이 제거하고 맑은 물에 씻어 소금을 뿌려 하루를 재우는 염장법. 안동 특유의 맑은 공기와 건조한 기후는 차분한 숙성의 천혜적인 조건이 된다. 안동의 자연조건이 아니면 그런 맛을 낼 수 없다. 안동이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었다는 얘기다.

임동의 고등어 시장을 이름 하여 불리는 ‘챗거리 장터’. 장터는 우리의 이웃들이 다함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근심을 나누던 작은 광장이다. ‘챗거리 장터’에서 염장된 고등어들은 지역 곳곳으로 넉넉한 인심과 함께 정겨운 밥상을 위해 또 다른 여정을 시작했던 곳이다. 오늘날 전국방방곳곳에서, 세계어디에서나 약방의 감초처럼 밥상에서는 빠지지 않은 간 고등어가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단순한 소비여서도 안 될 것이다. 한반도만의 푸르고 청정한 삼면 바다의 이미지를 안동 간 고등어가 더욱 더 풍성히 실고 실어 밥상으로 올라야 할 것이다.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만나 고향에서 한 마리의 나방이 되고 싶다는 그와 나눈 이야기를 여기서 모두 쓰기엔 지면이 부족하다. 그는 내년 세계유교문화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신 도청과 함께 유교 관광단지가 제대로 형성되고 세계 문화 축전 열리게 되면 ‘천천천’이 된다고 했다. 몇 년 안에 고정 관광객 천만 목표, 경제 개발 효과 천억, 일자리 창출 천명. 이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는 그는 이제 새롭게 태어나는 영남신문이 한 몫을 해 달라는 여유 있는 조크를 던지기도 했다. 그럴 것이다. 전통과 보존, 문화와 철학 그리고 자연이 융합되어 미래로 세계로 뻗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지역의 컬쳐노믹스. 문화경제학을 앞에 놓고 우리들의 만남은 마지막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 될 것만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