奉仕하는 젊은이들, 여러분이 孔子님입니다
奉仕하는 젊은이들, 여러분이 孔子님입니다
  • 임기현
  • 승인 2009.11.10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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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또 바뀌고 있다. 잔인한 사월과 오월의 상흔이 희미해지고 숨 막히던 여름의 희망과 설렘이 가을 낙엽으로 지는가 싶더니 이내 찬바람이 메마른 가지를 흔들어 댄다. 곧 겨울이 올 터이다.

지난 겨울, 우리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에서 직무교육을 마친 지역의 사회복무요원들이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꾸린 자원봉사동아리 활동에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동아리 이름은 ‘행복한 동행’. 유난히 추웠던 토요일 오후, 대구 남산동 비탈길로 리어카를 밀며 한참을 올라갔었다. 리어카에는 연탄이 백장, 빨간 사과가 한 봉지 실렸다.

홀로 사는 칠순의 할머니를 찾아가던 길. 어두컴컴한 광에 연탄을 채워놓고 양지 바른 처마 밑에 앉아 할머니의 손을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또 들릴께요’ 짧은 인사로 좁은 언덕길을 내려왔던 회원들. 거기까지가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두였다.

아마 올 겨울에도 그들은 할머니를 찾으리라. 연탄 백장에 단돈 사만원 남짓이니 한 사람이 오천원의 용돈을 털면 될 일이다. 백장의 연탄은 할머니가 한 달 보름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양이다. 어느 개그맨의 말처럼 ‘참- 쉽다’. 아동시설을 방문하면 더 쉽다. 오후 내내 함께 부대끼며 놀면 된다. 말 안듣는 녀석은 가끔 사랑의 꿀밤을 주어도 되고 개구쟁이들과는 레슬링을 하면 된다. 무료급식소 봉사활동도 어렵지 않다. 한 두어 시간 열심히 설거지나 배식봉사를 하면 된다. 주5일 근무로 병역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여자친구와의 만남일랑 잠시 보류하고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내면 될 일이다. 참 쉬운 일이다. 그런데 과연 쉬운 일일까?

스승의 원대한 포부를 묻는 제자에게 孔子께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老者安之하고 朋友信之하며 少者懷之니라” 즉, 노인을 편안케 하고 벗은 믿음으로 대하며 어린 사람들은 사랑으로 감싸주는 것이 공자가 세상을 사는 이유이자 목적이란 얘기다. 국가를 다스리는 治國도 아니고 천하를 구하는 平天下도 아닌 그저 노인을 잘 보살피고 친구와 신의를 지키고 아이들을 감싸주는 세상을 이루는 것이 공자의 포부였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가진 것 없고 힘 없는 노인들이 소외되지 않는 사회가 그리고 최소한의 도리와 의리를 지키는 사회가 또한 어린 학생들과 청년들이 충분히 보호되는 사회가 바로 공자가 꿈꾸는 사회일 것이다. 이를 지금의 표현으로 하자면 ‘복지사회’가 아닐까 싶다.

▲임기현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장
우리사회의 모습 속에 투영해 보자면, 노인복지정책이 바로서고 그 시행에 인색하지 않고, 청소년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우선 생각하는 교육이 자리 잡으며, 정치인이든 지식인이든 국민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지키고 서로가 믿을 만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자꾸만 소외된 노인들의 지친 모습과 입시경쟁에 찌든 창백한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이전투구하는 정치인의 추한 상(象)들이 먼저 우리들의 거울 속으로 비추어 지는 것인가.

넉넉지 않은 이들에겐 더욱 추운 겨울의 문턱이다. 새삼 자원봉사활동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복무요원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연탄을 싣고 언덕을 오르며 ‘노자안지’를 실천하고 어린이 시설을 찾아 소외된 아이들과 함께 토요일 오후를 보내며 ‘소자회지’를 실천하는 그들이다. 그리고 항상 무엇을 할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토론하는 회원들간 돈독한 일상들에서 또 ‘붕우신지’를 본다. 감히 이 젊은이들을 나는 ‘공자’라 부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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