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지역 판사들의 울림과 공명은 무엇인가’
‘안동지역 판사들의 울림과 공명은 무엇인가’
  • 유경상
  • 승인 2018.11.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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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상의 경북의 오늘] 사법부 사상 초유의 내부 개혁운동을 촉발시켰다
"안동지원 6명 판사들의 조용하면서도 결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경북인뉴스 발행인 유경상
경북인뉴스 발행인 유경상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9일 ‘재판독립 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에서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하여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자문을 해 주거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하여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한 것 등은 징계 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되어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들으며 변방의 한 지역에 불과한 ‘안동’에 살면서도 가끔은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청천벽력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변방에서 우짖는 새소리에 그칠 수도 있지만 때때로 세상의 변화를 촉발시켜내는 시발점이 된다는 측면에서 의미심장하다.

지난 11월9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6명의 목소리가 12일 탄핵 안건으로 상정되었고 드디어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수용을 한 것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105명이 표결에 참가해 53명 찬성과 43명 반대, 9명 기권으로 1명 차이로 통과되는 극적인 결과를 바라보며 아이러니를 느끼기도 한다.

지난 13일 안동 출신 민속학자 임재해 전 교수가 SNS에 ‘유림보다 나은 안동판사’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었다. 임재해는 “온 국민이 촛불시위로 들끓고 이웃 유림들이 시국을 걱정하는 상소문을 올려도, 선조들의 만인상소 자랑하는 데만 골몰할 뿐 현실문제에는 늘 묵비권을 행사할 따름이다”며 비판했다. 토박이 유림보다 객지에서 온 법관들이 더 유림다운 지조와 결기를 보였다고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잠시 보직을 맡아 안동에서 근무 중인, 법과 양심에 충실한 법관들이겠구나 하고 무심히 보아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결의가 열흘 만에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통과해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있는 부정혐의 법관들에 대한 인적청산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렇게 어디에 서 있든 크던 작던 우리는 한국사회의 큰 격랑 위에서 스스로의 윤리와 양심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을 이웃으로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의 국민이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구성이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고, 민변을 중심으로 구성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 시국회의’에서는 권순일 대법관 등 6명의 탄핵소추 명단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사법농단 연루 의혹 대상자들이 고법·지법부장 판사 5명을 비롯해 60여 명을 넘어선다고 말하고 있다.

민변에서는 ‘법원이 자체 조사한 3차 조사보고서와 각종 문건들, 검찰의 수사결과만으로도 법관 6명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이 갖춰진 만큼 국회가 우선적으로 이들에 대해 탄핵소추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공개 제안하기도 했다.

2년 가까이 조사와 수사가 반복되면서 국민적 불신이 높아만 가고 있는 가운데 안동지원 소속 판사 6명의 선도적인 자정 노력은 현 시국에서 너무나 큰 용기 있는 행위로 평가받을 자격이 충분하고도 넘친다. 늦었지만 이들의 신뢰회복을 위한 엄중한 인식과 성찰어린 노력이 사법부의 정상화에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판사 탄핵소추안이 상정되고, 과반수가 찬성해야 가결이 된다. 또한 탄핵안이 의결되어도 헌법재판소로 넘어가서 9명 중 6명 이상 찬성이 되어야 최종 결정이 나는 등의 여러 가지 정치적 법적 절차가 남아 있다. 그리고 사법부 내부의 찬반 갈등이 후유증을 동반하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처럼 사법부 사상 초유의 개혁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탄핵을 받은 이후 각계각층에서 적폐청산의 흐름이 거세게 흐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사법부 내의 사법농단 사건이 자각과 자성을 시작으로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되었다. 변방에서 우짖는 새들의 맑은 목소리가 청아한 초겨울의 기운으로 넘실댈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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