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콘텐츠에 대한 시대적 범위를 확장하자
로컬 콘텐츠에 대한 시대적 범위를 확장하자
  • 유경상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19.08.2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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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창고, 세 번째 문을 열면서
유경상 (사단법인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이사장)
유경상 (사단법인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이사장)

10여 년 전 지역 모 작가와 대화 중, 소재 발굴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천착(穿鑿)해야 할 시대적 소재를 지금부턴 고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근대 전후시기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상북도 지역사회는 웬일인지 조선시대에 몰두하는 경향이 짙다. 겉보기엔 몰두하다 못해 갇혀있는 듯 보였다.

21세기 세상은 글로벌(global)을 외칠 수밖에 없는 세계경제체제에 강제 편입돼 있고 이에 지방에서는 로컬(local)을 합성시킨 글로컬(glocal)로 대응논리를 찾고 있다. 지속가능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 지속가능 지역사회(sustainable communities), 지속가능도시(sustainable cities) 등에 대한 개념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장소, 공동체, 생활양식을 형성하는데서 지방정부의 임무와 기능은 낡은 접근을 넘어서서 재정의해야 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못해 대단한 잠재력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해결책보다는 문제점에 더 주목하지만, 긍정적 사례를 보며 혁신과 영감을 찾아야 할 때다.

이에 역사 속에서 배우고 발굴해 내는 지역정체성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미래사회를 위한 더 다양한 나침반을 창조해 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더 멀리(고려), 더 가까이(근대)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고려와 근대를 포용하려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근대 전후시기에 대한 지역사회의 콘텐츠 발굴이 가시화된 사례로는 두 가지가 눈에 띄고 있다.

라디오드라마 <임청각>이다. 안동MBC가 자체 역량(기획/정윤호 국장, 극본/강신우 작가, 연출/강병규 PD)으로 선보인 <임청각>은 총 50부작으로 제작되어 큰 관심과 함께 근대적 지역정체성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감당해냈다. 4월8일부터 6월14일까지 매회 10분 동안 송출된 이 드라마는 500분 분량으로서 청소년교육 콘텐츠로도 충분히 차고 넘친다.

또하나는 7월12일 발간된 고은주 장편소설 <그남자 264>이다. 작가는 ‘항일 비밀결사 대원답게 육사의 독립 운동 행적은 명확히 남아 있지 않았다. 문필활동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서 역사와 허구, 삶과 문학, 현실과 소설의 경계에서 자주 길을 잃곤 했다’고 말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다운 삶과 자기희생, 기억과 기록의 의미, 그 누구도 움직일 수 없는 마음에 관해서까지 함께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놨다.

최근에 몇 번 만났던 정연상 교수(안동대 건축공학과)는 ‘조선시대 이후 근대시기 건축문화유산에 대한 발굴조사와 활용방안과 함께, 안동의 시간과 공기를 담아 낼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동 생활 11년째를 맞이한 경계인의 시각이 더 객관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말로만 지역을 이야기하고, 문화관광과 로컬 콘텐츠를 부르짖는 경향에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봐야 한다.

올해 세 번째 실시한 옛사진공모전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무려 1천400여 점이 쏟아졌다. 여기저기에서 옛사진 협조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방송, 신문, 출판, 문화예술단체가 자료와 콘텐츠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90년 세월을 품은 안동기차역이 2021년 전후 이전할 예정이다. 안동역은 근대시기 안동시가지 형성의 중심축이었고, 바깥세상으로 소통하는 유일한 출입구였다. 철도국 시절에 대한 자부심과 추억에서부터 안동역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를 기록지로 담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쉽지만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전국에 수많은 기차역이 있지만 기록화사업을 실시한 사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멀지 않아 안동역은 옮겨갈 지라도 한 권의 기록지로 살아 숨 쉴 수 있는 게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길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이 본격적으로 시·군 단위 설립에 나서게 되었다. 7월12일 상주기록문화연구원이 먼저 출범했다. 상주지역 민간기록물 수집과 아카이브화에 시동이 걸렸다. 몇몇 시·군 단위 활동가들도 연말까지 지회 설립을 서두를 것이다. 안동, 상주에 이어 남은 21개 시·군 지회가 설립되어 활동이 네트워크로 구축될 때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의 1차 전략은 완성하게 된다.

민간기록물 수집 및 아카이브화 사업 경험이 축적되면서 깨닫는 것 중 하나는 ‘홀로 빛날 수 없다’는 점이다. 수집된 기억·기록은 원도심활성화를 포함한 도시재생, 축제관광, 문화콘텐츠사업과 융복합화 할수록 역할이 극대화된다.

올해 가을에는 그동안 수집한 원도심 관련 사진기록으로 거리전시를 겸한 ‘원도심 골목기록대잔치’를 개최한다. 웅부공원과 인근 골목길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기록사진 전시회, 옛 사진을 포함한 기록물 기증부스, 포토존 등을 운영한다. 안동의 7080 시절을 담아내는 콘서트도 연다. 원도심 골목기록대잔치가 작지만 생활밀착형 기록축제로 성장해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록화사업의 일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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