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시민, 우리들 이야기를 시작할 때다'
'상주, 시민, 우리들 이야기를 시작할 때다'
  • 정순임(상주기록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9.09.0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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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상주지역 발자욱 찾고, 모으고, 기록해야

[기고문] 정순임(상주기록문화연구원장)
정순임(상주기록문화연구원 원장)
정순임(상주기록문화연구원 원장)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경상북도라는 지명은 경주와 상주 두 도시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현대 이전 우리 역사에서 상주가 역사와 문화, 정치와 교통, 여러 면에서 중요한 도시였다는 의미였지요. 그러나 이제 그 화려했던 영광은 고서적 어딘가에서 곰팡이와 함께 잠들어 있고, 도시는 태어날 아이들을 찾아 배냇저고리와 양육비를 챙겨들고 먼 길을 헤매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상주시는 1,253㎢의 면적에 24개 읍면동, 508개 통리, 2,174개 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995년 상주군과의 통합으로 시의 인구는 13만 5,980명으로 증가했으나 이후 인구 감소세가 계속되어 2018년 말에는 10만 297명으로 줄어들었고, 2019년 6월 기준으로는 99,767명입니다. 상주 인구를 10세 단위로 분류해 보면 경상북도 상주시 전체인구 중 30세까지의 인구는 22,707명으로 22.76% 정도에 그치고 60세 까지 인구를 합해도 절반에 미치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미래에 도시가 존재하느냐 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다시 사람들이 살러 오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시 아이들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골목을 거닐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 문화가 수도권에 집중된 기형적 구조를 막고 진정한 지방 분권을 만들어 내는 일, 농업 도시인 상주에서, 시민들이 농사 지어 자식들 공부 시키고, 밥 먹고 살면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것과 함께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오늘 상주를 사는 시민들이 살아온 발자욱을 찾고, 모으고, 기록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내일 우리들 삶이 가야할 길을 만드는 일입니다. 일제 강점기로 인해 억지로 갑작스럽게 맞은 근대, 청산하지 못하고 휩쓸려 든 현대, 그 혼란한 세월을 온 몸으로 부딪혀 살아냈던 근현대 100년 시민들의 역사를 이제는 기록해야 합니다. 이사 몇 번 다니면 사라져 버리고 마는 가족사진, 할아버지께서 꼼꼼히 정리해 두신 가족 대소사 일지, 어머니가 눈물로 적어 놓은 일기장, 모깃불 피워 둔 안마당 평상 위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까지,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앨범이 없어지기 전에, 기록물이 쓰레기와 함께 하적장에 실려 가기 전에 상주 사람들이 살았고 살아갈 이야기들을 모아야 합니다.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우린 가끔 ‘진짜 돈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에 빠지곤 합니다. 인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계륵”같은 것이니까요. 돈은 중요합니다. 없으면 살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사람들은 돈을 따라 움직일 때 ‘행복하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비에 맞은 신발을 아궁이 불에 말려 주시던 손이라든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스물 댓 번 하고 서쪽 하늘이 붉을대로 붉었을 때 밥먹으라 부르던 목소리라든지, 무심하게 밀쳐둔 사이 사라지고 있는 기록물들 속에 우리가 이어가야 할 행복이 있습니다.

돌아와 살고 싶은 도시,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그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골목과 들판들, 그런 상주를 만들기 위해서 돈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시민들이 잘 사는 상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시 정부에서 해 왔고, 앞으로 더 많이 애써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시작해야 하는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은 시민들 스스로 우리 삶의 역사를 찾아내 보관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발판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이제 상주, 그리고 시민, 우리들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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