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없는 세상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
성폭력 없는 세상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
  • 윤정숙
  • 승인 2010.04.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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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숙 경북여성통합상담소장
얼마 전 어느 대학에서 성폭력과 관련하여 강의를 하였다. 강의가 끝난 후 한 교육생이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인데 자녀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시켜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질문을 하였다.

나또한 딸을 키우는 엄마로써 아동에 대한 성폭력 사건들과 상담소에 걸려오는 상담전화를 받을 때 마다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리기가 참 어렵다.

그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경북여성통합상담소는 2000년부터 성교육강사를 양성하여 학교에 성교육을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교육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문제이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교육은 일회적이거나 형식적인 선에서 학교교사의 재량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유치원에서 받는 성교육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단순히 아이들로 하여금 ‘안되요’ ‘싫어요’라고 교육하는 것만으로는 아동의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하다.

늦은 밤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하고, 낯선 사람을 따라가서는 안된다며, 집에 혼자 있을 때 누가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도록 하는 교육은 성폭력이 일어나는 맥락 보다는 성폭력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게 함으로써 성폭력이 발생하는 한국사회의 구조에 문제제기 할 힘을 갖지 못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조△△ 사건에 12년이 선고되어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하였다. 12년 형을 내린 판사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한국사회 법이 가진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성폭력 법에 대한 유기징역의 상한이 15년 형인데다가 감형제도가 있어 가해자 조△△이 음주로 인한 우발적 사고 즉 심신미약의 상황에서 저질러진 범죄라고 하여 감형을 하게 된 것이다.

현재 성폭력 사건에서 감형사유는 우발적인 성충동이었는지, 가해자가 음주를 하였는지, 피해자와의 합의서가 제출 되었는지, 가해자가 초범인지, 가해자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고려하여 감형을 해준다고 한다. 이러한 사유로 인하여 재판과정에서는 가해자를 변호하는 사람들이 계획적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우발성을 강조하고 음주한 부분에 대해 크게 부각시켜 변호하고 있다.

이러한 법의 한계는 감형제도 뿐만 아니라 5대 강력범죄 중 하나인 성폭력범죄에 대해 친고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이다.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친고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결심하느냐에 따라 사건이 되기도 사건화 되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성폭력 고소율은 7.1%에 그치는 것이 이러한 친고죄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관련 범죄는 친고죄인 성폭력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공소를 제기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법은 아동청소년보호법에 비친고죄를 명시하는 것이긴 하지만 단서 조항이 붙음으로 인하여 다시 친고죄가 되어 버렸다. 단소 조항에 [다만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다. 이러한 친고죄는 피해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더 많이 가해지는 부분이라 신고과정에서 제2의 제3의 피해를 입고 있다.

성폭력사건이 이 사회에서 조금씩 사라지게 하려면 여러 가지 제도적 보안들이 필요하다. 교육현장에서는 대상에 맞는 성교육과 평화심성훈련이 일상화 되어야 하며, 법의 현장에서는 피해자들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교육받은 전담수사기관이 생기게 해야 하며, 친고죄의 부분도 비친고죄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성범죄자들이 재범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교육들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대형사건들이 터지면 검증되지 않는 법들을 제정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성평등 관점을 가진 종합적인 대책들이 생겨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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