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 과연 블루오션인가?
농촌이 과연 블루오션인가?
  • 김영태
  • 승인 2010.04.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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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이 화두다.

 

상주귀농귀촌정보센터장

2000년대 후반부터 귀농귀촌에 대한 도시민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정부의 귀농귀촌 대책 발표로 귀농가구에 대한 지원이 대폭 늘어 나면서 도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각 지자체들이 시군통합 등과 맞물려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귀농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도 한몫 하고 있다.

귀농은 도시의 경쟁적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고 싶은 도시민들에게 꽤나 매력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애초에는 귀농을 희망하는 연령대가 직장에서 구조조정의 압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4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직업과 연령이 다양한 계층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삶의 방식을 변경하고자 하는 욕구가 사회 각층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귀농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섣불리 귀농을 선택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한 사람들 대부분은 농촌을 블루오션으로 생각하고 농촌에 가서 억대농부 즉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귀농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라. 도시에서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얘기가 일반화 돼 있지만 도시민 모두가 돈을 많이 번 것은 아니지 않는가? 되레 도시민 대다수는 서민이거나 서민층 이하 사람들인 것처럼 시골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농촌에서 돈을 벌기는 도시보다 훨씬 어렵다.

정부에서도 소위 ‘억대농부’를 육성하기 위해서 그런 사람들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억대농부는 100명에 한 명 나올까 말까다. 100분의 1의 확률을 위해 귀농을 선택한다거나 귀농을 권장한다는 것은 참으로 웃기는 일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억대농부는 한 마을의 자원을 독점해야만 가능하다. 귀농인 한 사람이 마을의 자원을 독점할 수 있도록 기존 마을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다 내 놓는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공동체를 깨뜨리는 일이므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귀농에 실패하는 또 한 부류는 농촌에서의 삶이 도시에서보다 더 편안할 것이라는 환상을 품고 귀농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60세 전후의 은퇴귀농자들이 재산이나 기반을 가지고 소득에 대한 욕심 없이 전원생활에 가까운 노후를 즐기고 싶다면 상관없겠지만 40대전후의 젊은 귀농자들은 고생할 각오를 해야한다.

40년 가까이 다른 일을 하다가 농촌일을 시작할려고 하면 당연히 힘들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농촌사람들은 꽤나 폐쇄적이며 이런저런 간섭도 많다. 농촌사회에 적응하겠다는 굳은 각오가 없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그럼 귀농에 성공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무엇보다도 ‘욕심을 줄여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농촌은 파이가 적다. 도시에서 한 달에 500만원 이상 벌던 사람도 시골에 오면 한 달에 채 50만원도 못 벌 수 있다. 삶의 태도, 삶의 패턴, 소비 형태를 바꾸지 않으면 견뎌내기 힘들다. 그런데 이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그래서 귀농이 힘든 법이다. 일단 귀농할려는 마음이 있으면 ‘생태귀농학교’ 같은 곳에 가서 귀농교육도 받고 귀농하고자 하는 지역에 가서 몇 달이라도 머물러 보기를 적극 권한다.

또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말은 기본 자산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차라리 돈을 갖고 귀농하는 사람들이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몇 억씩 가지고 시골로 내려가서는 덜컥 땅부터 샀는데 알고 보니 길도 없는 맹지이거나 문제가 있는 땅이어서 다시 팔지도 못하고 빈털터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좋은 땅은 이미 시골사람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매물로 나오지 않는 법이다. 쓸모없는 땅들만 귀농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땅을 사면 반드시 실패한다. 조심해야 한다. 땅에 대해 욕심을 내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다 보면 노령자 중에서 “내 땅을 아무한테나 주는 것 보다는 자네 한테 주는게 낫겠네” 하면서 싼값에 사라고 제안하는 땅이 있기 마련이다. 당장 살 돈이 없으면 농사 지으면서 천천히 갚아도 되는 땅이다. 그런 땅이 좋은 땅이다.

마지막으로 귀농을 하고 싶은 사람은 교육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 내 자식을 서울의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사람은 귀농은 어렵다. 스스로 시골의 교육문제 해소에 참여하겠다는 각오가 있으면 가장 좋다.

요즘은 농촌지역도 대안교육에 대한 운동이 상당히 많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귀농자들이 시골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해서 학교를 바꿔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귀농인들이 중심이 돼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한다든지 하면 시골의 교육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들 도시에서 전문적인 일들을 하다 오신 분들이라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식을 공부로 승부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농사꾼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면 더 좋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는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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