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촌스러운 안동터미널이다^^
그래! 촌스러운 안동터미널이다^^
  • 김조규
  • 승인 2010.04.21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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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규 사진작가
낡고 사라져가는 시설물은 사진을 담는 사람에게 좋은 소재거리 중 하나이다. 이제는 안동시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교통 혼잡시설로 치부되고 있는 '안동시외버스터미널'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간단하게 챙겨 찾아 보았다.

초입부터 비춰지는 이미지나 외지인들이 흔히 내 뱉는 말 그대로 참 촌스러운 모습이다. 외지의 친구녀석들이 '촌스럽다'를 연발하면 '곧 이전한다. 이제 쎄거된다 외그노~~'로 면피해보기는 하지만 사실 촌스럽긴 정말 촌스럽다. 그도 그럴것이 1971년에 만들어져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수많은 차와 사람들을 뱉어내고 받아들였으니 얼마나 많이 헐고 닳았겠는가.

우거지 된장국 같은 촌스러움

필자는 '촌스럽다'는 말을 '우거지 된장국' 같다로 표현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편한 음식인 '우거지된장국'처럼 낡고 닳은 터미널은 우리에게 참 편안함을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른 터미널처럼 계단을 쌓아 턱을 도도하게 치켜들지도 않았고 장애우들을 배려한다고 좌우측으로 길을 뱅글뱅글 꼬아 임내만 내지 않았다. 터미널은 손님들과 같은 높이로 편하게 들어오시게끔 되어 있다.

터미널 정면입구 행단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더 웃긴다. 사람들은 신호를 대충 지키는듯 마는듯 넘나들고 있고 일반 승용차도 터미널 내로 슬쩍 진입해 힐끔 쳐다보고 나가곤 한다. 이런 것들을 경찰들이 째려보며 레이저를 날리지 않는다. 그저 '왔니껴? 가니껴?'하는 맘으로 대해주고 대충 대충 그렇게 묻어가는 곳이 '안동터미널'인 것이다.

한끼 식사 가능한 셋트메뉴가 3천원이라고 뚱뚱한 연기자를 내세워 광고해대는 인스턴트 매장은 우거지 된장국 같은 '안동터미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많은 것은 없으되 있는척은 하지 않는 곳이 또 '안동터미널'이 아니겠는가.

이쯤에서 독자들이 이럴지도 모른다 '에이.. 애써 촌스러운걸 구수하게 만드는거 아냐??' 아니다. 아닌 이유가 사람냄새가 아주 잘 나기 때문이다. 승차장과 인도는 철봉 하나로 간단하게 가려져 있어 배웅하기에 참 편함이 있고 가게 아줌마를 향해 '커피 한잔주소~'하면 즉시 배달도 된다. '지포주소~' 해봐라 '기다리세이~' 하고 금방 가져다주는 이곳이 얼마나 정감이 있는가 말이다. 다른 터미널에서는 눈 닦고 쳐다봐도 이런 모습 볼 수가 없다. 이게 '구수하지 아니한가? 아님 말고^^'

터미널 이곳저곳을 살피니 터줏대감처럼 '안동간고등어' 포장지들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대합실 바깥 가게에는 '간고등어' 포장지와 '안동소주'를 무더기로 쌓아놓았다. 24시 편의점에서 파는 날씬하고 깨끗한 척 하는 물건은 별로 없다. 하지만 화장실에는 친절하게도 영어 안내까지 있으니 역시나 인심후한 안동이다^^.

승차장에서 철봉 넘어 가게를 보면 오뎅이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기사아저씨들의 주린 배를 유혹하고 피로는 약국이 아니라 요기서 푸라며 박카스가 방긋방긋 웃으며 도열하고 있다. 차암~ 인간적이지 않나? 다른 터미널에서는 이런 모습 찾아볼 수가 없다. 자신 있는 사람 어디 사진 담아서 올려보기 바란다. 50원 준다^^

사람냄새 그윽한 아주머니와의 만남

터미널 정비창에서 근무하는 친구녀석을 찾았다. 친구를 따라 들어간 정비창에는 온 몸에 검은 기름을 고르게 바른 작은 개 한마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필자를 쳐다본다. 저 녀석이 여기서 숙식하는 건 분명하였다. 정비창을 몇 장 담고서는 친구녀석을 꼬드겨 이곳 사람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졸라 '남정화'씨를 소개 받았다.

승차장 바깥쪽 가게 중 중간에서 장사를 하시는 '남정화'씨가 가게를 맡은 지는 20여년이 되었다 한다. 젊은 나이에 신랑을 떠나보내고 아들 둘을 키우며 지내온 세월에 많은 사연들이 묻어 있었다. 올해 안에 터미널이 이전되면 장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한다. 새롭게 열리는 크고 좋은 터미널의 상점에 입주하기엔 너무 큰돈이 들어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게 된다고 한다.

터미널만 새롭게 이전되는게 아니라 장사하시는 분들도 새로운 얼굴로 만나야 될 판이다. 사람은 오래일수록 깊은 맛이 날 텐데 이전될 터미널은 마치 새로운 브랜드의 인스턴트 매장을 들어가는 기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기사들이 10미터 거리의 승차장으로 배달을 시키거나 쫓아와 한잔 먹고는 횅하니 떠나신다. 삶의 부스러기만 주워 먹기에 미안하여 필자도 커피한잔을 부탁했다. 400원이란다! 난로 위 주전자에서 은근하게 뎁혀진 물에 커피믹스 한 봉이 다이빙한 것이 400원이라니... 자판기와 다를 게 없는 가격에 배달까지... 우와~ 역시 '우거지된장국 같은 안동터미널'이다.

이제까지 난 천원은 하겠지 라는 생각에 한 번도 사먹지 않았었다. 다들 터미널을 찾으면 한잔씩 사먹기를 바란다 냄새나 맛이 아주 죽여준다^^. 터미널 아줌마와 주거니 받거니 건네는 대화의 시간이 2시간이 지날 쯤 미안함에 물러나기로 했다.

이면지로 활용하기 위해 모아둔 거래장만큼이나 많은 사연이 있지만 자주 찾아뵙고 찬찬히 듣기로 하고 터미널의 간단한 탐방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자 한다.
<글 관련 사진을 흠뻑 보고 싶은 분은 http://cafe.daum.net/365photo로 찾아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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