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공무원 계급제와 명칭공화국
[기고문] 공무원 계급제와 명칭공화국
  • 김용준 기자
  • 승인 2020.01.08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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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태(안동시 공무원)

(기고문) 공무원 계급제와 명칭공화국

1998년 한일어업협정 이후 동해안 어민들이 풍비박산 났다.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획량이 적은 구역을 맡아서 어민들이 소득감소로 부도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에 언론취재가 집중되자 소속공무원들이 모두 다 바뀌어서 잘 모른다고 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세월호 등 국민들이 재산을 잃고 떼죽음을 당해도 공무원들은 이래저래 큰 책임을 지지 않고 넘어갔다. 속칭 누에똥 갈 듯이공무원들이 바뀌어서 책임질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현상은 장차관을 비롯하여 일선실무자까지 유행처럼 일상화되어, 크고 작은 사건 사고마다 희생만 있고 책임은 실종되었던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공직시스템을 분석해보니, 그 핵심은 계급제에서 기인한 것 같다. 공무원 계급제는 승진서열을 메겨야하므로 필수적으로 자리를 옮기는 순환전보를 해야 공평하다. 그러다 보니까 전문성이 쌓이기 전에 자리가 바뀌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 자리이동 못지않게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면 부서이름부터 부서정책까지 대부분이 바뀐다. 각 기관단체장들이 바뀌면 새로운 플래카드(placard)를 내걸고 대부분의 정책을 자기색깔대로 바꿔버리는 것이 관례화 되어왔다. 그러다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사라지고 그때그때마다 왔다갔다 속빈강정이 되어버리고, 책임 또한 오리무중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례로 행정안전부다 안전행정부다, 행정자치부다, 국토해양부다 국토교통부다 하는 식이고, 일선시군에서도 같은 업무의 부서이름이 제각각이고, 같은 기관 내에서도 부서명칭 지정방법이 시시각각이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부서이름을 제대로 모르고, 공무원조차 착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외적으로 대한민국 국가와 각급기관단체에 공문을 보내기도 헷갈린다는 우스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실정이다.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이룩한 가장 큰 요인은 개방된 공무원 인사제도였다고 한다. 누구나 공평한 기회와 능력에 따라 인재등용을 하여, 중국대륙 어디든지 진나라 어느 기관이든지 능력껏 진출하여 마음껏 실력발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드넓은 대륙을 효과적으로 장악하기 위하여, 우마차가 질주하는 대로건설 등 우수한 정책들이 신속하고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천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공무원제도는 비교하기도 부끄러운 형편이다. 인체에 혈액순환이 잘 되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듯이 국가에도 인적, 물적 순환이 잘 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보면, 대한민국 공무원은 국가직, 지방직, 고시, 비고시 등으로 사분오열 되어있다. 거기다가 국가직은 부처별로, 지방직은 지자체별로 묶여있다. 인체로 비교하면 팔다리 오장육부가 각각 따로 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분열된 조직으로 과연 대한민국을 하나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을까?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공무원조직을 개방하여 입체적으로 혈액순환을 시켜야 나라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세계화는 물론 국가와 지방이 다 함께 균형상생발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고시제도도 원론적으로 공무원공채로 통합하고 계급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공무원 등용문을 수평적으로 활짝 개방하고 능력에 따라 국가, 지방, 기관을 초월하여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구태의연하게 중앙은 기획이나 하고 지방은 집행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각 기관단체별로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칸막이 속에서 불필요한 부서이기주의와 개인의 승진알력 등을 유발하는 소모적인 공무원 인사제도를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미래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21C에는 강자생존(强者生存)이 아닌 적자생존(適者生存) 시대가 도래 하였다는 것을 명심하고,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공무원 인사제도 혁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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