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안동을 먹여 살린다
소나무가 안동을 먹여 살린다
  • 최성달 (작가)
  • 승인 2010.06.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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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 최성달 (작가)
▲ 최성달 작가

안동시가 28억 4천만 원을 들여 이천동 석불(보물 115호))이 있는 제비원 연미사 일대를 솔씨공원으로 조성했다. 여기서 우리가 눈 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솔씨라는 이름이다. 이 일대는 그동안 성주풀이의 본향으로 알려져 무속신앙에서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던 곳이다.
“성주이 본향이 어디냐 안동하고 제비원 이니라.”  

무가이면서 민요, 잡가 ,유행가이기도 했던 이 노랫말을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인데 안동 제비원이 성주의 본향이라는 성주풀이는 황해도와 서울 등 전국에서 공히 똑같이 노래하고 있다. 이 말은 전국에서 안동 제비원이 성주의 본향이라고 우러러 볼만한 어떠한 요소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비원에 전국 최고가는 소나무가 있어 이것이 모태가 되어 성주신앙이 발원을 했던지 그것이 아니라면 다른 지역에 비해 안동이 성주신앙의 뿌리와 역사가 깊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살펴보면 안동의 역사성과 정체성은 유불선 삼위이며 이것이 일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즉, 안동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자처할 수 있는 양질의 유교문화를 배태한 곳이며, 불교적으론 화엄사상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실험된 곳이고, 민간신앙에서는 솔씨를 잉태한 모태이며 자궁인 성지라는 의미가 된다.

성주풀이 노랫말을 더 확대하면 다른 세계도 엿보인다. 지역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지만 “성주의 본향이 어디냐 안동하고 제비원 이니라.”라는 노랫말의 앞 소절이나 뒤 소절에는 “제비원 솔씨를 받아 소부동이 되고 소부동이 자라 대부동이 되어”라는 가사 말이 나온다. 이 말은 제비원 솔씨가 있었기에 안동이 성주의 본향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걸 성서적으로 해석하면 솔씨 부분이 구약이고 성주의 본향은 신약일 것이며, 소승불교(아라한 중심)가 대승(사부대중)으로 전이된 과정이나 공맹사상이 정주학을 낳은 이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껏 신약과 대승과 정주학만을 외치고 솔씨의 힘을, 원천이며 모태인 바탕과 근원인 구약을 현재와 연결하지 못했다.

안동시가 제비원 일대를 솔씨공원으로 명명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솔씨라는 말을 대외적으로 선포한 것은 이제껏 한 부분(신약)에 집중된 현상과 관념을 둥근원의 형태인 전부(구약+신약)로 환원하겠다는 메시지 전달이다. 다시 말해 성주의 본향에 밀려 등한시되었던 소나무가 갖는 상징성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단언하건대 이 발상은 잘만하면 상당한 반향을 불러올 공산이 커 보인다. 우선 관념이 늘어난 만큼 세계가 확장된 곳에 채워 넣을 양식들이 무궁무진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소나무(개호송, 만세송 김삿갓송 등 전국최고)와 학의 고장(학 지명 전국최다)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소나무 고건축(전국 35% 밀집)즉, 고택과 소나무의 연결, 안동선비의 절개와 소나무의 비유 등 우리가 소나무를 전면으로 내세운 이상 활용할 것들이 너무너무 많다.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용어나 어휘 가운데서 ‘솔’ ‘솔가지’ ‘솔불’ ‘낙락장송’ ‘송죽’ ‘송풍나월’ 등 소나무 관련한 말들을 어문학적으로 분석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문화론적으로는 소나무집에서 태어나 솔가지로 줄을 쳐 속기를 막아냈고, 솔가지로 밥을 짓고 군불을 지피고, 소나무로 만든 용품을 사용하다 마지막엔 소나무관에서 생을 마감했던 우리들의 삶을 조명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공예, 회화, 문학, 민속에 영향을 준 정서를 파악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고, 식문화로 접근하여 솔잎을 약재와 차, 술, 떡과 다식, 밀식으로 쓰인 전말을 파악해 보는 것도 상당한 의미 있는 일들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소나무 문화를 우리가 선도한다면 진정 유럽을 오크(oak)문화라고 하고, 지중해 지역을 올리브(olive)문화라고 하듯 안동문화를 소나무 문화라고 부르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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