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전략 공천인가?
누구를 위한 전략 공천인가?
  • 허승규 / 녹색당 안동시당 공동운영위원장
  • 승인 2020.03.08 08: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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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이 그렇게 우습게 보입니까?'

'왜 낙하산공천인지 못 밝히면 지역정권심판론 불어옵니다'
허승규/녹생당 안동시당 공동대표
허승규/녹색당 안동시당 공동운영위원장

2020년 3월 6일 오후 5시30분,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안동과 예천이 단일선거구로 획정되기 직전에 경북 안동시 선거구에 김형동(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를 전략공천 하였다. 후보자의 생소함에 더해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지지/반대와 맞물려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나는 안동시민으로써, 좋은 정치를 바라는 녹색당 안동시당의 공동대표로써 이번 전략공천 과정에 우려를 표한다.

지역 여당인 미래통합당은 전략공천의 경위를 안동시민에게 답하라

전국적으로 야당이나 지역적으로 여당인 미래통합당은 이번 전략공천의 경위를 안동 시민들에게 꼭 답해야 한다. 권력과 책임은 비례한다. 권력이 클수록 책임은 무거워야 한다. 경북 안동은 미래통합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유력하다. 경선이 곧 본선, 공천이 곧 당선이다. 최소한 그 깃발이 어떤 깃발인지 시민들에게 설명이 필요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래통합당 공천을 준비하거나, 다른 정당·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여러 예비후보군들은 시민들과 다방면에서 소통해왔다. 경북도청 신도시, 안동 기차역 이전, 안동~예천 행정통합 등의 다양한 지역 이슈에 관해 정책과 입장을 표출해왔다. 이처럼 선거 과정은 당일 투표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예비후보 기간 전후를 포함하여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자가 오랫동안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총체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러한 선거과정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안동에서 아침마다 마스크 쓰고 인사하는 미래통합당 예비후보군이 아닌, 지역민들에게 생소한 노동 전문 변호사를 경선 과정 없이 전략공천 하였다.

노동 전문 변호사,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에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라면 최소한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국회의원으로서의 비전을 설명해야 한다. 나를 포함한 안동시민들은, 경선이 곧 본선이며, 공천이 곧 당선에 버금가는 지역 여당 미래통합당 단수 공천 후보자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작년 하반기, 또는 그전부터 지역민들과 소통해온 다른 후보자들을 제치고 단번에 후보자로 등장하였다.

이제 투표일까지 채 40여일도 남지 않았다. 나는 후보자 개인에게 묻는 것이 아니다. 잘 모르는 인물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은 실례다. 전략공천의 주체인 미래통합당에게 묻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전략 공천이 논란이 되는 것은 후보자의 생소함 뿐만이 아니다. 2008년부터 12년간 국회의원을 지낸 3선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지지/반대가 이번 전략공천 논란의 중심에 있다. 미래통합당 중앙당과 안동시당은 전략 공천의 경위를 안동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하고, 이것이 책임 있는 정치라 생각한다.

나는 전략공천 후보자가 미래통합당의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실현할 후보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출발은 늦을지언정, 드러나지 않은 준비된 점도 있을 것이다. 나는 2018년 지방선거 기초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였다. 당시 안동시 전체 청년 문제로 활동한 이력에 비해, 해당 지역구 경험이 부족하였다. 나는 그것을 겸허히 인정하고, 대신 내가 잘 할 수 있는 정책과 의제에 집중하였다. 오랫동안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온 전략공천 후보자 또한 본인의 전문성이 있을 것이다.

나는 미래통합당 노동 정책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이 궁금하다. 나는 안동시와 같은 산업·경제 구조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겪는 문제, 노동 문제에 관한 후보자의 생각이 궁금하다. 자영업자들을 어렵게 하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 수준의 이야기를 넘어선 후보자의 노동관이 궁금하다. 안동~예천 행정 통합에 대해, 경북도청 신도시에 대해, 지방소멸 시대 안동의 청년·청소년 문제에 관한 후보자의 생각이 궁금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안동시민들이 궁금해 할 것이다.

그런데 답변의 시작은 정책에 대한 답변 이전에 왜 전략공천이 되었는지부터 해야 한다. 후보자가 미래통합당의 낙하선 후보자가 아닌, 준비된 후보자라면 정면 승부해야 한다. 미래통합당과 후보자는 당당하게 시민들 앞에 나서라. 현직 국회의원도 시민들에게 정면으로 나서라. 카더라하는 지역 민심에 당당하게 맞서라. 부득이하게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 오랫동안 지역민들과 소통해온 다른 예비후보자들과 경선 없이 단수 공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시라. 그렇지 않으면 꽂은 깃발조차 다시 뽑히는 수가 있다. 지역 민심의 무게를 느껴야 한다.

미래통합당 성향의 보수적인 안동 시민들에게 분할 투표를 제안 한다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한국 독립운동의 성지, 한국 보수의 성지라고 불린다.

안동의 보수적인 유권자들에게 제안한다. 전략공천의 경위가 불분명하거나, 공당으로써 지역민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름에 걸 맞는 민심의 무게를 표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적인 유권자들은 다음의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정권 심판 투표와 지역 기득권 심판 투표의 모순이다. 미래통합당 안동시당을 심판하려니, 전국적인 선거에서 미래통합당에 힘을 실을 수 없다. 현재 집권 여당과 정권에 반대하려니, 지역 기득권을 심판할 수가 없다.

정권 심판과 지역 기득권을 둘 다 심판하고 싶은 유권자들에게 분할 투표를 제안한다. 정당 투표는 여당에 비판적인 정당에 투표하여 정권 비판의 의사를 표출하고, 지역구 선거는 미래통합당 안동시당 후보가 아닌 선택으로 지역 기득권에 저항할 수 있다. 투표일까지 기다리기 어렵다면, 지금부터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여 당신의 소중한 시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깃발만 꽂는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님을 각자의 위치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남은 한 달 남짓한 시간동안 생소한 후보자 검증을 독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아래와 같은 제안으로 21대 총선 경북 안동 정치를 바꿔보자고 말씀드린다.

정치를 바꾸는 대시민 첫번째 제안 : 전국 정권 심판론을 넘어 지역 정권 심판론으로 나아가자

미래통합당은 전략공천 논란을 수습하고 전국적인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 심판을 내세울 것이다. 제1야당이 총선에서 정권 심판을 말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다. 그런데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지역 여당은 누가 비판하고 견제하는지다. 경북 안동의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중앙의 권력 심판은 여야를 막론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권력은 어떠한가.

지역구 선거에서 안동 시민들의 투표를 대통령 심판에만 가둘 수는 없다. 오히려 안동 시민들은 현직 국회의원 소통령 심판을 말할 수 있다. 전국 정권 심판론과 지역 정권 심판론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반대한다고 해서 지역 기득권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안동과 같은 일당독점 구조에서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의 소통령을 뽑는 선거다. 현직 국회의원은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고 있다. 대통령말고 소통령도 견제해야 지방자치가 살아난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현직 국회의원 줄 세우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이번 총선에서 다른 투표가 필요하다. 2020년 4월, 안동 시민들의 선택에 따라 2022년 지방선거에서 안동 시민들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일당독점구조에서 안동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는 둘이 아니다. 지역 민주주의의 시간을 당겨보자.

정치를 바꾸는 대시민 두 번째 제안 : 문중 정치가 아닌 다른 정치를 만들자

나는 전략공천 소식을 듣고 본능적으로 이런 질문이 뇌리를 스쳤다. 후보자는 안동 김씨인가? 안동의 문중 정치는 전국적인 브랜드다. 1996년~2008년까지 안동 권씨, 2008년~2020년까지 안동 김씨 국회의원이다. 2002년~2010년까지 안동 김씨, 2010년부터 안동 권씨 안동시장이다. 2000년대 들어서 특정 문중 출신이 국회의원과 안동시장을 번갈아 하고 있다. 물론 일만 잘 하면 성씨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지역 정치 구도를 문중 정치 구도로 짜는 지역 정치 문화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정치적 구도도 짜기 나름이다. 안동 김씨냐 아니냐는 논쟁보다, 안동 기차역 이전 부지 방안으로 논쟁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그런데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양한 논쟁이 어렵다면 최소한 지역 정권 심판론과 같은 다수 시민들의 효능감을 높이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특정 문중의 자존감만 높이는 문중 정치 구도를 다수 시민들의 권리를 높이는 지역 정권 심판론으로 대체해야 한다. 안동 김씨 내부에서, 같은 안동 김가지만 이건 아니다는 의견을 표출해야 한다. 다른 성씨도 마찬가지다. 특정 문중이 잘 된다고 도청 신도시 문제가 해결되거나, 지역 청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생산적인 논쟁을 흐려 지역 발전에 방해만 된다. 안동 시민들이 씨족 사회인 신라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은 2020년이다.

정치를 바꾸는 대시민 세 번째 제안 : 안동~예천 통합 선거구로 치르는 선거, 소지역주의를 극복하자

21대 총선은 안동~예천 통합 선거구로 치르는 선거다. 경북도청 신도시가 안동~예천 경계에 생긴 이후 안동~예천 행정 통합 논의는 계속되었다. 국회의원 선거구도 합쳐진 만큼 안동 출신 후보자들은 예천군민들의 정서와 고민을 이해하여야 한다. 아무래도 선거에서 인구가 많은 안동의 영향력이 크며, 안동 출신 후보자들에게 유리하다. 그럴수록 소지역주의를 넘어서 안동~예천이 상생할 수 있는 정치를 고민해야 한다. 후일 행정 통합을 하더라도 이전에 두 시군간의 소통과 교류가 우선이며, 이번 총선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안동 시민들도 안동의 이해관계만 내세우기보다 숲을 볼 줄 아는 후보와 정책을 고려하여야 한다. 나 또한 안동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시민으로서, 예천군에 대한 후보자들의 정책과 입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권력이 클수록 책임이 크다. 인구가 많은 쪽의 책임이 크다. 안동 정치권과 안동 시민들부터 솔선수범해야한다.

정치를 바꾸는 대시민 네 번째 제안 : 근본적으로 선거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이번 전략공천의 문제를 두고 특정 인물에 대한 심판론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기억해야하는 것은 이번과 같은 문제가 반복되어 왔다는 점이다. 특정 인물을 교체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면 지방자치 위에도 군림하는 소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뿌리를 바꿔야 한다. 안동·예천이란 지역구를 대표해서 일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면서도, 내부적으로 견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론 특정 인물에 대한 심판 여부를 넘어 반복되는 일당독점구조,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찬성/반대를 넘어 반복되는 문제, 구조적인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기 때문에,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자에 대한 논란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깃발만 꽂는다고 당선이 안 된다면 깃발을 신중하게 꽂을 수밖에 없다. 특정 인물만 욕하지 말고, 권력 앞에 당당하고 시민 앞에 겸손한 정치인들이 나올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한다.

오랜 일당독점구조인 경상북도 지역에서, 지역 민주주의를 개선하는 더 나은 선거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 사표를 줄이고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경북에서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자. 이번 총선에서 안동 시민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가능성에 힘입어 총선 이후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제도 개혁에 함께 하자. 은생어해(恩生於害)라는 말이 있다. 해로움이 은혜로 변한다는 뜻이다. 이번 전략공천 논란이 경북 안동·예천의 정치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지혜를 발견하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인 민주주의의 힘을 주민들도 함께 만끽하는 총선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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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20-03-08 10:24:32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