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아 문수스님 어디 있느냐고 묻는 거냐?
멍멍아 문수스님 어디 있느냐고 묻는 거냐?
  • 김조규
  • 승인 2010.06.29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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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김조규 (사진작가)

6.2 지방선거에 표를 행사하고 지인들과 함께 군위의 지보사를 찾았다.

민감한 시기에 일어난 스님의 ‘소신공양’(燒身供養)에 지난 20여 년 전 충격이 다시 회상되고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도 궁금하였다. 80년대에 있었던 '분신'이란 단어는 접했어도 소신공양은 나에게 너무도 생소한 단어여서 찾아보니 ‘부처에게 공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것’이란다. 우린 충격적인 소식에 흔히들 먼저 ‘왜?’라는 외마디 비명에 가까운 물음을 던진다. 그 ‘왜?’는 ‘4대강 중지를 요구하는 것 이란다.’
여야가 다투고 시민단체가 비명을 지르고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국 밀어붙이기로 끝날것 이라는 생각이었지만 반대의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지고 이젠 충격적 의사표출까지 있으니 간단하게 끝날 문제가 아님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80년대 자유를 부르짖던 대학생은 이제 시민단체가 되어 사회적 부조화의 균형을 맞추는데 그 몫을 하고 있다. 지금의 대학생이 도서관에 자리를 틀고 취업을 갈망하는 건 자유가 얻어진 상태에서 너무도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사회적 충돌이 있을 때면 종교집단은 늘 약자의 목소리를 감싸주는 대변자 역할을 했었다. 종교집단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사회적 부조화에 약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큰 보가 나타났다. 자유의 흐름을 왜 보로 틀어막고 입에서 뱉은 말은 끝까지 한다는 협상불가의 국정기조로 누르냐고 종교집단이 거들기 시작했다. 에너지가 모이고 있다. 어떻게 모이는지는 몰라도 에너지가 응축되고 있다. 응축된 에너지가 어디로 터질지 그 기운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작가 역시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나 응축된 에너지가 분출하기 시작한 것을 6․2지방선거의 여당 참패라는 모습으로 보게 된다. 겨우 분출일 뿐인데 말이다.

선거일 지보사를 찾을 때만 하더라도 스님 한분 소신공양으로 끝날 일이겠지 했었다. 실제 지보사의 스님들 또한 평소에 보던 그런 모습들이었지 슬프거나 노여워하고나 한탄하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그날 저녁에 확인된 선거결과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아하~ 응축된 에너지의 분출이 시작되었구나. 평온한 듯한 모습으로 분출한 것이었다는 것을…

지금 여당은 흘러내리는 마그마를 슬쩍 비껴가면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자신들이 다시 에너지를 축적시킬 보를 한없이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찢어진 보에서 걷잡을 수 없는 응축에너지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언론을 이용한 통제나 무력으로 진압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정보화시대의 장님이 아니라면 다양한 경로로 정보는 수집되고 파생된다. 새로운 언론은 언론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개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필터링 되어 여론을 형성하고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40대 이하는 일방적으로 전파되는 뉴스를 신뢰하지 않고 자기만의 검열을 하고 있다. 언론도 모르는 정보를 수집하고 자기검열을 통해 내제시키고 있다가 표를 행사할 때 나타난다. 더 이상의 여론조사도 통하지 않는 자기검열 시대를 깊이 인식해야할 것이다.

새로운 개념의 에너지(여론) 응축과 표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늙은 영감님들이 어떻게 감당할지 심히 우려가 된다.

멍멍아 문수스님 어디 있느냐고 묻는 거냐?
모레면 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리 오신 단다
오늘 따라 뒤에 계신 부처님이 슬퍼 보이니
우린 슬픈 척 하지 말자 꾸나
이제 곧 취재진도 조문객도 들이 닥칠 텐데
사람의 감성으로 모시는 건 문수스님이
다시 벌떡 일어나 소신공양한다고 할지
모르니 불심으로 맞자꾸나 불심으로…


투표를 하고 군위 지보사를 찾다

김조규 <사진작가>  http://cafe.daum.net/365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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