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살린다’ 억지부림 말라!"
"함부로 ‘살린다’ 억지부림 말라!"
  • 김수동
  • 승인 2010.06.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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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in 칼럼> 김수동(열린사회를위한안동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지난 18일 SBS가 ‘물은 생명이다-금빛모래 흐르는 낙동강’을 방영했다. 일 년 전부터 안동에서 환경운동연합을 결성하기 위해 쫒아 다니는 과정에서 취재 나온 방송국 피디를 만났다. “4대강…이라는 말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냥 강이라고 쓰는 현실을 이해해 주세요” 하는 말에 작금의 일방적 사업 강행이 국민여론을 살갑게 느껴야 할 일선에 선 기자들에게까지도 자기검열을 강요하고 있구나 하는 씁쓸함을 느꼈었다. 그래도 제작진들은 최선을 다한 듯 했다. 보지 못한 분들은 보시길.

4대강사업에 대해 낙동강 중하류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안타까움과 분노를 상류권 주민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당장 먹고사는 데 뭐 그리 큰 영향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허나 당장 상주보 공사현장을 가보길 권유한다. 그곳엔 강폭이 1km정도 되는 백사장이 빤짝이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그 백사장 한쪽 귀퉁이에 공사교각을 세우는 걸 보니 눈물이 났다. 포크레인 삽날이 모래를 파헤치는 장면은 마치 생명체의 속살을 헤집어 상처를 낸다는 느낌이어서인지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마침 그곳에서 만난 스물여덟살의 일본인 청년 미야타유지의 충고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되돌아보게 했다. 2007년부터 중국, 대만, 베트남의 강 순례에 나선 이래 총 2700km를 걸었고, 6월 초에 한국에 들어왔다. 부산과 경주, 포항을 거쳐 안동으로 오고 있었다. 강에 모래 백사장이 곱게 펼쳐진 곳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말했다. 얘기를 듣고 다시한번 낙동강을 따라 강 길을 가보라. 강을 따라 강길이든, 산길이든 걸어보면 아- 정말 아름답구나 하는 찬사를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다.

안동에서부터 하류로 내려가다 보면 검암습지, 마애습지, 풍산습지, 병산습지, 구담습지가 주욱 펼쳐지고 있다. 이곳에 전망대 하나면 세우면 자연체험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몰려들 것이다. 왜 강에다 삽질을 하는 체험공간을 만들어야 하는지 우둔한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도 용납도 되지 않는다.

인류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다 강(江)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지식이다. 얼마 전 풍산습지 쪽에서 원앙 8쌍이 노니는 걸 한겨레신문에서 취재한 적이 있다. 나도 본 적이 있다. 병산습지 갈대밭을 가 보면, 너구리, 고라니, 노루가 잠시 쉬고 간 흔적도 허다하다. 멧돼지는 아예 진흙목욕을 하며 뒹군 자욱이 남아 있다. 생명이 깃든 멀쩡한 강을 파괴하는 행위를 ‘살린다’는 표현을 써 가며 교묘히 언론광고를 계속 내보내는 행위를 어찌 해야 할까.

(환경운동가)
물에도 생명이 있듯이 모래에도 생명이 있다. 모래톱과 여울살이 있고 잔자갈이 있다. 그 속에 잉태되어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를 없애는 행위는 엄청난 역작용의 ‘나비효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영천사람들의 몸속에 수은 성분이 가장 많이 내재돼 있다고 한다. 영천돔배기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그 상어의 몸속에 수은이 왜 스며들어가 있겠는가? 지구의 작은 미생물체 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와 자연은 한 몸으로 엮인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강을 이루는 내용물들을 다 걷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모래톱과 습지를 다 걷어내고 일정한 깊이의 보를 설치해 수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것은 강이 아니다. 멀쩡한 강을 병들게 만드는 4대강사업을 ‘살린다’고 억지 부림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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