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길동무 물새 산새③-검은댕기해오라기
출근길의 길동무 물새 산새③-검은댕기해오라기
  • 임세권(포토갤러리 유안사랑 대표)
  • 승인 2020.08.31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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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변천과 낙동강을 걸으면서 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6년 전 가을 처음 만난 검은댕기해오라기 때문이다. 청둥오리를 비롯한 오리 종류만 보아 오다가 늦은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갈 무렵 용상동에서 정하동으로 건너가는 반변천의 공도교 아래에서 검은색 새의 우아한 걸음걸이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출발신호였다. 

보폭을 널찍하게 하여 걷는 모습은 귀족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보폭을 널찍하게 하여 걷는 모습은 귀족다운 모습을 보여준다.(ⓒ임세권)

녀석은 공도교 아래에 줄지어 놓여 있는 화강암 사이를 우아한 걸음새로 걷다가 또 돌과 돌 사이를 날아다니곤 하였다. 돌에서 발을 옮겨놓는 모습이나 두발을 쭉 뻗고 날거나 또 두발을 앞으로 내밀고 내려앉는 모습은 출근 할 때마다 나의 정신을 빼놓기에 충분 하였다. 길이가 30센티 안팎으로 보이는 이 새는 대체로 회색과 검은색의 몸체에 검은 부리, 약간 녹색 기운이 도는 머리와 날개를 가졌고 특히 머리 뒤 꼭지에 댕기 모양의 긴 검은색 깃털은 녀석의 자태를 멋지게 꾸며주는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이 새의 이름을 몰랐다가 내가 근무하던 대학의 생물학과 교수의 도움으로 검은댕기해오라기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나를 본격적으로 새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자료는 이 새가 야행성이라고 되어 있는데 또 다른 자료에는 주로 낮에 활동하지만 밤에도 먹이를 찾아 다닌다고 한다.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새를 보는 것은 주로 아침 9시 경이다. 반변천과 낙동강이 합류되는 용상동 서쪽 끄트머리에는 용상동에서 정하동으로 건너가는 도보용 다리가 있다. 다리는 강을 호수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막아 놓은 얕은 보위에 설치되어 있고 보는 물이 흐르는 아래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도록 돌을 깔아 인공 여울을 조성해 놓았다.

인공 여울을 이룬 곳에는 커다란 바윗돌을 1, 2미터 간격으로 늘어 놓아 새들이 앉아 쉬는 곳이 되었다. 이 석축은 여울을 이루어 물고기들이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가는 통로를 이루는데 검은댕기해오라기는 주로 큰 바위 위에 올라서서 물고기를 노리고 있다. 나는 또 녀석들을 촬영하느라 카메라 렌즈로 녀석들을 노려본다.

제 몸 길이와 비슷한 물고기를 물고 있다.
제 몸 길이와 비슷한 물고기를 물고 있다.(ⓒ임세권)

검은댕기해오라기의 사냥 솜씨는 기대 이상이다. 작은 물고기들을 사냥할 때는 한 자리에서 두 세 마리를 연거푸 잡는 것도 본 일이 있으며 또 때로는 제 몸뚱이 비슷한 크기의 누치를 잡아 삼키기도 한다. 어른 팔뚝만한 누치를 입에 물고 누치의 대가리가 제 입쪽으로 향하도록 이리저리 돌려 방향을 잡는 것을 보면 이 새의 부리 힘이 얼마나 센지를 알 수 있다. 그러다가 입으로 꿀 꺽 삼키면 기다란 목이 물고기 몸통만큼 늘어나서 어쩔 수 없이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먹은 것을 삭이는 모습 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먹이를 삭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새의 위액은 강한 산성으로 되어 있어 매우 짧은 시간에 먹이를 소화하여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들은 항상 몸을 가볍게 하여 날아다니는데 지장이 없도록 한다고 한다.

막 날아오르는 모습
막 날아오르는 모습(ⓒ임세권)

2019년 봄 나는 낙동강변을 거닐지 못하였다. 봄철 내내 남미 여행에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2월에 안동을 떠나 내가 다시 안동으로 돌아온 것은 5월 하순이었다. 그런데 내가 돌아왔을 때 검은댕기해오라기를 보며 아침 한 때를 즐기던 반변천 서쪽 끄트머리의 인공 여울에는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 흔하게 보이던 원앙이나 흰뺨검둥오리 왜가리나 백로들도 거의 볼 수 없었고 여름이 되면서 찾아온 민물가마우지들도 개체수가 이전에 비해 현격히 줄어들었다.

반변천과 낙동 강변을 살펴보니 작년 가을부터 하천 정비를 하면서 하천가의 버드나무 숲이나 갈대숲 등을 깨끗하게 밀어냈음을 볼 수 있었다. 이 쪽 강변에 새가 사라진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반갑게도 얼마 전부터 검은댕기해오라기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하천가에는 재작년 홍수 때 무너진 축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녀석들은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물고기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라진 버들숲과 갈대숲이 이전처럼 복원되어 다른 곳으로 떠난 새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 이 기사는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의 계간지 『기록창고』 3호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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