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탐방 '같이 가볼까'③-안동청년괴짜방 '오리진알 Origin R 카페'
문화공간탐방 '같이 가볼까'③-안동청년괴짜방 '오리진알 Origin R 카페'
  • 신준영(이육사문학관 사무차장)
  • 승인 2020.09.0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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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네트워크 놀이터

 

옛 영화를 떠올리며 그리움에 젖는 건 사람이나 거리나 마찬가지다.
문화의 거리, 음식의 거리, 안동 원도심은 전성기에 비해 대체로 한적하고 쓸쓸하다.
청춘들이 출몰하지 않는 거리, 그 위에서 때로 허전하고 때로 적막도 해보았을 것이다.
청춘들은 다 어디로 몰려갔을까? 아쉬운 마음이 들 즈음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청년들을 위한 놀이터'가 안동에 생겨났다는 것. 지난 3월에 문을 연 '청년괴짜방' 이야기다.
놀이터란 '자유롭고 적극적인 놀이를 위하여 별도로 마련된 고정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청년들이 돌아오려는가 생각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청년들을 위한 놀이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청년들의 놀이터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청년괴짜방'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웅부공원 뒤편 안동 음식의 거리에 위치해 있는 '청년 괴짜방 오리진알 카페'는 '청년괴짜방'의 사무실이며 동시에 사업장이다. 겉보기에는 일반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평범한 카페처럼 보이는 이 공간에 짧은 기간 다녀간 인물들과 치러낸 일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고 한다. 4월에는 이철우 경북 도지사가, 6월에는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다녀갔다고 하니. 물론 공식적인 방문이었다. 이 공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 나게 될까, 궁금증과 기대를 안고 '청년괴짜방 오리진알 카페' 문을 열었다.

이 공간의 총괄 매니저를 맡고 있는 남상진 씨(27)를 만나 '청년괴짜방'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보았다. 남상진 매니저는 인천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좋아하는 요리를 전공으로 공부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음료와 애피타이저, 디저트 까지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대학 진학은 식음료쪽을 택하게 됐다. 입대 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커피 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해 현재까지 커피 쪽 일을 하고 있다. 그간 대회도 나가보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보니 안동의 '청년괴짜방 오리진알 카페'를 알게 됐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바론의 박명배 대표 소문도 듣게 됐고 지인의 추천으로 입사하게 됐다.

'청년괴짜방'은 청년과 지역의 동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경상북도에서 조성한 네트워크 공간이다. 지역 청년들이 모여서 취업과 창업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협업을 통한 창의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운영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이 사업의 주된 목적이다.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비롯하여 취업과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소통을 통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창업 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을 통해 청년들의 초기 창업을 지원한다.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는 취업 프로그램과 정책 안내를 통해 성장을 돕고 있다.

청년괴짜방의 멤버들

“수도권에 비해 지역은 청년들이 모이거나 일을 도모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끼나 재능은 있지만 마음대로 펼쳐놓을 공간이 없는 지역의 청년들을 위해 생겨난 공간입니다. 청년들이 끼와 재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청년괴짜방'은 지역의 성장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공간의 역할도 하고 있다. 각 지점별로 지역 활성화를 위한 도시 재생 교육 공간을 지원한다. 노인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청소년 성장을 지원하는 활동 등을 통해 지역과 공간의 동반 성장을 추구한다. 현재 가장 늦게 개소한 안동점을 포함하여 7개 지점이 운영 중이다. 1호점인 경산점을 시작으로 2호점 칠곡점, 3호점 상주점, 4호점 포항점, 5호점 경주점, 6호점 의성점, 7호점 안동점에 이르고 있다. 이들 지점들은 청년과 지역의 동반 성장이라는 공통의 목적 아래 미디어센터, 디자인센터, 로컬콘텐츠연구센터, 6차 산업 가공품 및 청년 문화 센터 등의 지점별 특화된 사업을 구상하여 진행하고 있다.

이들 '청년 괴짜방' 각 지점들은 사회적 기업 전체 총회, 교육 등을 통해 서로 교류한다. 각 지점의 문제점, 아이디어, 레시피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안동점은 가장 늦게 출발했지만 남상진 매니저는 수상 경력과 매장 매니저 경력 등을 따져보면 직원들의 전문성은 다른 매장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이래 뵈도 오빠 커피 좀 한다.'라는 문구를 카페 매장 벽에 새겨 넣은 건 그런 이유라고 살짝 귀띔해준다. '안동 청년 괴짜방 오리진알 카페'에는 사회적 기업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남상진 매니저를 포함하여 4명의 직원이 정부 지원금을 보조 받아 일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기업 ㈜바론 소속이다.

남상진 총괄매니저
남상진 총괄매니저

남상진 매니저는 이 공간의 기능을 크게 세 가지로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카페 기능이다. 모든 음식은 안동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제조 식품을 사용하며 안동수제 맥주와 각종 과일청 등으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브런치도 곧 선보일 예정인데 일본 가정식 오차즈케와 크림파스타, 소고기 덮밥 등을 준비하고 있다. 레시피 작업은 ㈜바론의 김호민 본부장이 맡고 있다. 남상진씨를 비롯한 직원들은 모두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이다.

두 번째는 교육 컨설팅 기능이다. 학교나 단체에서 직업 체험 요청이 들어오면 매장 안에서 실습 및 교육이 가능하다. 20명 이상 단체 수용도 가능해서 교육장이나 상시 창업 컨설팅 장소로 활용할 수 도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카메라나 빔 프로젝터 등 필요한 장비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세 번째 기능은 청년 창업 테스팅 기능이다. 청년들이 창업하여 선보이는 시제품들을 전시하고 시식과 시음도 가능하게 한다. 지역 청년들의 예술 작품을 전시하여 갤러리 카페로도 활용한다. 끼와 재능 있는 지역의 청소년 및 대학생들을 모아서 앰프와 마이크를 빌려주고 공연을 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방문 이력은 이 공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며 그만큼 주목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방문했을 때는 지역 청년 20여 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차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당시 청년 대표로서 남상진 씨가 했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제가 그때 말씀드린 건 이 공간에 있는 카메라 등 장비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는 이야기, 개인 사업자일 경우 지원 제도가 좀 더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등이었어요.”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살짝 접어둔 느낌이다. 오늘, 그리고 지금 청년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새삼 궁금했다.

“매장 동료들의 고민은 저나 준용 씨처럼 타지에서 온 경우 주거 문제, 월세, 생활비에 관한 것들이 우선이죠. 연고가 없어서 외롭다, 교통이 불편하다, 하는 것들도 있고요. 문화생활에 관한 욕구도 해소가 안돼요. 영화 밖에 달리 볼거리가 없잖아요.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고 싶어도 취향에 맞게 볼 수가 없어요.”

청년괴짜방 내부모습
청년괴짜방 내부모습

취업 문제요? 모두의 고민이죠. 주변 친구들의 고민은 좀 달라요. 근무 시간이 긴데 버스로 한 시간이나 걸려서 왜 여기까지 일하러 오지? 싶을 때가 있어요. 채용 정보를 봐도 일용직이거나 불법 업체이거나. 정말 일 할 데가 없어요. 택시비가 더 나오더라도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를 봤어요. 가끔은 카페에 들어와서 물어보는 청년들도 있어요. 카페 개업에 얼마 들었냐고. 제가 그전에도 카페에서 여러 번 일 해봐서 알고 있는 한 성심껏 상담을 해주기도 하죠.”

어느 시대, 어느 청춘들이 예외였을까 싶지만 오늘을 사는 청년들의 현실은 더욱 안타깝다. 그러나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일하려는 청년들을 보면 새로운 희망이 생겨난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가 주된 원인이겠지만 지역일수록 청년들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이유로 청년들은 대도시를 선호한다. 문화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것도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다. 그러나 남상진 씨는 발상의 전환을 얘기한다.

“친구가 한강에서 텐트 치고 올린 사진 보면서 다들 부러워하잖아요. 그런데 안동도 되지 않나요? 안동댐, 월영교, 낙동강변 음악분수대에서도 충분히 흉내 내고 따라할 수 있지 않나요? 오히려 대도시 사람들이 부러워하게요. 청년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향후 이 공간의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 무엇 보다 우선 되는 것이 청년 창업 지원 사업이다. 사회적 경제기업 설립과 운영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상시 컨설팅을 진행하고 청년 CEO 및 예비 창업자들의 제품을 테스트 할 수 있도록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는 일이다. 다음으로 지역 청년들의 네트워킹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는 일, 사회적 경제 청년일자리 사업 참여 청년 대상 소모임 지원사업과 연계하여 청년 네트워킹 사업을 진행하는 일, 그리고 지역 주민 만남의 장으로 복합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 등이다.

남상진 매니저는 대외적인 운영 계획 외에 매장을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안동에서 치러지는 국제탈춤 페스티벌이나 여러 행사에 나가서 부스 운영도 하면서 재미있는 공연도 하고 싶다.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된 음료도 팔고 같이 신나게 놀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지역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놀이하듯 즐기면서. “청년괴짜방은 말 그대로 청년들의 놀이터였으면 좋겠어요. 바람이 있다면 유튜브가 잘됐으면 하는 거예요. 퇴근하고 편집해서 올리면 새벽 네다섯시는 돼야 잘 수 있어요. 구독자수는 많지 않지만 조회 수는 제법 됩니다. ORIGIN_R로 검색하세요.” 인터뷰 전 과정이 카메라로 녹화되고 있었다. 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갈 영상이다. 이렇게 서로 상생하는 것이다.

* 이 기사는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의 계간지 『기록창고』 3호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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