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방자치는 탈 정치화되어야 하는가?
왜 지방자치는 탈 정치화되어야 하는가?
  • 성숙현
  • 승인 2010.08.0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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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성숙현(전 안동시의회 의원)

▲ 성숙현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지방자치선거가 부활한 이래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하였다. 2005년 「공직선거법」의 개정을 통해 지방행정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보다 체계적인 지방정치를 기대하여 정당공천제를 도입하였으나 그 결과는 끊임없는 공천 비리와 잡음, 중앙정치의 부당한 간섭과 통제, 중앙정치인에 대한 지역정치권의 눈치 보기와 줄서기로 인해 공천이 곧 당선이 되어 버리는 현재의 선거제도하에서 주권자인 주민은 우리의 일꾼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보여주었던 정당공천제의 병폐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지방자치의 앞날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시민들의 가슴에 충격이라는 대못을 박고 종지부를 찍었다고 할 수 있다.

각 지역마다 당 공천의 절차가 다른데다, 미숙하고 서툴기 짝이 없는 과정으로 지역의 일꾼을 뽑는 장이 아니라 오히려 한 개인의 조직화의 집단으로 전락하는 경우를 보는 듯, 씁쓸한 감정 감추기에는 많은 인내력과 아량이 요구되어 참으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정당공천제의 목적은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연계시켜 정치와 정책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주기 위한 제도이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이 제도가 왜 대다수의 시민들한테는 ‘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비추어지고 있으며, ‘사천, 개천’등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가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깊이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실지로 지방의원의 정계입문은 후보의 능력이나 전문성, 그리고 정책대결구도가 아니라 지역의 공천자의 줄을 얼마나 확실히 잡고 있느냐, 그리고 차기 권력싸움에 얼마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중앙정치가는 자신들에게 충성하고 복종하는 후보들을 공천하여 시민들에게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참신하고 유능한 무소속 후보자들은 지방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원천 봉쇄당하게 되고 인물중심의 선거를 치를 수 유권자의 선택의 폭은 좁아지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후보자들은 지역의 공천자에 줄을 서야만 하는 현실과 정책대결도 하기 전에 중앙 정치적 게임에 당락이 결정되어버리는 현실 앞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

이렇듯, 후보선택의 기준이 왜곡되다보니 지방의원의 질은 떨어지고, 공천자의 입김이 기초의회까지 작용하여 독립성과 자율성을 잃어 자정능력을 상실케 하여 지방자치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지방자치의 원래의 목적은 사라지고,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지방자치는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의 맹점들로 생긴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왜냐하면 정당공천제는 주민들의 선택 기능을 약화시키고 의정활동의 충실성과는 관계없는 ‘묻지 마’ 투표로 이어지다보니, 지역주민들을 위한 정책부재와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기능 상실로 인해 중앙정치가의 뜻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는 ‘정책 없는 정치’를 양산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제 시민들의 의식은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도 한층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민심은 호랑이처럼 무섭다. 민심을 그르치게 되면 언제 돌아서서 물어뜯을지 모른다. 지방자치는 현장정치의 리얼한 모습을 그대로 반영시키는 것이다. 쓰레기 수거와 안전한 등굣길 개설과 같은 지역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한 업무와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일들은 비정치적인 것들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광역지방선거에는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기초지방선거에는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성공천 할당제의 도입으로 여성의 지방정치 참여가 활성화된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것 또한 광역의원까지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지방정치는 생활자치가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자치는 정치와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안동시장이 한나라당 출신이 되든, 민주당 출신이 되든, 무소속이든 지역주민을 위한 사업전개에 별 차이가 없다면 굳이 많은 부작용을 감수하며 정당공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는가.

한국의 지방선거가 지역의 일꾼을 뽑는 장이 아니라 중앙정치가들의 차기 권력을 위한 사조직의 구성원을 뽑는 선거로 전락하고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유감스럽다. 더군다나 더 심각한 것은 자치단체와 의결기구인 지방의회를 독점하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제대로 작동할 수 없도록 만듦으로써 지방의회의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생긴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한테 돌아간다. 중앙정치가는 지방자치에 대한 개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중앙정치에만 몰입함으로써 양질의 정치를 국민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또한 지방의원들은 중앙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아닌 시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기초하여 오직 지역 주민들을 섬기고 집행부를 올바르게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스스로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와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몫으로 돌려주어야 하며 탈 정치화되어야 한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은 지역의 살림살이를 챙기고 생활정치를 펼치는 지역의 대표 일꾼이다.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유능한 지방일꾼을 뽑기 위해서는 이제 그 선택권을 지역주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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