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
악어의 눈물
  • 유길상 기자
  • 승인 2010.09.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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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상 기자

악어는 커다란 동물을 잡아 먹을 때 먹이를 삼키면서 눈물을 흘린다. 실제로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데, 이는 슬퍼서 흘리는 것이 아니라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보충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악어와 관련하여 악어논법이라는 것도 있다. 이 악어논법은 이집트의 전설에서 비롯되었는데, 옛날 이집트의 나일강에서 한 여인이 아이를 악어에게 빼앗겼다. 여인이 악어에게 아이를 돌려달라고 사정하자 악어가 "내가 아이를 돌려줄 지, 안 돌려줄 지 어디 한번 맞춰 보아라. 알아 맞히면 돌려 주마!" 라고 말했다. 여인은 기가 막혔다. 만약 돌려준다고 말하면 안 돌려줄 거라고 대답할 것이고, 안 돌려 준다고 말하면 돌려 줄 생각이었다고 대답할게 뻔한 장난에 이용달할 뿐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답하든 잡아먹겠다는 악어의 속셈이었던 것이다.

즉, 이처럼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고, 마음대로 해석이 되는 말장난을 가리켜 '악어 논법'이라고 한다. 의학용어에도 얼굴신경 마비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악어(의) 눈물 증후군(crocodile tears syndrome)'이 있다. 환자들의 침샘과 눈물샘의 신경이 뒤얽혀 마치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처럼 침과 눈물을 함께 흘린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셰익스피어는《햄릿》《오셀로》《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등 여러 작품에서 이 전설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처럼 먹이를 잡아 먹고 거짓으로 흘리는 악어의 눈물을 거짓눈물에 빗대어 쓰기 시작하면서 위선자의 거짓눈물, 교활한 위정자의 거짓눈물 등을 뜻하는 말로 인용되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광복절 행사에서 ‘공정(公正)한 사회’를 강조했다. 또한 며칠 전 장차관 워크숍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퇴를 불러온 '자녀 특채의혹' 파문에 대해 "공정한 사회를 기준으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공정사회의 기준과 원칙을 기득권층부터 지켜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과 언급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원칙과 기본보다 특권과 반칙이 지배하는 사회는 결코 공정한 사회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길상 기자
인사청문회에 따른 총리 및 장관 후보자 사퇴에 이은 이번 외교통상부 특채의혹 파문을 지켜본 국민 심정은 참담하다. 아무리 자녀 교육을 내세워도 위장전입은 명백한 범법 행위이며, 투명성이 결여된 '수장의 자녀' 채용은 누가 봐도 명백한 특권적 행위다. 8?15 광복절 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밝힌 공정사회의 정의가 '출발과 과정에서 공정한 기회를 주는 사회'라 한다면, 이는 불공정 행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든 나만 잘살면 되고, 내 가족만 잘되면 된다는 공직사회와 기득권층의 특권적 의식이 있는 한 공정사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공정사회로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도층의 왜곡된 인식과 구조를 바로잡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가락시장을 방문 한 자리에서 박부자 할머니와 부등켜 안으며 흘린 눈물과 이번 유 전장관의 딸 특혜 관련 사퇴의 자리에서 속으로 흘렸을 참회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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