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로컬푸드운동, 이제부터 시작
안동로컬푸드운동, 이제부터 시작
  • 유경상 기자
  • 승인 2010.11.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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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6.2지방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때, 시청 브리핑룸에 잠깐 들렸다가 눈에 번쩍 띄는 보도자료를 접했다.「한국인증농산물생산자협회 안동지회」와「열린사회를 위한 안동시민연대」에서 안동시장,도의원,시의원 후보들에게 몇 가지 정책질의서를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저런 지역현안 몇 개는 주민다수의 참여로 꼭 의제화 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가 깊어 가던 때였다.

△ 지난 8월6일 열린 청송군 생태 유기순환농업 로컬푸드시스템 구축사업 중간평가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우선, 대형할인점과 대형유통업체로 인한 지역상권의 피해가 너무 커져 가고 있다는 데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역에서 성장한 후에도 그 지역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다수 주민의 경제적, 사회적 삶이 갈수록 더 팍팍해지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 슈퍼와 학교 앞 문방구가 문을 닫게 되면서 언젠가부터 동네 골목경제가 통째로 뿌리 뽑히고 있다. 도농복합 중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유기체적 생활공동체가 급격하게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거버넌스적 운동은 없을까 골몰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지역에서의 이러한 몰락 현상이 기존 사회운동이 제시하고 있는 해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데에 절망감마저 느끼고 있던 시기였다.

더구나 올 연말이면 현재 운흥동에 소재하고 있는 안동시외버스터미널이 송하동에 신축될 시외버스터미널로 이전하게 된다. 터미널 이전은 30여년이 넘도록 지역민의 요구사항이었다. 그러나 옮겨가는 현 터미널 대지에 홈플러스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취재 결과 사실로 확인되면서 분노가 치솟았다. 풀뿌리 민초의 삶을 더 윤택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피와 땀으로 일으켜 세운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다. 그 긴 세월동안 민선 지방자치단체와 의회는 지방화 시대에 걸맞게 지역주민들의 절실한 이해와 요구를 담아내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했는지에 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었다. 혹시나 안동지역에서 만큼은 극소수 지역유지들의 출세 욕구나 채워주고, 밥그릇 다툼장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파단하면 나의 조급함에 불과했을까?

그러던 차에 지역상권보호를 위한 대협유통업체 의무조례 협약과 지역먹을거리(로컬푸드시스템)체계 활성화를 위한 조례 등을 각 후보들에게 질의하고 있는 단체들의 움직임은 나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어느 날 가톨릭농민회안동교구청 강성중 국장이 세미나 참석을 요청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18일 오후 4시, 우람한 청량산 자락이 바로 보이는 도산면 농암종택 앞 강가. 살랑거리는 강바람을 귓불로 느끼며 모터보트를 탔다. 얼마 전 귀농한 가톨릭농민회원 박성호씨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4명의 안동시의회 의원들과 지역NGO 단체 대표들, 급식운동 실무자, 친환경 유기농을 하시는 분 등 다양한 분들이 모인 자리였다. 1박2일 동안 진행된 세미나를 통해 이후「안동로컬푸드연구회」로 명명된 첫 모임이 진행됐다.

첫 번째 세미나는 로컬푸드 시스템의 이론과 실천을 겸비하고 있는 건국대 윤병선 교수의 특강이었다. 한국농촌과 농업의 현재 모습을 통계와 지표를 짚어가며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나가노 市에서 진행된 로컬푸드가 지산지소운동으로 정책화․제도화된 사례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지역에서도 로컬푸드화 정책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대구대 허남혁 박사는 안동지역에서 로컬푸드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모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9월18일 두 번째 연구모임에서는 향후 안동로컬푸드연구회가 추진해야 할 사업방향이 논의되었다. 각계각층 시민단체 대표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학습모임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과 이렇게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과정 속에서 안동지역에 적용이 가능한 조례를 만든다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지역공동체 회복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로컬푸드를 정책으로 성사시켜 내고, 이를 제도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선 주민대표인 시의회와 시민사회진영이 범지역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로컬푸드의 모범지역인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의 김용우 위원장 특강이 개최된 10월1일 연구모임은 회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준 세미나였다. 원주지역내에서 농민들이 생산한 먹거리가 지역 내에서 소비되는 것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향후에는 보장까지 받을 수 있다는 로컬푸드운동의 제도화가 성공할 수 있다니! 안동의 회원들 가슴에 조급증까지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현실과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상기하고 있었다.

계속된 세미나의 정점은 10월12일 청송군 최웅 부군수의 초청특강이었다. 최웅 부군수는 서민들도 친환경농산물을 저가로 사 먹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기초자치단체의 행정책임자가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먼저 자각하고, 청송군이 지닌 자원을 통해 융합형 생태적 유기농산업을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었다. 10월27일 초청된 대구경북연구원 석태문 연구위원은 글로벌푸드에 대항하는 로컬푸드‘운동’이 지금부턴 ‘정책’으로 전환시킬 때이며, 생산자는 얼굴이 있는 농산물을 생산․가공․식품화 하고, 소비자는 지역먹을거리운동인 로컬푸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동로컬푸드연구회는 지금까지의 연구모임을 통해 형성된 작은 공감대를 곧 지역주민들에게 선보인다. ‘로컬푸드 정책실현을 위한 안동시의 과제’ 라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본격적인 로컬푸드운동, 안동지역은 지금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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