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 선포 진지하게 검토할 때
"특별재난지역" 선포 진지하게 검토할 때
  • 경북in
  • 승인 2010.12.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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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범 전 국회 대변인, 일간지 기고문에서 주장

18대 총선(2008.4.9)에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안동총선에 출마했다 패배한 후, 국회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허용범 전 대변인이 이번 구제역이 발생한 안동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자 조선일보 ‘편집자에게’ 오피니언 면에서 허 전 대변인은 이번 “구제역 전쟁은 국가적 재앙이다”고 규정하며 그동안 “청정지역으로 자부했던 지역이 충격이 커 심리적, 경제적으로 초토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경북 북부지역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가공할 전염병의 확산은 국가적 재앙으로 봐야 하며,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과 노력이 시급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문 전문이다.

안동 일대 구제역 특별재난지역 선포해야

지금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제역 전쟁'은 국가적 재앙이면서도 그만한 관심을 언론과 국회, 정부 등으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연평도가 북한의 포격을 당하던 그날은 경북 안동에서 첫 구제역 의심 신고가 있었던 날이기도 하다. 그 후 2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안동에서 기르던 소·돼지 총 16만5000마리 중 10만 마리 이상이 소위 살처분(殺處分), 매장됐다. 10만 마리! 그 엄청난 수의 멀쩡한 가축이 주사 한 방을 맞고 땅에 묻히는 대규모 도살(屠殺) 사태를 안동사람들은 폭격을 맞은 것만큼이나 충격적이고 고통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주말 고향인 안동에 가서 그 '구제역 폭격'의 충격을 실감하고 돌아왔다. 소 주인은 소의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 울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자리를 피한다고 한다. 죽은 소를 위해 밥과 여물을 지어 상 위에 올려놓고 향불을 피워놓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구제역 방역에 총동원된 공무원들은 하루에 1만 마리 이상의 소·돼지를 죽여 땅에 파묻고 있다. 살처분 현장에 다녀와서는 밥도 못 먹는다고 한다. 어미 소와 송아지를 함께 죽여 묻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한 공무원은 말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축 역병이 돌지 않아 '청정지역'을 자부했던 이 지역은 워낙 구제역 사태의 충격이 커 심리적, 경제적으로 초토화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축산의 기반 자체가 붕괴되는 것은 아닌지 주민들은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허겁지겁 축사 근처에 파묻은 10여만 마리의 소·돼지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심각한 환경오염과 분쟁을 불러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인근 예천·봉화·영양·영주·영덕까지 번져 13일에는 의성에서도 발견되었다. 경북 북부지역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이런 가공할 전염병의 확산이야말로 국가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구제역 청정국가라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과 노력, 한마디로 '서울'의 관심이 필요하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도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만 사투를 벌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회 전 대변인 허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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