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이제 책임(구상권)을 논하자
구제역, 이제 책임(구상권)을 논하자
  • 경북인
  • 승인 2010.12.23 10:4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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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영남일보 마창훈 기자

흔히들 ‘동전의 양면과 같다’라는 말을 한다.
백원짜리 동전을 예로 든다면 이순신 장군이 양각된 면과 숫자 100이 양각된 면을 두고 앞과 뒤를 결정해야한다면 어느 면을 앞으로 해야 할까? 어떤 이는 화폐의 용도를 고려해 숫자가 양각된 면을 앞으로 주장할 것이고, 또 다른 이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이순신 장군의 위상을 생각하면 앞면은 당연히 이순신 장군이 양각된 면이라고 반론을 펼칠 수 있다.

뜬금없는 동전 타령으로 서두를 장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동전의 앞과 뒤을 논하기에 앞서, 동전의 앞과 뒤가 존재함에 따라 비로소 완벽한 한 개의 동전이 완성된다는 대목에 주목하자. 즉 하나의 개체에는 서로 다른 개념이 상존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이 다양한 성장배경 과정에서 개개인이 가진 이념과 사상이 서로 같을 수는 없다. 그 연장선상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옳다’ 또는 ‘그르다’와 같은 논쟁거리가 상존한다. ‘빛과 어둠’과 같은 ‘반대’의 개념이거나, 또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과, 또 어떤 창으로도 뚫리지 않는다는 방패를 자랑하는 상인’에서 유래된 ‘모순’의 개념 등이 그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두 개로 분리할 경우 그 가치를 논할 수가 없는 동전과 같은 상황들이 얼마든지 있다.

프랑스에서 파생된 ‘노블리스 오블리쥬’(Noblesse Oblige)가 그렇다. 이 단어는 중세 유럽사회에서 귀족들이 누리는 특권의식에 수반되는 책임과 의무를 뜻한다. 당시 봉건영주들은 왕으로부터 봉토와 함께 이를 경작 관리할 농노를 하사받았다. 또 이 권리를 자손들에게 세습시킬 수 있는 특권까지 누렸다. 하지만 이들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가장 먼저 전장으로 달려가야함은 물론, 최선봉에서 전투를 치러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동시에 졌다. 이렇듯 노블리스 오블리쥬란 동전에는 ‘특권’이라는 앞면과 ‘책임과 의무’라는 뒷면이 모여 하나로 완성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살펴보면 어떨까? 한 마디로 허탈하기 짝이 없다. 자천이나 타천에 의해 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행태가 위험 수위를 넘어도 한참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특권이라는 앞면만 있을 뿐, 책임과 의무라는 뒷면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모양새다. 이미 안동만의 문제가 아닌 범국가적 문제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버린 구제역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구제역 의심신고가 잇따라 상황이 급박하던 이달 초순이었다. 최일선에서 뛰어야 할 지역내 지도층 인사 중 일부가 농산물 수출 상담과 현황 파악 등을 이유로 해외로 출국한 것은 정말 실망 그 자체였다. 더구나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 16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회의에 잇따라 참석해 밝힌 “최종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달 29일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농장주들의 베트남 여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잊을 지경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유 장관이 지칭한 농장주 중에는 지역 축산업계를 대표하는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농장주라고 해도 지탄받아야할 사안인데, 하물며 축산업계 고위인사란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번 구제역 파동을 지켜보면서 울화가 치민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호구지책으로 선택한 업이 기자인 이상, 발생한 현안과 밀접한 거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가슴 저리고 아픈 사연들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어야했고, 또 접해야 했기 때문이다.

타의에 의해 인간의 식탁에 올라야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지만, 산채로 생매장 당한 수많은 소와 돼지들. 그리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생명들을 산채로 묻어야하는 아비규환의 기억들을 떨치지 못하는 후유증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호소하는 공무원과 군경들.

이 외에도 1천억원 이상의 혈세 투입은 물론, 민선 지자체 출범 이후 20여년이나 공들여 쌓아온 안동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도 무너졌다. 더 피부에 와 닿는 것은 구제역으로 인한 지역 축산업의 붕괴에 이어, 지역경제도 외마디 신음조차 흘리지 못한채 주저앉아야하는 현실 등이 안타깝다 못해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이어진다.

이렇듯 장황하게 심경을 털어놓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 안동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구제역이 끝난 뒤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이 가진 권력과 자본력 등을 토대로 특권만 누렸을 뿐, 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간과한 이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비난이나 비방이 아닌 냉철한 비판을 통한 평가로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 모두는 구제역 확산 방지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책임론을 거론할 경황이 없었다. 하지만 구제역에 대해 분명한 인과관계를 따져야 한다. 그래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자를 분명히 가려내고, 이에 따른 인적 물적 손실과 관련한 책임을 물어 반드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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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불감증 2011-02-12 12:12:20
기자 정신이 뭘까라고 정의 한다면..아..바로 이것이..
축협 조합장이라는사람이 발뺌하는듯한 발언으로 일관하는 프로를 봤는데..어안이 벙벙

문제점 2010-12-27 17:36:49
이젠 옛날처럼 일반농가 안에서 가축 기르는 것은 이웃에 피해가 되며 바이러스 전파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계속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다시 줄 수 있다고 볼 수 있게되므로 무조건 앞뒤 분간 없이 재건한다는것은 앞으로 계속 문제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제점부터 2010-12-27 17:35:42
당연합니다. 피해는 있는데 피해자가 없을 수 없으며 원인 제공자와 그리고 축산 산업의 문제점, 고쳐야 할점, 안동 시민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축분 오염과 바이러스로 인한 축산 농가 외의 안동 시민의 피해와 혐오 축산의 시설로 인한 오염 문제점 앞으로의 대책 등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산재해 있다. 당장 발등의 불부터 끄고 나서 하나하나 따져 봅시다. 당장 재건부터라고 들 하는데 재건이 우선이 아니라는게 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