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체계’ ‘정부 조치’ 비판 기사 빛났다
‘방역체계’ ‘정부 조치’ 비판 기사 빛났다
  • 경북인
  • 승인 2010.12.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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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경북인신문 유경상 대표

다수 언론 구제역 확산 보도만 치중 속
소수는 책임과 진단, 대안모색 노력

11월29일 안동시 와룡면 서현양돈단지의 구제역 의심증세가 양성으로 판정이 난 후부터 언론매체들의 보도방향과 구제역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양각색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약 3주일에 걸친 구제역 보도와 관련해 중앙 및 지방일간지들의 기사글을 시간대, 사안별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한국일보(12.2)는 ‘구제역 늑장 살처분, 초기대응 실패’ 제목의 기사에서 “11월26일 돼지 의심증상을 신고 받았으나 이틀 지난 28일에야 축사 관리자와 돼지 이동 제한 조치를 내렸고, 구제역 발생농장의 주인이 다른 곳에 운영하는 축산 시설은 초기 방역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내놨다.

축산농가 대표가 검역 소홀
한국농정신문(12.6)에서는 충격적인 기사가 나왔다. ‘베트남 다녀온 축협조합장?농가 소독 안받고 입국’ 제목에서 “축산농가 2명을 비롯해 30여명의 사업자들과 단합대회차 베트남에 다녀온 안동봉화축협 권모 조합장이 11월7일 새벽 4시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검역절차를 밟지 않고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그 경위에 대해 “짐을 가지러 갔다가 소독받는 걸 잊어버리고 나오게 됐다”는 것. 또 기사에 따르면 “입국한 당일 오후 자신의 농장에 들어가 있을 했고, 공항 검역당국으로부터 농장에 들어가지 말라는 전화연락을 받았으나 계속 농장에서 일을 한 것으로 전했다”고 밝혔다. 1차 구제역이 터진 권모씨는 “방역을 거부한 것이 아니고 실수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사는 “축산농가의 이해를 대변해야 할 축협조합장이 국경검역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 신문에 따르면 “1차 발생농가인 권모 씨에 따르면 이웃한 양모 씨의 농장에서도 20일경부터 새끼돼지가 집단 폐사한다는 소문을 전해 들었다고 본지에 밝혔다”는 것. 즉 경북 가축위생시험소 관계자는 “양모 씨가 23일에 신고를 해서 찾아갔다. 새끼돼지는 보여주지 않았고, 큰돼지만 보니 4마리가 못 일어나더라. 입을 묶으니 일어나기에 큰 병이 아니라고 판단해 돌아갔다. 이틀 뒤 양 씨에게 전화해보니 호전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26일에 (권씨, 김씨의) 의심신고를 받고 불안해서 양 씨에게 다시 연락하니 그 때도 호전됐다고 했다. 그런데 구제역이 발견되고 역학조사 과정에서 양 씨의 농장에 집단폐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추가설명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뒤늦게 양 씨 농장의 집단폐사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미 양 씨 농장의 돼지들은 살처분되어 땅에 묻혔고, 결국 양 씨 농장에 구제역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1차 발병에 대한 논란과 함께 낮은 윤리의식에 대해 책임추궁이 추후에도 계속 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안보사태 버금, 충분예산 확보에 분주
정치권의 부산한 움직임과 지적도 계속됐다. 매일신문(12.10)에 따르면 9일 국회에서 ‘구제역 관련 농수산식품부장관 등 정부와 긴급 간담회’가 열렸다. ‘초동대응 잘못해 사태 키웠다’라는 제목 기사는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은 구제역에 걸린 소를 두고 안동에서 처음에는 장염으로 판정했다가 3일이나 지난 뒤에야 구제역으로 발표했다며 구제역 발병 초기 대응에 문제점을 지적했고,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은 초동 대응을 위한 상비 전문가 조직 구성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구제역은 초기 대응을 철저히 진행할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군·경이 투입되더라도 보초만 서도록 돼 있어 살처분된 가축을 묻는 사람과 묻을 땅이 없어 곤란을 겪고 있다고 재차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12.10)에서는 김광림 의원측이 “간담회 참석자들은 구제역 발생시 강력한 초기대응책 마련과 함께 방역작업과 피해지역 상수도 공급 등을 위한 충분한 예산 반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나타냈다”고 밝혔다고 전달했다.

‘다방농민’이냐, ‘다방공무원’인가
한편, 12월12일 기사에서 연합뉴스는 ‘첫신고는 접수도 안해, 2차신고는 간이검사 뒤 종결’ 제목으로 “11월29일 최초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 ‘안동 구제역’과 관련, 그 이전에 최소 2차례 의심신고가 있었는데도 관련 당국이 정밀검사를 의뢰하지 않는 등 졸속으로 대응”했고, “최초 의심신고에 대해서는 의심신고 접수대장에 기록조차 하지 않았고, 이후 재차 축산농가에서 의심신고를 제기했는데도 정밀검사 없이 간이검사만 거친 뒤 음성 판정이 나오자 구제역이 아니라고 단정하고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 비판했다. 축산농가의 최초 의심신고로부터 5∼6일이 지난 뒤인 11월29일에야 구제역 판정이 남으로써 그 기간 구제역 바이러스가 무방비 상태에서 인근 지역으로 확산될 수도 있는 방역 공백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매일신문(12.13)은 사설(안동시의 구제역 늑장 대처 문책해야)을 통해 “초동 대처만 제대로 했다면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최초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 닷새 만에 구제역 발생을 공식화함에 따라 방역 작업이 그만큼 늦어져 구제역 확산을 방치한 꼴이 됐다”고 규정한 뒤 “안동 구제역을 교훈으로 삼아 구멍이 난 비상 방역 체계를 재점검하고 매뉴얼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아울러 초동 대처에 늑장을 부린 관련자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려 복지부동 공무원들이 경계토록 해야겠다”고 주문했다. 농민신문 또한 13일 사설에서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을 교육하라’고 재차 언급했다.

구제역의 총론적 책임 부분을 놓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경향신문(12.17)은 실명 기고자 시론에서 ‘구제역 확산은 다방공무원 탓’ 제목을 달고 “(구제역의) 가장 큰 원인은 농민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직무유기와 도덕적 해이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시론에 따르면 “안동시는 11월23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왔지만 농장관리자와 돼지의 이동제한, 수의과학검역원 통보 등의 방역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안동시는 간이 키트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예찰에만 주력했다고 한다.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11월28일이 되어서야 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안동시의 이러한 변명은 농식품부의 지침을 명백하게 어긴 직무유기에 해당된다”며, “구제역 확산은 ‘다방 농민’ 탓이 아니라 ‘다방 공무원’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구제역을 확산시킨 정부의 모럴 해저드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설상가상으로 12월17일 매일신문은 ‘안동 농·축협 조합장 구제역 나몰라라’ 기사에서 “구제역과의 전쟁에 가장 앞서 뛰어야 할 안동지역 농·축협 조합장들이 해외 출장과 조합장 선거 돈 살포 혐의, 검역 무시 등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고 질타했다. 즉 “경북농협수출협의회장인 A조합장과 또다른 농협의 B조합장 등 안동지역 조합장들은 11월29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연일 구제역 의심 가축이 나타나는 등 비상상황인 이달 1일부터 5일 동안 수출상담과 유통현황 파악 등을 이유로 대만과 홍콩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이 해외 출장길에는 이들 안동지역 조합장 2명을 비롯해 경북지역 농협 조합장 16명과 직원 1명 등 모두 17명이 2천600만원의 예산으로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것.

괴로운 안동, 근본대책에 나서야
또한 18일자 기사에서는 ‘안동은 괴롭다’ 제목으로 “구제역이 경북을 벗어나 전국적인 문제로 불거지면서 안동·안동인들이 어딜가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반 안동' 정서가 전국적으로 팽배해지고 있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안동', '건강도시 안동', '청정 안동'이라는 지역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한 뒤 “안동 구제역이 외부로 빠져 나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연일 2천여 명에 이르는 공무원과 경찰, 군인, 시민 등이 참여해 방역작업과 가축 매몰작업에 밤낮없이 나서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매몰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구제역 차단에 가장 빠른 대책이기에 쓰러지고, 다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누구하나 불만없이 묵묵히 구제역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영남일보(12.20)는 사설 ‘ 경기도 구제역 진원지가 안동이라고?’을 통해 “정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은연중에 흘리고, 대다수의 언론 매체들도 '구제역 전국 확산'이란 관점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큰 우려를 나타냈다.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을 직접적인 역학관계가 확인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안동의 구제역이 번져간 것으로 단정하는 태도는 불만이다. 경기도 구제역을 마치 안동 구제역의 확산으로 단정하는 것은 경북의 축산을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처사다. 정부도 구제역의 감염경로를 확인하면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구제역의 진원지라고 실컷 떠든 뒤, 나중에 바로 잡는다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는다. 경북의 구제역 감염은 70여년 만에 처음 발생한 사건이다. 축산농가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함부로 결과를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12.16)는 ‘국회에 발 묶인 구제역 예방법’ 을 통해 “책임 소재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 1월(경기 포천)과 4월(인천 강화)에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농장주를 통해 유입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6월 국회에 제출했다. 농장주가 해외여행 신고를 하지 않거나 공항에서 소독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은 당시 이것만 제대로 되면 구제역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런데 그 법안이 6개월째 국회에서 잠을 자는 사이 또다시 구제역이 터졌고, 농가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애꿎은 가축이 17만 마리나 희생된 사태의 책임은 국회의원이 져야 한다”며 기자칼럼을 썼다. 또한 “전염병 확산과 피해 정도는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이나 사회적 인프라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구제역 파문은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던 후진적 면모를 속속들이 들춰내고 있는 셈이다.

안동을 비롯해 전국 축산농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제역 전쟁’은 국가적 재앙에 버금간다. 자식처럼 키우던 가축들을 한꺼번에 산채로 죽여 매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농민들의 심정은 연평도 폭격만큼이나 충격적이고 참혹할 수 있다. 정부와 관계 당국은 물론 정치권에서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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