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곡리 암각화"
"수곡리 암각화"
  • 편집부
  • 승인 2021.11.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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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시 : 안상학 시인

안동산불 현장 둘러보며 시를 쓰다

산불현장에서의 '새롭고 낯설고 놀라운 풍경과의 동행'

지난 10월2~3일 1박2일 일정으로 남부산림청이 주최하고 모천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한 산불인문학기행이 열렸다.

이하석, 안도현, 송재학, 안상학 등 전국의 유명 문인 등이 빈소 같은 안동 산불 현장을 찾아 '새롭고 낯설고 놀라운 풍경과의 동행'이란 부제를 갖고 문인의 눈으로 산불을 재해석했다.

안상학 시인이 산불 현장을 둘러보며 느낀 마음을 표현한 시다.

안상학 시인

수곡리 암각화

                                          안 상 학

 

안동, 하고도 임동면 중평, 수곡, 망천

신축년 우수 무렵 산불이 휩쓸고 지나갔네

삶터는 그을렸고 나무들은 선 채로 빛을 잃었네

불과 오십년 전 민둥산 푸르게 성장한 숲을 앗기었네

잿더미 속에서도 봄풀은 돋아나 가을꽃으로 핀 자락

또 다른 오십년을 또 피고 져야 제 모습을 찾을까

 

검은 상복을 입은 나무들이 솟대처럼 앙상하게 서 있는 아랫녘

너럭바위 수곡리 암각화

화마에도 살아남은 선사 흔적들

그 옛날

열 두 구멍에 꽂혀 있었을 솟대들은 어떻게 사라져갔나

두런거리는 발자국을 찍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말발굽 자국을 남기고 백마 탄 사내들은 어떻게 죽어갔나

아득한 옛날 무슨 불길이 휩쓸고 갔길래 자취만 남았는가

검은 이끼 낀 별자리, 말들이 사라진 윷판

하늘에 고하던 인간의 꿈은 무엇이었던가

역사의 화마에 사라져간 인간들의 자취만 남은 폐허

몇 억년이 흘러야 원형을 되찾을까

어느 세월 솟대는 또 아득하게 솟아날까

 

신축 산불 폐허에서 선사의 꿈을 다시 그려보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복원의 무한 유구한 순환을 달리는데

인간의 유한 필멸의 흔적을 더듬는 눈길에 검은 재만 날리네

이 가을 숯검정 속에서 구절초는 더욱 희게 피어 있는데

잔대 꽃 보랏빛 종소리는 이렇듯 향기로운데

 

안상학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남아 있는 내일은 모두가 내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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