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대한 단상"
"길에 대한 단상"
  • 최성달 (작가)
  • 승인 2011.01.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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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 최성달 (작가)
 

단상1.

몇 해 전부터 관념 속 심상을 지배하는 생각들 중에 문득문득 ‘길’이라는 의미가 가슴속에 화두처럼 다가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 중 인간 삶의 영역이어서 형이상학적일 수밖에 없는 물음들에 대해서는 차지하고라도 우리 주위에 무수히 널려 있는 길을 어떻게 하면 실체적 대상으로 전환하여 산업화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곤 했다.

단상2.

길을 산업화한다는 말이 언뜻 성립할 수 없는 모순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람을 유인하는 매력이고도 유효한 수단이라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야고보가 1천년 전 복음을 전하고자 걸었던 스페인 산티아고 길은, 스페인의 원형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투우 경기만큼이나 유명하여 매년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복덩어리가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의 예만 하더라도 도법스님이 산림청 예산으로 시작한 ‘지리산 둘레길’은 향후 이 길과 연관된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등 5개 시군과 16개 읍면 80여개 마을이 50년 100년 후에까지도 먹고 살 수 있는 원천적 소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여자의 열정과 아이디어로 탄생한 올레길은 제주도의 그 많은 유명 상징성을 제치고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 마크가 되었다. 올레길 가고자 제주도를 가고, 제주도 하면 올레길이 먼저 떠오른다면 이건 분명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만 기적은 이미 길 속에서 예비되어 있었다.

단상3.

내가 여러 자리에서 한두 번 한 말이 아니지만 길속에 기적이 숨어있다고 한 까닭은 길이 갖고 있는 종합성을 두고 한 말이다. 가령, 내가 근무하고 있는 마애선사유적전시관의 예를 든다면 인근에는 풍납교가 건설되면서 하아그린파크가 곧 들어설 예정이고, 마애솔숲과 생태학습관이 건립되어 있으며 샌드 파크의 개장이 계획되어 있고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망천을 중심으로 강 따라 문화가 흐르는 생태관광의 새로운 모델이 제시될 전망이다.

단상4.

그러나 아무리 마애선사유적전시관이 유명하다고 해도 생태학습관과 낙암정, 낙강정, 산수정과 이로당을, 마애석불과 검암습지를 품을 수 없고, 김방경을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건 연결성이 아니라 산재되고 개별적 대상으로 파악해야하는 따로따로의 실체성이다. 우리가 언제까지나 유형 문화유산이나 이름난 경관지 중심으로 지역문화를 파악하고 홍보하려는 단편성에 머물러 있는 한 종합선물 세트를 개발하여 값비싸가 판매할 수는 없다.

단상5.

이 따로따로 실체성을 종합하려면 지역의 문화역사 관광의 대표주자를 유형적 문화유산 중심이 아닌 길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문화재며 경관을 모두 품을 수 있는 길을 개발하여 홍보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길다운 길은 주위의 것들을 흡수하고 주워 담아 품을 것들을 더욱 빛나게 한다. 연접성만 확보되면 역사와 문화, 유무형 문화재와 천연기념물을 연결하는 것으로 하나이 훌륭한 길이 탄생하는 것이다. 길은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있고 포함할 수 있는 길이, 길이 되어야 한다. 이 시대의 트렌드는 웰빙이다. 보기 위해서 걷는 것이 아니라 걷고자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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