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풍경 - 임하댐 수몰지의 꿈나무
그때 그 풍경 - 임하댐 수몰지의 꿈나무
  • 김복영(사진작가)
  • 승인 2021.11.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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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 중평 860627학교 파하자마자 멱 감고 골부리 줍고 하루가 바쁜 녀석들의 모습에는 지친 기색이 없다.

임동 중평 860627

학교 파하자마자 멱 감고 골부리 줍고 하루가 바쁜 녀석들의 모습에는 지친 기색이 없다.

임동 맛재 870809
동네 우물가에 모인 아이들도 어른들 마냥 두런두런 할 이야기가 많다. 
누구네는 이사를 갔고 누구는 방학을 맞아 서울 친척집에 갔다더라.

임동 맛재 870823
임동국민학교 1학년 박무창. 
밤톨머리의 소년이 제법 야무지게 연필을 쥐고 방학숙제에 여념이 없다. 
친구들과 멱 감고 실컷 놀다가 얼마 남지 않은 개학에 마음 급하게 숙제를 하고 있다. 
옆으로 멋쟁이수채물감과 붓, 팔레트가 놓인 것으로 보아 국어숙제와 미술숙제를 한꺼번에 해치우는 신공을 발휘하고 있다.

임하 사의 870509

동네 아이들이 약속 없이 모일 때면 십중팔구 우물가나 구판장 앞이다.

언니 오빠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만 기다리던 꼬맹이도 우물물을 긷고 집으로 나서는 아낙의 옆모습도 그림같이 평화롭던 그때 그 모습

길안 용계 8510

추수기의 시골마을에는 고사리 손도 큰 살림밑천이 된다.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아이는 묵묵히 빨랫감을 나른다. 
맵짜고 야물게 일손을 거들던 아이는 지금쯤 어느 동네에 살고 있을까?

임동 중평 870102
추수기의 시골마을에는 고사리 손도 큰 살림밑천이 된다.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아이는 묵묵히 빨랫감을 나른다. 
맵짜고 야물게 일손을 거들던 아이는 지금쯤 어느 동네에 살고 있을까?
문 닫힌 ‘가라우케’ ‘노래하는 집’이라 광고하는 맥줏집과 동화슈퍼. 
아이들은 정초부터 마실을 나왔다. 
겨울방학은 길고 오락거리가 없는 아이들은 마을 곳곳을 누비며 다녔다.

임동장 871220 
겨울 장터의 아이들은 하릴없이 담벼락에서 해바라기를 하거나 튀밥 깡통처럼 줄지어 있다.

임동 한들 880214
정갈한 마당, 댓돌 옆에 나란히 놓인 고무신. 
그 고무신처럼 나란히 앉은 형제의 모습이 정겹다.

지례길산국민학교 910219
지례 간이학교에서 1945년 정식 개교한 길산국민학교의 마지막 졸업식. 
임하댐으로 물속에 잠길 학교를 뒤로 하고 송사도 답사도 없이 학교를 떠나는 42회 졸업생 3명의 모습이다. 
아우들 하나 없는 졸업식에서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착잡한 마음 이를 데 없었다.

지례길산국민학교 910219

담임 김수락 선생님과 과학자가 되겠다는 최종렬, 축구선수가 꿈이라던 김경일, 간호사가 되겠다는 이후남. 
운동장 화단가에 앉아 마지막 졸업 기념사진을 남겼다. 
교실에 붙여둔 ‘앞날의 성공과 영광을 빈다’는 선생님들의 응원처럼 세 친구는 그렇게 잘 지내고 있겠지?

 

* 이 기사는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의 계간지 『기록창고』 12호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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