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독초일까? 약초일까?
고사리, 독초일까? 약초일까?
  • 경북인
  • 승인 2011.01.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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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이야기>부부한의원 김봉현 원장

 

중국인은 네발달린 것은 책상빼고 다 먹는다고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빼고 다 먹는다고 할 정도로 그 광활한 땅에서 모든 것이 음식재료라는 것을 빗대어 그렇게 표현하였다. 일본사람들은 생선회를 좋아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일 뿐아니라 서양에서조차 스시나 사시미는 일식의 대명사로 통용되고 있다.
외국에서 보는 한국인의 음식문화는 어떠한가? 외국인이 한국의 음식문화를 보고 흔히 ‘한국인은 나물의 민족’이라고 한다. 즉, 산에서 나는 풀이나 나무의 줄기, 뿌리, 열매, 잎을 먹는 지혜를 가졌다고 해서 붙인 별명이다.

그런데, 언젠가 나물의 민족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을 조사하던 미국의 식물학자가 한국 사람들이 고사리를 즐겨먹는 것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못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고사리가 독초로 분류하기때문에 소나 동물들의 사료로도 주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데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즐겨먹는 것을 보고 놀란 것이다.

실지로 고사리 순에는 청산이 들어 있어서 곤충이나 벌레가 먹으면 중독을 일으키게 하거나 죽게 만든다. 즉, 고사리의 어린 순이 포자를 퍼트릴 수 있도록 하여 종족보존을 유지의 본능으로 그러한 독을 품게 된 것으로 식물학자들은 해석하기도 한다. 또한, 고사리의 성숙된 잎을 짐승이 먹으면 비타민 B1을 파괴하는 특수물질이 들어 있어서 비타민 B1결핍으로 말이나 소가 주저앉는 병에 걸린다. 그래서, 옛날 미국의 카우보이들은 고사리밭을 피해서 소를 몰고 다녔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이런 독초를 먹으면서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한국의 어머니들의 지혜에서 찾을 수 있다. 고사리를 삶아서 재를 뿌려서 청산을 중화시킨다. 즉, 재의 알칼리성이 청산의 산성을 중화시킨 것이다. 또한, 고사리를 말렸다가 물에 불려서 삶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고사리의 남은 독성분이 해독된다는 사실을 터득했던 것이다. 즉, 고사리에 열을 가하여 발암성분인 브라켄톡신과 비타민 B1파괴인자인 아노이리나아제를 분해시킨 것이다.

이러한 우리 조상의 지혜는 흉년의 궁핍함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흉년에 식용으로 대용할 수 있는 식물을 구황식물이라고 하는데, 조사된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 야생하는 구황식물은 총 851종이며 흔히 농촌에서 구할 수 있는 304종이라 하니 눈이 보이는 모든 것이 구황식물이 되는 셈이다. 어쩌면 우리 선조들의 궁핍함이 고사리의 독을 제거하는 방법을 터특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실지로 동의보감에서도 고사리에 관한 구절을 찾을 수 있다. 고사리를 한의학에서는 ‘궐채(蕨菜)’ 혹은 ‘궐기근(蕨其根)’이라고 한다. 고사리는 12경락(經絡) 중 간경(肝經)· 신경(腎經)에 작용하며, 간과 신장의 습열(濕熱)을 없애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장을 윤택하게 한다. 차가운 성질이 있어 성욕을 억제시키며, 정신을 맑게 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선비나 수도하는 사람에게 좋은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산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과 칼륨 등 무기질 성분이 풍부하여 치아와 뼈를 튼튼해지게 하고 혈액을 맑게 하여 성장기 어린이와 각종 공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고사리의 독을 제거하고 쓸 줄 알았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덕분에 우리는 고사리가 들어간 비빔밥이나 육계장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고사리를 약초로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고사리를 비롯해서 수많은 약초속에 들어있는 선조들의 지혜와 경험들은 겉보기에 독초인 것처럼 보여는 것조차도 약초로서 질병치료가 가능케 만든 소중한 과학적 지식으로 우리의 핏속에 전해져 흘러내려온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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