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궁금합니까?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궁금합니까?
  • 안상학
  • 승인 2011.01.31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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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나눔, 사랑과 희생의 화신 몽실이를 닮아야

▲ 안상학(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사무처장, 시인)
금세기 최고의 동화작가 권정생이 안동에서 살았다는 것을 아는 안동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07년 5월 17일 대구가톨릭병원에서 임종하자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세간의 이목이 안동의 어느 한갓진 마을의 오막살이에 집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그를 잘 몰랐던 안동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 권정생이 살았다는 것에 더 놀라워했다. 권정생은『강아지똥』,『몽실 언니』등 주옥같은 저서 45종을 남겼다. 이 모든 책들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독자층도 아이에서 어른까지 다양하다. 우리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단연 앞자리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권정생은 1937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났다. 해방이 되고 이듬해 4월 귀국하여 부모님의 고향인 안동시 일직면 광연리 근처 마을인 조탑리에서 살았다. 두 번의 전쟁을 겪으면서 교육의 기회를 잃었으며 전신 결핵을 앓은 후유증으로 평생 시달렸다. 다섯 평 남짓한 작은 집에서 병마와 씨름하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가 평생 화두로 삼은 것은 전쟁이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며 살아갈 수 있는 것,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대접 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 아이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착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통일된 세상에서 민족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평생 간직했다. 그러나 그는 많은 전쟁세대들처럼 통일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는 어린이에게 둘려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는 유언장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12억여 원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유언집행권자로 지목된 정호경 신부, 최완택 목사, 박연철 변호사는 권정생의 유언에 따라 재단법인을 설립해서 사회에 내놓았다. 재단은 권정생의 유언에 따라 남북의 소외된 어린이들, 세계 분쟁지역에서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재단 설립 이후 만 2년이 되었다. 지원 사업으로는 그동안 농촌소외지역 공부방 도서지원 사업, 독서지도 사업, 북한 어린이들에게 우유, 급식지원 사업, 결핵환자에게 치료약 지원 사업, 평양어린이사과농장 조성 사업을 펼쳐왔다. 일반 사업으로는 인세관리, 추모제 등을 하고 있다.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경북 안동시 명륜동 317-1번지)은 2009년 1월 9일 주무관청(문화체육관광부)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았다. 현재 조직은 이사장은 최완택(민들레교회 목사), 이사 박연철(변호사), 강정규(작가), 이현주(목사), 상임이사 최윤환, 사무처장 안상학, 사무간사 장재숙이다. 감사는 안길성(회계사), 최숭근(신부)로 구성되어 있다.

재단 설립 이후 조직 활동가의 한 사람으로 일하며 권정생을 사랑하는 전국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격려를 받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정작 재단이 있는 안동 사람들 중 일부 왜곡된 반응이다. 싸늘하다. 그들은 권정생과 가까웠던 사이라고 생각한다.

재단은 권정생의 법적인 인격이다. 권정생과 다르지 않다. 권정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일단 여기에 동의해야 한다. 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순전히 3인의 유언집행권자들의 몫이다. 그 밖의 사람들은 권리가 없다. 그들의 뜻에 따라 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작가회의나 문인협회가 개입할 입장도 아니다. 아무리 권정생과 뜻을 같이 했고 친분을 쌓았다고 해도 개입할 여지가 없다. 3인에게 권정생이 맡긴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뜻이 권정생의 뜻인 것이다. 직원들도 이 3인의 뜻에 따라 고용된 자연인일 뿐이다. 그들이 작가건 시민운동가이건 상관없다. 그들의 개인적인 이력이 재단을 가늠하는 잣대가 아니다. 재단은 권정생을 대신하는 인격체일 뿐이다. 달을 볼 일이지 손가락은 없는 것이다.

재단은 안동에 있다. 앞으로 지역과 연대해서 할 일도 많을 것이다. 권정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같다면 합심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같이 갈 일이다. 작은 것에 눈이 멀어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권정생은 우리 안동 사람만이 소유하기에는 너무 크다. 전국의 수많은 독자들의 눈과 손길을 의식하며 대승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뿐 만이랴. 세계의 어린이들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안동 사람들도 여기에 함께하는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 기득권을 생각하는 순간 권정생의 뜻과는 멀어진다.

재단은 권정생 선생의 유의를 따르는 사업을 중심에 둘 것이다. 더불어 안동을 찾는 수많은 독자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 중 하나가 권정생어린이문학관 형태의 『강아지똥 동화나라(가칭)』설립이다. 현재 국비 10억, 시비 12억, 도비 3억, 도합 25억 예산이 섰다. 안동시가 건립을 하여 재단이 위탁관리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그 장소는 권정생이 살던 마을(일직면 조탑리)에서 십리 밖에 있는 일직남부초등학교(일직면 망호리)가 유력하다.

이곳은 공교롭게도 권정생의 대표작인『몽실 언니』의 주무대가 되는 노루실이다. 몽실이가 아버지 정씨와 북촌댁, 이복동생 난남이와 함께 살며 한국전쟁의 고통을 견딘 현장이다. 이런 인연이 깊은 곳에 재단과 동화나라가 깃들인다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살던 집이 있는 곳은 원형을 보존하고 싶기 때문에 차선의 장소를 찾은 것이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경향각처에서 권정생 선생 살던 집과 재단 유품전시관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에게 권정생의 문학과 삶의 자취를 아름다운 이야기와 더불어 제공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살던 집이 있는 조탑마을과『몽실 언니』의 주무대인 노루실, 『한티재 하늘』의 주무대인 일직면 명진, 평팔 일대를 아우르는 곳의 중심의 될 것이다. 유품전시관, 작품 속에 나오는 생태체험학습장, 세계의 동화를 일별할 수 있는 전시관 등으로 채워질 것이다.

권정생 선생은 많은 재산을 남겼다. 지금도 매년 1억 5천 정도의 인세가 발생하고 있다. 이것을 관리, 운영할 수밖에 없는 틀이 재단이다. 사회적 공기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권정생 문학과 삶의 정신을 배우고 익히며 나누는 틀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안동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권정생의 그늘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한다면 이미 권정생을 부정하는 격이 된다. 용서와 사랑, 나눔과 희생을 실천한 몽실이의 삶을 되새겨볼 때이다.

(안상학.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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