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내가 했다’
‘서로 내가 했다’
  • 유경상 기자
  • 승인 2011.03.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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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장보기 3천명 유치, 金·權 공로 다툼

구제역 사태로 무너진 안동경제를 되살리자는 안팎의 범시민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지역 정치권에서만은 공로(功勞) 다툼이 발생해 때 이른 총선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좌) 김광림 국회의원.  우) 권오을 국회사무총장

지역재난이 발생한 만큼, 이를 극복하는 대장정에 모두 참여하자는 것이 공통분모이다. 그 방법 중 하나는, 누군가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대도시에 살고 있는 출향인, 시민단체나 직능단체 회원들이 대규모로 직접 방문하도록 유도해 내고, 이들의 구매, 관광, 식사, 체험을 지역경제 살리기로 연계시켜 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치는 않았지만 구제역으로 실추된 안동 이미지 개선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단 타지 방문객이 북적거리면 지역주민들이 활력과 자신감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전반의 계획과 진행활동을 전파하는 역할은 언론매체가 담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김광림, 권오을 상호간에 신경전이 돌출된 건 신문기사의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일명 ‘안동경제 회생’ 또는 ‘안동회생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안에 대해 대구경북 양대 일간지인「매일신문」과「영남일보」의 기사가 다르게 인쇄되고 있다.

‘내가 해온 일’ 가로채는 건 반칙?
문제의 발단은 지난 3월 4일자 영남일보 1면 톱기사이다. 영남일보에 따르면 “서울의 시민사회단체와 직능경제단체 회원이 3월 19일 3천명 규모의 ‘희망의 구매사절단’을 안동에 파견한다”고 보도하며 기사 말미에 “이 행사를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이 적극 추진했다는 후문이다”고 게재했다. 이어 5일자 사설에서는 “이날 행사는 고향의 참담한 현실을 가슴아파한 안동출신의 한 정치인이 적극 추진했다”고 서술했다.

그러자 즉각 김광림 의원실에서는 “정말 어이가 없다. 지난해 12월 27일 중소기업청에 시장투어를 최초 요청한 후, 이를 담당하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문상주 총회장)에 ‘재래시장 살리기운동’ 유치협조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즉 1월 중순까지 이 논의를 실제 해 온 것은 김광림 의원실 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김 의원측은 3월 6일자로「외지 방문객 유치로 안동경제 회생의 불 지핀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한 그동안 진행해 왔던 ‘안동경제 회생 프로젝트 현황’과 2월 11일 발송한 ‘안동방문ㆍ특산품 구매요청 호소문(3785통)’을 공개했다.

이에 7일자 매일신문 2면에는 “김광림 국회의원의 ‘안동경제 회생’ 노력이 여러 기관ㆍ단체의 안동 특산품 구매, 전통시장 방문행사 개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이 “‘안동경제 회생을 도와 달라’는 호소문을 보내고 각종 단체에 지원을 요청한 결과 19일 대규모 시장구매단이 안동을 찾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내용인 즉 이번 행사는 이미 작년 12월부터 김 의원실이 추진해 왔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는 김광림 의원이 공(功)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권오을 총장측의 설명은 다르게 나오고 있다. “두 달 전부터 권 총장이 금창태 재경안동향우회장, 문상주 총회장, 이갑산 상임대표와 논의를 진행해 온 일이다. 원래는 포항지역 방문이 계획됐으나 어려운 안동경제를 감안해 변경된 것”이라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안동을 돕기 위한 사안인 만큼 일이 우선이라고 일축했다.

신경전 이어 여론전... 지역이 우선이다
실제로 김 의원측은 안동지역이 구제역으로 막대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해 왔다. 지난 6일에는 김광림 의원의 모교인 한국생명과학고(옛 안동농림고) 동창회원 등 500여명이 안동을 찾아 장보기 행사와 하회마을 관람 등에 나섰다. 이에 김 의원측에서는 지난해부터 내년 19대 총선에 출마를 하겠다고 작심한 권오을 총장이 지역민심을 염두에 두고 ‘반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권 총장측에서는 이기택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박인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 등이 참석하는 걸 볼 때 당연히 오랜 인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역 전·현직 국회의원 사이에 안동지역 경제살리기 운동을 놓고 신경전에 이어 여론전까지 벌이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방일간지를 벗어나 중앙일간지 보도양태까지 정반대의 보도가 빚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양측의 주장이 부딪치는 가운데 시민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힘 있는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안동경제를 살리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낙관론에서부터 “유권자를 둘러싸고 정파적 격돌을 벌이는 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를 더 힘들게 한다”는 경계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편 아무리 살벌한 정치판에서 경쟁을 하는 사이라도 원칙과 도의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누가 먼저 계획을 세웠고, 누가 역할을 더 많이 했는가 라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여론매체를 통한 선점과 마케팅이 또 ‘하나의 사실’로 비쳐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부터 사사건건 신경전으로 쌓여 온 양측의 갈등이 여론전으로 상승하고 있다. 어려운 지역경제를 극복 하는 게 우선이라는 전체 시민여론에 따라 일단락으로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별로 하지 않은 일을 가로채었다, 아니다’는 사실 관계의 시비로 번질 가능성도 농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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