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축산과 유기경종 결합이 진짜 생태축산"
"유기축산과 유기경종 결합이 진짜 생태축산"
  • 권기상 기자
  • 승인 2011.03.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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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기축산농으로 한우 키우는 이태식 안동가톨릭농민회 부회장

구제역 발생 100일을 지나는 가운데 다양한 해법들이 나오고 있다. 구제역으로 안동지역은 가축 17만4천여 마리 중 14만4천여 마리가 살처분과 함께 매몰됐다. 전반적인 축산업의 붕괴로 지역경제기반은 허물어졌고 서민들의 생활은 옥죄이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안동시는 축산농 및 각계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축산재건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구제역으로 침체된 안동축산업 재건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과 연구용역 발주 및 효율적인 방역체계 구축,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 축산시설 개선을 통한 친환경 축산농 양성 등의 발전계획안을 만들기 위해 고심 중 이다. 안동시의회에서는 구제역 극복과 안동축산재건지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친환경 생태 축산에 대한 논의와 대책수립에 여념이 없다.

최근 이러저런 대책들 속에서 친환경생태축산이 회자되고 있다. 이속에 안동시나 안동시의회에서는 안동시 도산면에서 유기축산을 하고 있는 이태식(54세) 가톨릭농민회 부회장의 농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생태축산대책의 일부 방식을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 이태식 한우농장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언덕에 120평 남짓 남향으로 소 운동장을 갖춘 우사가 자리잡고 있다

생태축산 보다 경축순환농업이 우선
지난 3일, 도산면 온혜초등학교 인근 집에서 만난 이태식 부회장은 바쁜 일정 속에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유기축산은 일일이 사람의 손길을 필요해 인터뷰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집 건너편 마주보이는 언덕 농장까지 걸으며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길목 입구나 마을 어귀에는 구제역을 막기 위한 흔적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이 부회장은 이번 구제역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유기축산 소가 면역력에 강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한다. "경북북부지역에는 30~40개 농가가 유기축산을 하고 있고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감염은 없었지만 질병관리구역에 묶여 살처분 당한 곳이 많다"며 무조건적 살처분 효과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토로했다.

언덕을 오르기 전 다리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안동시의 축산재건 정책에 대해 그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친환경 생태축산이 어떤 의미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너무 정치적이다 보니 실현성이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기업농 축산을 위한 대책들이 앞서고 있는 현실에서 전체가 생태축산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며 말을 이었다.

"생태축산보다 경축순환농업을 활성화시키고 자격과 시스템을 만들어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지역의 산물로 혼합사료를 만들어 가축 사육비를 낮추고, 발생한 분뇨를 퇴비로 이용해야 한다. 지역 또는 소규모 농가단위의 유기축산과 유기경종(耕種)의 결합으로 일정구역 내에서 원자재를 충당해 환경 부하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숨을 가다듬었다.

▲ 먼지덮인 카세트라디오 우사 한켠에 먼지 덮인 카세트 라디오에선 귀에 익은 클래식음악이 흘러 마음을 가라 앉혔다.

건재한 모습에 그냥 고마울 따름
우사는 집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 있어 한산했다.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비탈진 언덕에 남향으로 운동장을 갖추고 있었다. 유난히 춥고 바람까지 매서웠던 겨울, 한겨울을 더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던 구제역을 이겨낸 누런 한우들이 큰 눈을 껌벅이며 손님을 맞았다. 아무 일 없듯이 건재한 모습에 그냥 반갑고 고마웠다.

우사 한켠에 먼지 덮인 카세트 라디오에서 클래식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를 비집고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빛에 몸을 부비는 소들이 한가로웠다. 구제역으로 초토화되고 난리가 터진 세상과는 멀게만 느껴졌다.

▲ 사료배합기 번식우, 육성우는 쌀겨와 보리겨, 미량의 영양제인 광물질, 미생물 등을 혼합한 사료를 배합기에 일일이 넣어 만든다.
이 부회장은 2008년 우사를 짓고 송아지를 입식했다. 1년 동안 준비과정을 마쳐 2009년 유기농축산을 인증 받았다. 유기축산은 유기농산물을 이용한 사료가 관건이라고 한다. 주요 먹이는 옥수수, 볏짚, 싸래기, 콩 등을 사용하고 있다. 번식우, 육성우는 쌀겨와 보리겨, 미량의 영양제인 광물질, 미생물 등을 혼합한 사료를 배합기에 일일이 넣어 만든다.

유기축산은 소 20두 내외가 가장 적합하단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부터 유기농이 시작됐지만, 이 부회장은 5, 6년 전부터 소 사육을 시작해 지금은 36두를 키우고 있다. 구제역으로 출하시기를 놓쳐 일정 사육두수를 넘기고 있었다.

농장 소와 눈을 마주하던 이 부회장은 "유기축산을 하는 건 힘든 일이다. 밖에서 바라볼 땐 유기농이라고 새롭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먹이고 키우는 과정이 다른 축사보다 하나하나 손이 더 가야 된다.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기축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며 노동의 힘겨움을 말해 주었다.
▲ 유기축산을 하고 있는 이태식 씨 유기축산은 다른 소 축산보다 하나하나 손이 더 필요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며 노동의 힘겨움을 이야기했다.
정부지원 부족해 아쉬움 있지만...
이 농장의 소들은 다른 농장 소와 다른 점이 있다. 보통 소 한 마리에 귀표 1개 이지만 이 농장 일부 소들은 2개씩 달고 있다. 하나는 가축이력시스템용, 하나는 농장소를 알리는 '자가', 또는 소비자공동체에서 위탁 관리하는 '지원'이라는 귀표이다. 여기 '지원'은 서울에 있는 소비자단체에서 위탁관리를 맡긴 것이다.
▲ 소 귀표가 달랐다 보통 소 한 마리에 귀표 1개 이지만 이 농장 일부 소들은 2개씩 달고 있다. 하나는 가축이력시스템용, 하나는 농장소를 알리는 ‘자가’, 또는 소비자공동체에서 위탁 관리하는 ‘지원’이라는 귀표이다.
귀표는 카톨릭농민회의 소사육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지원'의 경우 소비자단체에서 일정금액을 송금하면 경매를 통해 소를 구입한다. 잔금이 생길 경우 소 사육 도중 질병이나 사고로 처리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적립해 두었다가 새로 입식할 자금으로 사용한다.
▲ 논두렁 태우기 우사를 벗어나 돌아오는 길, 병충해 방지를 위해 태우는 논두렁에는 연기가 자욱해 생태축산의 어려움을 예고하는 듯 했다.
120평 규모의 우사에 불과하지만 맑은 공기 속에 일정비율을 맞춘 사육두수는 여느 농장과는 여유롭고 또 건강해 보였다. 아직은 유기축산농의 규모가 작아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많다고 한다. 짧은 시간의 만남을 뒤로하고 우사를 벗어나 돌아오는 길, 병충해 방지를 위해 태우는 논두렁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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