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고 괴담
안동고 괴담
  • 김병두 변호사
  • 승인 2011.06.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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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후배들의 건승과 기대한다

지난 3월초 안동고등학교 신입생 입학식에 참가하여 장학금 전달식을 하여 달라는 부탁 전화를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 후배 황현대 변호사로부터 받았다. 오랜 기간 동안 안동고 출신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안동고법조동문회를 조직해 회장, 총무를 두고 동문의식을 제고함과 동시에 매년 안동고 재학생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왔다. 후배들에 대한 장학금 전달을 응당 회장이 하는 것이 옳은데도 불구하고 대뜸 안동고법조동문회 총무로 봉사하고 있는 황현대 변호사로부터 제가 안동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신 전달하라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되돌아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오래 되었지만,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시절을 되새김질하는 계기가 되었고 설레임이 앞섰다. 그 당시 안동고등학교는 용상동에 있는 목조 교실이었다. 마루바닥은 송판으로 만들어져 구멍이 뻥 뻥 뚫려 혹여 연필이 구멍으로 빠질 때면 영락없이 되찾질 못했고, 교실 외벽은 나무판자로 되어 있어 가관이었다. 하기야 요사이는 나무로 된 독립가옥을 신축하는 때이기에 아마도 낭만스럽게 생각하실 독자분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 당시는 정말 초라한 판자로 만든 건물이었다. 여름철에는 더위가 그대로 교실에 전해져 더욱 더 더운 땀(?)을 흘릴 수 있었고, 겨울엔 교실에 나무 장작을 연통 난로에 피워 연기가득한 곳에서 추위와 싸워야 했다.

입학식 시간을 맞추어 부랴부랴 모교에 가노라니, 교문에는 서울대 합격자 5명의 명단이 적힌 현수막이 반기고 있었고, 운동장에 깔린 파아란 인조잔디가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다. 학교에 도착하니 저의 안동고 동기이자 현재 수학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인호 군이 반기어, 또 한번 학생이 된 좋은 기분이 들었다. 교장 선생님를 뵙고 인사를 드리니 영락없는 신입생 기분이었다. 교장선생님은 공모제 교장선생님이셨고, 안동고 후배들을 위한 애착이 무한하였다.

아 참, 여기서 저는 지난 2010년 12월 경에 경상북도 교육청에서 공모교장이 되고자 응모하신 후보자 선생님들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면접위원은 언론사 간부, 경북대학교 교수, 교육위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되어 공정성이 확보되었다. 면접 이전에 응시하신 분에 대한 인적사항을 전혀 모른 체, 면접하는 장소에서 처음으로 대면을 하였다. 각 고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 등이 공모교장선생님이 되고자 응모한 분들 중에서 두 명을 선발하여 경상북도 교육청에 보고하면 그 분들에 대한 심사를 제가 진행한 적이 있었다. 공모교장선생님이 되고자 응모한 분들 면면이 모두 지도력이 있었으며 성숙한 인간미가 넘쳤다. 물론, 학생과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 및 동창회 학교운영위원들에 대한 바람과 학교의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지혜롭게 보였다. 선생님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학교라는 울타리를 위하여 모든 사람이 순수한 정을 다 바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안동고 교장선생님께 ‘입학식을 운동장에서 합니까?’ 라고 질문하니, ‘아닙니다 강당에서 합니다’ 라고 말씀 하길래, 정말 제가 다닐 때와는 많이 다르구나 아니, 이런 천국이 또 있을까하는 마음이 뇌리를 스쳤다. 교장선생님은 올해 안동고에서 5명의 서울대 입학을 하도록 지도했다고 하면서 선생님들 자랑을 하였다. 올해는 더 많은 학생들의 발전을 위하여 상위 학생들을 위한 자습실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후배들이, 밤늦게까지 열심히 공부에 몰두하는 공부의 신 이야기를 안동고 괴담으로 남기게끔 유도하고 있었다.
그래 여기서 우리 후배들이 마음껏 운동장에서 뛰어 다니며 체력을 단련하고 밤늦게까지 함께 공부하며 안동고 괴담(명문안동고)을 남기겠구나 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하였다.

입학식에 참가한 학부모님들은 자랑스러워 했고 176여명 신입생 후배들은 또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상북도에서 포항제철고를 제외하면 일반 고등학교 중에서 최고 많은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였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맞았다. 재학생들은 반듯하였고 신입생들은 설레임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올곧은 자세로 입학식을 치루고 있었다. 후배들이 또 다시 안동고 괴담 안동고 이름을 날릴 모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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