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심리학
엄기영 심리학
  • 이해선 교수
  • 승인 2011.06.21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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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사장을 지낸 엄기영씨가 4.27 재보선에서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하였다한다. 당내의 경쟁에서 이겨야 나갈 수 있지만 지금의 분위기로는 별 이변이 없는 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에 반발하다가 쫓겨난 경우라서(본인은 사퇴라고 말했다) 야당 쪽에서도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본인은 자신을 탄압한 여당의 품에 안긴 꼴이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MBC를 떠나던 순간까지 많은 국민들이 사퇴불가를 외쳤고, 자신을 지지하던 직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흔들면서, “언론자유를 지켜달라”라고 호소하던 것과는 전혀 딴판의 행보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앵커 시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는 클로징 멘트를 자주했던 그가 오히려 참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처해버린 꼴이다.

# 단순접촉효과 - 자주 보면 정이 든다.

여야를 막론하고, 엄기영씨를 영입하여 선거에 써먹으려고 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선거 때, 유권자들은 누구에게 표를 던질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가장 친숙한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최근 뉴스 앵커나 아나운서, 연예인들의 정계 진출이 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각 당에서 이들을 영입하려고 눈에 불을 켠다. 왜 그럴까? 시청자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져 당선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렇듯 단지 자주 접촉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을 "단순접촉의 효과"라고 한다. 심리학자 제이용크는 사진을 이용한 실험에서 단순노출효과를 증명하였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낮선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실험 목적은 사진을 보는 횟수와 호감도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사진을 보여준 횟수는 1,2,5,10,25회였으며 사진을 다 본 다음 사진 속의 주인공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를 평가하게 했다. 연구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예상했던 대로 사진을 본 횟수가 증가하면 호감도 역시 증가했다.

미타라는 심리학자는 거울 속의 자기 얼굴과 남들이 보는 자기 얼굴에서 느끼는 감정이 다른지를 확인하는 연구를 한 바 있다. 사람들의 얼굴은 좌우가 약간씩 다르다. 그래서 거울 속에서 자기가 보는 모습은 친구들이 보는 모습과 다르다. 그는 여대생들의 얼굴 사진을 찍어서 정상적으로 인화한 사진과 네가티브 변조를 하여 인화한 사진(거울로 본 모습)을 본인들에게 제시하였다. 어느 쪽이 마음에 다는지를 비교한 결과, 68:32로 평소에 자주 보아 왔던 거울상을 더 좋아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친구들은 61:39로 그들이 평소에 보아 왔던 정상적으로 인화한 얼굴 모습을 더 마음에 든다고 하였다. 별볼일없이 생긴 사람들도 혼자 거울을 볼 때는, "이 정도라면 나도 괜찮은데"하고 만족할 수 있는 것도 순전히 "단순접촉의 효과" 덕택인 것이다.

# 기대치 위반효과 -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 복잡하기 이를 데 없어서,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한 가지 일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시부모를 모시고 살던 며느리가 일년내내 잘 하다가 어쩌다 한 번 잘못하면 시부모는 크게 섭섭해하고, 반대로 잘 못하던 며느리가 어쩌다가 한 번 효도하면 크게 감동 받는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기대치위반효과라고 한다. 상대방의 행동이 기대치를 초과하는 방향으로 나타나면 호감, 감동,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지지만 상대방의 행동이 기대치에 미흡하거나 기대치에 반하는 방향으로 나타나면 반감, 실망,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다. 누군가에게 크게 실망했다면 그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컷기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

흔히들 사람은 첫인상이 좋아야한다고 한다. 하지만 끝인상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첫인상이 좋았던 사람이 뒤끝이 안 좋으면 원래 나빳던 사람보다 훨씬 더 나쁜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초기 기대치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또 첫인상은 그 사람의 생김새나 표정, 말투, 배경 등 외양에 의해서 주로 결정되지만, 끝인상은 외양보다는 그 사람의 태도, 성격, 일의 결과에 의해 판가름된다.

우리 동네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엄기영씨에 대해 유권자들은 어떤 표심을 드러낼까 참 궁금해진다. 매일 TV를 통해 친숙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영향을 더 받을까 아니면,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벗어나서 좀 구겨진 이미지에 유권자들이 더 초점을 맞출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말이 힘이 있는지를 알려면 먼 길을 가봐야 알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 시간이 오래 지나봐야 한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엄기영씨를 보면서 생각나는 글귀다. 새겨볼 만한 문구이지 않은가?

* 본글의 심리학적 개념 설명은 이민규박사의 “끌리는 사람을 1%가 다르다”에서 인용하였음을 밝혀둡니다.

이해선 (안동과학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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