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지 않는 것이 버는 것이다
잃지 않는 것이 버는 것이다
  • 손영철
  • 승인 2011.06.22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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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철의 재테크 이야기

아는 것은 변변찮지만 말하는 재주가 있어서인지 가끔씩 세미나 강연 요청이 들어오곤 한다. 며칠 전에는 친한 후배의 간곡한 요청인지 협박인지에 못 이겨 포항에까지 가서 강연을 하게 되었다. 참석인원이래야 고작 다섯 명, 저녁을 겸한 세미나에서 필자는 강연을 다닌 이후로 가장 가족적인 분위기속에서 얘기할 수 있는 오붓한 기회를 가 지게 되었다.

다섯 명 모두 재테크에 관련해서는 상당한 정보와 경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 일방적 강연보다는 상담의 형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한분은 몇 년 전 투자의 형식으로 입주한 아파트가 현재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고 있다고 하셨고 다른 한분은 주식 직접투자를 통하여 많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노라고 은근히 자랑하셨다.

한분에게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을 얼마 정도 하셨는지, 그리고 거기에 대한 이자분은 어떻게 지불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역시나 소득의 상당부분이 부채에 대한 이자부분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가계부채는 795조원으로 1년 새 7.8%나 증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53%로 미국(128%), 일본(135%)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평균치인 135%보다도 훨씬 웃돌고 있다.

더구나 주택은 가족들이 생활하고 있는 사용자산이다. 자산이라 함은 처분해서 돈으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주택은 그렇지 못하니 엄밀히 말해서 사용자산은 자산이 아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의 갑 구에서만 소유권이 인정되고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매달 은행에 상당한 돈을 지불하는 세입자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시장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존한다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요즈음의 출산율을 두고 볼 때, 향후 매도시점에 과연 누가 해당 부동산을 흔쾌히 매입해 주겠는가? 그럴 확신이 있는가? 그분은 혼란해 하셨다. 그러나 여전히 부동산불패신화에 물들여 살아오신 분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해서까지 이해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적어도 주택은 이제 더 이상 투자자산이 아니다 라는 인식의 변화는 가져가셨기에 거기에 만족해야 했다.

직접투자로 상당한 수익률을 올리고 계신 분께 ‘내가 산 주식이 어제 50% 내리고 오늘 50% 오르면 어찌 되는지’ 에 대해 물었다. 본전 아니냐는 말씀이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본전이 아니고 -25%의 손실률이다. 50% 하락해서 원금이 반이 되었으니 그걸 새로운 원금으로 따지면 100%가 올라야 본전이 되는 것이다.

결국 수익률 싸움에서는 -50%=+100% 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셈이다. 주식투자의 기본은 수급이요, 공포 속에서의 매수와 환상 속에서의 매도만 지켜진다면 많이 벌지는 못한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잃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씀과 함께, 금리 인상의 움직임과 그로 인한 단기적 수급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일단 수익분에 대해서는 현금화 할 것을 건의 드리고, 현금화한 것을 아예 투자주머니에서 자산형성주머니로 이관시킬 것을 제안 드렸더니 내일 당장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다.

가계부채 800조원. GDP 대비 75% 수준의 가계부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그간 빚내서 부동산 사고 빚내서 주식 샀다는 말이다. 불확실한 시대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잃지 않는 것이 버는 것이다’라는 격언이다.

5월에는 인(人)테크를 하자
참석하신 분들이 필자와 비슷한 40대 중반들이라서 비슷한 고민들이 많았다. 이런 저런 얘기 중에 동창회 얘기가 나왔다.

손영철 공인재무관리사
필자도 얼마 전 참석한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있어 반가웠던 기억이 새롭다. “어이~ 얼마만인가 30년만이네” 라는 인사가 이제는 어색하지 않을 나이들이란 말에 다들 공감한다.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에게 버림받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는 농담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부모는 하루하루 늙어가고 아이들은 하루하루 커 오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항상 쫒기고 외롭다.” 라는 말에도 모두가 말이 없다.

재테크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5월에는 인테크를 하자. 부모님과 아이들과도 시간을 내고 오랜만에 은사님도 찾아뵙고 친구들과 간만에 막걸리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자. 일부러라도 짬을 내서 해 보자. 강변의 벚꽃이 벌써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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