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들의 웃음소리
개구리들의 웃음소리
  • 이위발 (시인,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 승인 2011.07.15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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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발(시인,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와룡면 이하 마을에 집을 짓고 상량식을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곳에 이사와 살면서 시내에선 노력해도 되지 않던 것이 자연스럽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몸으로부터 일어나는 생리적인 변화였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가 다섯 시 반이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는 것입니다. 아내 말로는 늙어가는 현상 중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이 노안이고, 그 다음엔 아침잠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저도 완강하게 부정은 했지만 부정이 긍정을 낳는다고 마음속으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모르는 게 있었습니다. 저에게 아침마다 눈을 뜨게 만드는 것은 새소리 때문입니다. 어떤 새인지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그 소리가 너무 특이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알람 같은 새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시골에 살면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청각이었습니다. 닭 훼치는 소리, 개짓는 소리, 도랑물 흐르는 소리, 앞집 어르신 기침소리, 요즈음은 고라니의 울부짖는 소리도 자주 들립니다.

며칠 전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막내딸이 지나가는 어투로 내뱉은 말이 떠오릅니다. “아버지! 개구리 울음 소리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 개구리들은 지금 우는 게 아니고 웃고 있다고 생각하면 시끄럽다는 생각이 사라 질 거”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 집이 앞뒤로 논이어서 그런지 해가 질 무렵이면 유난히 개구리 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얼마 전 옆집 할매가 밤늦게까지 밭에 나가 일하다 햇감자를 건네주시면서 “저 개구리들은 전생에 무슨 업을 많이 지었길래 저렇게 밤만 되면 울어쌓는지”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던지셨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개구리 울음 소리에는 개구리의 생명력에 있습니다. 턱밑에 울음주머니가 있는 청개구리가 있고, 양쪽 볼에 울음 주머니가 있는 참개구리도 있습니다. 개구리는 허파로 호흡하면서 울음주머니를 풍선같이 부풀려 울음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우는 소리를 내는 개구리는 모두가 수컷입니다. 그 소리는 암컷 개구리를 유혹하기 위해 우는 것입니다. 암컷 개구리는 수컷 개구리가 울 때 마음에 드는 소리를 내는 수컷을 찾아가 자기 몸을 부비면서 스킨십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짝짓기를 하는 개구리들이 이 밤이 이슥하도록 미혹의 목소리로 울부짖는 울음은 사랑을 부르는 세레나데인 것입니다. 오늘도 암컷개구리에게 실연의 상처를 입은 개구리는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자신의 아픔을 위로할 것이고, 짝짓기에 성공한 개구리는 아름다운 신혼의 꿈에 부풀어 더욱더 울어댈 것입니다.

천둥번개와 같이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가고 희미하게나마 달이 얼굴을 디밀고 있는 아름다운 밤입니다. 이 밤에도 수많은 개구리들이 서로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 노래 소리의 울림은 원초적인 생명력에서 시작되어 사랑으로 완성됩니다. 막내딸에게 다시 이야길 해야겠습니다. 다가오는 너희들 세상과 그 다음의 세상에도 개구리의 울음이 사랑의 웃음으로 들리길 바란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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