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놀자(03)
샛강에서 놀자(03)
  • 김영태
  • 승인 2011.08.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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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개의 숨결 어린 병성천

상주는 유독 물길이 많은 고장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오는 낙동강의 근원이 되는 세곳(태백 황지, 소백산, 문경 초점)의 물길이 상주에서 만나 비로소 강다운 강을 이룰 뿐만 아니라 상주시내를 중심으로 남쪽, 북쪽, 동쪽을 지나는 세 개의 지천인 남천, 북천, 동천이 병성천으로 합류해 도남동 병풍산 코앞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요즘은 세 개의 지천 중에서 발원지까지가 가장 긴 남천을 통틀어 병성천이라고 부른다. 병성천의 발원지는 백두대간상에 있는 공성면 영오리 국수봉이다.

오늘 샛강탐사는 병성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병성동 하구를 출발지로 삼았다. 최근 4대강과 관련해 역행침식의 대표적 현장으로 주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지점이다. 역행침식이란 낙동강 본류의 과도한 준설로 인해 상대적으로 하상이 높은, 지천의 강물이 낙동강으로 급격히 쏠려 흘러내리면서 지천의 양 측면과 제방 등을 붕괴시켜버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며칠전 내린 비로 인해 병성천의 양 측면이 위험천만하게 깎여져 내려간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병성천의 왼쪽 측면은 화장장(지금 증축공사가 한창 진행중에 있다)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는 사면인데, 그 사면에서 대규모 유실이 일어나 자칫 언제 붕괴될지 모를 정도로 사태가 심각함을 볼 수 있었다.

화장장 뒤쪽은 옛 사벌국의 고성(古城풍)인 병풍산성이 있는 병풍산이다. 병풍산성은 병풍산의 두 봉우리(356.6m고지와 345m고지)의 정상을 이어서 쌓은 토석성이다. 성의 안쪽에는 ‘성안’이라 불리는 병성마을이 있고 그 앞에 흐르는 병성천이 동으로 낙동강에 합류하며, 산성의 둘레는 1,770m였다고 한다.

<상산지 고적조>에는 ‘병풍산성에 고성이 있는데 사벌왕이 쌓은 것이라 전해온다. 성안에는 못 한 곳과 우물 세 곳이 있고 성의 동쪽 밖으로는 백 길이나 되는 낭떠러지가 있어서 성안의 물이 마르면 수차(水車)로 강물을 끌어 올렸다고 한다. 남족 수 리 되는 곳에 염창의 터가 있다’ 라는 기록이 있다. 또 <고려사>에는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가 이 성에 머물다가 918년(무인) 9월 갑오일에 왕건에게 사절을 보내 귀순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 병풍산 맞은편에는 임진왜란 이후 흩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 영남의 유림들이 세운 도남서원이 있고 도남서원 건너쪽 비봉산 절벽은 그 풍광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영남의 적벽이라 불리던 곳으로 도남서원을 찾은 유학자들이 배 띄워 놓고 적벽부를 읊조리며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도남서원과 비봉산 절벽을 가로질러 괴물과 같은 상주보가 덩그러니 들어서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옛 풍광은 찾을 길이 없다.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병성천을 따라 상류로 약 2km쯤 올라가면 맨먼저 공갈못에서 발원하여 흘러 오는 동천과 합류하고, 500m쯤 더 올라가면 북천과 만난다. 남천과 북천이 만나는 지점에 ‘상주시 재활용품 선별장’이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눈에 들어오는데, 실상은 쓰레기 소각장이다. 다이옥신을 다량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각장 시설이 이렇게 풍광 좋은 곳에 그것도 상주시내 코앞에 위치하고 있다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소각장을 지나 화개교 입구에서 내려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화개교 구간부터 경북대 상주캠퍼스까지 약 4km구간은 불과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천부지에 유채꽃이 만발해 참으로 운치 있는 구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축산사료가 되는 호밀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바람에 멋 스러움이 많이 사라졌다. 비록 하천부지에 유채꽃은 사라졌지만 오른쪽으로 펼쳐진 너른 들판엔 가을이면 황금물결을 이뤄 장관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므로 꼭 한번쯤은 가 볼만한 곳이다.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달리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중간 중간 우사나 돈사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만 피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를 지나 외남 방면으로 가는 길은 도로 양쪽에 벚꽃 가로수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므로 4월초쯤 이곳을 걸으면 분위기를 만끽 할 수 있다. 2km쯤 상류로 올라가다 지천걷기를 멈추고 차량으로 이동하여 존애원에 다다랐다. 존애원은 임진왜란 이후 질병퇴치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목적으로 13개 문중의 계원 24명이 뜻을 같이 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의료기관으로, 명칭은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남을 돕게 된다는 송나라 선비 정자(程子)의 존심애물(存心愛物)에서 따왔다. 또 존애원은 의료활동만 한 것

▲ 김영태 상주 강습사 운영위원
이 아니라 주민회합 자리로 각종 행사도 치렀는데, 1607년부터 갑오경장(1894년)때 까지 180여년동안 백수회(白首會)라는 경로잔치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존애원은 민초들의 애환과 질곡을 헤아리며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던 상주 선비들의 박애정신에서 탄생한 의료시설인 동시에 향토사랑을 실천한 모임터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북천과 마찬가지로 남천(병성천)도 상주지역의 역사-문화와는 떼려와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상주의 문화는 샛강을 따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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