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쓰는 戀書
9월에 쓰는 戀書
  • 정순임
  • 승인 2011.09.08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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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안도현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를 읽어주지 않겠느냐고....
그 구닥다리, 그 고색창연한 사랑법이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없던 다리를 놓고
이미 놓여진 다리를 튼튼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연애시절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 한 편 읽어주지 않은
사내하고는 만나지 말고,
서점의 시집코너 앞에 다리가 저릴 때까지 서 있어
본 적이 없는 여자하고는 당장 절교하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살벌하게 정의하지 않더라도
시란 마음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우물물
두레박에 담아서만 퍼 올릴 수 있는
맑디맑은 그 우물물 일테니.....
그 물 한 두레박 길어다 사랑하는 이에게 건넬 일입니다.

 
 두레박
      
지구 위 모든 사물이
중심을 향해 파고들듯이
사랑이란, 온통
그대를 향해 가는 것이다
그런 마음속에
두레박을 담그고
절절하게 맑아서
끝끝내 아름다운
한 마디 말 길어 올려
그대에게 보낸다
찰랑찰랑 넘쳐나는 두레박에
'사랑해' 한 소절이
들꽃처럼 떠다니다
그대에게 닿으리라

사랑하는 여자에게 시 한 편 쯤 읽어 주었을 사내에게
서점 시집 코너에게 다리가 저릴 때까지 서있어 본 여자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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