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을공동체’ 페이스북에 주목하자!
‘고을공동체’ 페이스북에 주목하자!
  • 유경상
  • 승인 2012.01.12 1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인칼럼> 전통적 공동체를 화면 속에서 부활시키고 있다

2000년 초에 다음(daum) 포탈사이트에 이메일 계정을 만들었다. kbadyks. 외우기 쉬운 아이디를 만들 수 있었으나 ‘경북 안동 유경상’의 명문자 앞 이니셜을 땄다. 처음에는 웹서핑이라는 말도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온라인 또는 사이버 세상을 설파하는 몇몇 친구들의 이야기가 낯설었다. 하지만 모든 문서와 편지가 이메일로 오고가는 세상에 곧 적응이 되었다. 20년 넘게 나를 지배했던 편지와 전화라는 소통망이 온라인 세상 속으로 성큼 진입한 사건이었다.

그때 가장 큰 관심사로 다가온 뉴스는 ‘오마이뉴스’라는 온라인신문 창간이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 라는 모토는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시민기자로 등록해 처음으로 5만원 원고료를 받았다. 지금은 많지는 않지만 약 5만원이 누적돼 있다. 언젠가부터 한겨레신문보다 오마이뉴스를 먼저 클릭하게 되었다.

더 크게 이야기해 보자. 2002년 대선에서 한국은 ‘인터넷 대통령’을 세계 최초로 탄생시킨 나라다. 노무현의 당선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인터넷은 정치 참여의 구체적인 방식과 정치적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안철수와 박원순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정치참여의 흐름은 인터넷의 무한한 확장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정신은 단순한 개인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참여문화’를 통해 성숙한 시민으로서 개인의 권리와 가치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각 개인은 서로 상승적으로 영향을 주어 ‘집단지성’을 발휘하게끔 하고 있다.

시대흐름이 너무 빠르다 보니 40대 중반인 글쓴이 조차 따라 배우는 것이 힘들 때가 많다. 지난해 6월, 퇴임을 앞둔 김휘동 전 안동시장이 막 출시된 ‘스마트폰’을 들고 나타났다. 폴더를 열고 닫는 것으로도 통화에 막힘이 없을 텐데, 굳이 새로운 기기조작 연습에 애를 쓰며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새로움에 두려워하 진짜 퇴물이 된다’ 며 늘 새것을 배우며 살겠다는 말을 했다. 그 모습에서 애늙은이가 되지 말자며 곧바로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됐다.

요즘 인터넷을 켜면 곧바로 페이스북 부터 접속하는 버릇이 생겼다. 후배가 페북친구가 150명이 넘는다며 자랑하는 것을 모른 척 하다가 지난 4월에 회원이 되었다. 신기했다. 이틀 삼일 꼴로 한 번씩 내 근황을 남기고 댓글을 달아주며 온라인 속에서나마 소통을 시작했다. 억지로 친구맺기를 요청하진 않았지만 어느 듯 590명이라는 지역과 전국의 이웃소통망이 형성되었다. ‘뭐, 사생활까지 노출하면서 페북을 할 필요가 있나?’ 하는 회의론자도 많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늘 바쁘게 움직이며 돌아가는 듯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군중 속에 홀로 서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소연을 담은 만인의 목소리가 모여 일정하게나마 ‘숨통’ 역할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페북은 자기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최근 지역에서 페북 활동에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안동대 임재해 교수가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페이스북 공동체의 소통 기능과 정치적 변혁성」이라는 제목이다. 이메일과 휴대전화, 트위터와는 또 전혀 다른 페이스북만의 공동체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시대의 공동체가 사이버 공간에 조성된 연결망에 의해 새로 구성되고 있다”고 천착하고 있었다. 아마 한국에서 최초로 페이스북의 순기능과 그 역할을 정면으로 분석한 글인 것 같다. 페북에 참여하는 유형분석과 함께 민주적 언로와 소통의 변혁성으로까지 확장돼 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예리하게 꿰뚫고 있었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당기자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혜안이 빛을 보고 있다. 일상적 시기에는 소통기능에 머물지만, 정치적으로 요동치는 급변기나 혁명기에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집단행동과 의제 폭발의 촉매 플랫폼 구실을 한다는 것에 주목하자.

영주댐 건설에 대해 반대활동을 펴고 있는 성공회 천경배 신부의 말이 기억난다. “경상씨를 처음 만났지만 오래전에 알고 지낸 듯 하다.” 천 신부와 페북에서 단지 몇 마디를 나눈 것에 불과했는데, 우리는 서로의 가치와 지향을 알고 있었다는 행복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