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분쟁 대비하세요
퇴직금 분쟁 대비하세요
  • 손영철
  • 승인 2012.01.20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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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을 앞두고
겨울 날씨가 들쭉날쭉하다. 아예 추워버리면 그러려니 하고 버티겠다만 며칠간은 봄날씨 같다가 깜짝 추위에는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요즈음에는 일교차마저 심하니 그 변화무쌍한 것이 사람 마음 바뀌는 것과도 같다. 사람 마음이 밤낮으로 바뀌는 것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만 요즘 들어서는 자꾸 세상인심이 모질게만 바뀌어져 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기 까지 하다.

며칠 전에 고객사 대표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직원 한명이 퇴사를 했습니다. 저희는 그 직원에게 분명히 퇴직금을 지급하였는데도 직원이 퇴직금을 내놓으라고 노동부에 민원을 넣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년 말에 고객사 대표가 계약이행 연장을 위해 보증보험에 들었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부동산에 가압류가 되어 있어 보증보험 발급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 가압류는 얼마 전에 퇴사한 직원의 퇴직금 분쟁으로 촉탁등기된 것이었다.

위 두 사례 모두 대표는 정상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한다. 급여대장을 확인해도 급여와 별도로 퇴직금을 지급하였다고 되어있고 나머지 직원들의 주장도 동일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들이 발생할까? 살펴보면 이런 건들은 대부분 임금에 퇴직금을 포함해서 지급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실제로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할지라도 그 방법에 있어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퇴직금 지급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왜 그럴까?

2008년 5월 수원지법의 판결요지를 보면 ‘매월 지급하는 임금 중에 퇴직금이라는 명목으로 일정한 금액을 포함시켜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이를 가리켜 적법·유효한 퇴직금 지급이라고 볼 수 없다.(수원지법 2007나24791)’고 판시하고 매월 지급할 임금 중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은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다만 근로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중간정산 할 수 있겠으나(근·퇴·법 8조2항) 중간정산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요구가 퇴직금 명목의 돈을 받고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 정도의 소극적 방법이 아닌 개별적이고도 명시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부산지법2007가단13288)’ 고 하였다.

정리하자면 퇴직금은 근로의 종결을 요건으로 기왕의 근로에 대해서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이라서, 미리 지급하는 것은 실질적인 퇴직금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것이고 따라서 근로자의 적극적 중간정산신청을 통하지 않은 퇴직금 지급은 퇴직금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북권역에 있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런 잘못된 방법으로 퇴직금을 처리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고 더 큰 문제는 해당 기업의 대표들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가 근래 들어 불거지고 있는 퇴직금 분쟁사태들을 접하면서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극히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목돈 마련을 위해 숙련된 우수인력들이 이탈되는 사태를 초래하기도 한다.

필자도 시민사회운동의 전력이 있고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들의 권익이 절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근래의 경우들을 보면 사용자의 퇴직금 체불이라는 악의적 목적 이라기보다는 대표나 관리자의 제도적 무지의 소치에 기인하는 경우가 왕왕 있고, 때로는 이를 악용하려는 일부 근로자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브로커들도 눈에 띄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 감출 수 없다. 특히나 2011년 7월 개정되어 금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중간정산의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잘못된 관행으로 시행해 오던 중간정산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퇴직연금이나 퇴직금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만 한다. 이런 경우 근로의 형태와 임금지급방법 그리고 해당 기업의 상황에 따라 고려하여야 할 사항들이 많으니 효과적인 퇴직플랜을 전문가와 상의하여 처리하는 것이 좋다. 또한 2010년 12월부터는 상시근로자 4인 이하 사업장에서도 퇴직금 지급의무가 발생하고 있으니 근로자는 권리로써 사용자는 제대로된 퇴직금제도 도입의 기회로써 각각 명심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 지금까지 이어져 온 잘못된 관행은 어떻게 할까? 지금까지 퇴직금으로 알고 지급해 왔던 금액이 퇴직금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그럼 임금인가? 분할약정이 전제가 되어야 하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금액은 퇴직금도 아니고 임금도 아니다. 2010년 5월 대법원은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도 근로의 댓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라고 판시하고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2007다90760) 이 경우 두 채권은 상계가 가능할 것인데 압류금지채권과 상계금지규정으로 인해 퇴직금채권의 1/2을 초과하는 금액만 자동채권으로 상계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개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요즈음, 합리적인 방법으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효과적인 퇴직급여제도 도입을 통해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승리할 수 있는 제도도입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자칫 실기해서 돈 잃고 사람까지 잃는 경우가 생기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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