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옵니다.
우리 집에 온 지 이틀 된 강아지가
자꾸만 낑낑 거립니다.
초저녁 잠을 곤하게 자더니
아마도 눈 오는 소리에
잠을 깼나 봅니다.
온 식구가 잠든 밤에,
온 마을이 캄캄한 밤에
마당에 한발을 내딛다가
눈 앞에 팔랑이며 떨어지는
눈송이를 만났습니다.
강원도 어딘가는 1미터가 넘는 눈이 내렸다지요.
낭만이기 전에 재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지나친 기우일까요?
첫눈을 보며 감상에 젖기 전에
비닐하우스 걱정을 먼저 하며
이제 불혹이 가까운 나이 탓을 해 봅니다.
예전... 아주 오래 전...
어느 눈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자취하던 방의 창을 열면
집앞 골목이 있고
그 골목 건너편에 가로등이 있었지요.
펑펑 쏟아지는 눈 속에서
가로등은 포물선 모양으로 빛을 쏟아내고
그 포물선 한가운데에 그 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첫눈의 낭만이 그리워
퀘퀘묵은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보는
조금은 서글픈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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