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제한을 없애자
연령제한을 없애자
  • 류한정
  • 승인 2012.03.21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인시론>류한정 대성능력개발원 원장

청·장·노년의 세대구분이 연령에 의한 구분이라면 그 의미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아니 이미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가깝게 알고 지내는 선생님 한분은 요즘, 다 그렇듯이 차림새가 청바지에 티셔츠, 점퍼를 입고 젊게 하고 다니신다. 자식들이 서울 살고 있으니 자주 올라가서 친구들과 함께 무료로 지하철 타고 관공서 문화예술행사에도 가고, 공연을 관람하신다고 한다. 은퇴하신지 몇 년 지났건만 마음만은 젊어서 한 두가지 일은 꼭 하고 싶은데, 그 중의 하나는 지역의 산골마을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영상콘텐츠로 담고 싶다고 하신다.

그러나 제작할 수 있는 장비와 필요경비를 조달할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 가능하지 않겠냐고 내가 물었더니 망원렌즈 촬영이 가능한 방송용 장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스스로 마음 비우고 머리속에서 지우는 연습을 매일 하는데 그게 노인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웃으며 말한다.

그분이 청년기를 보냈던 60~70년대는 현대사에 어두운 암흑기로 ‘세시봉’으로 상징하는 자유를 찾기 위해 노래했던 시대이다. 세시봉 노래는 트로트가 아닌 포크와 락 음악으로 지난해 폭발적인 흥행을 보였으며 많은 수의 젊은 관객들이 호응하고 젊은 가수들이 리메이크 한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세대별로 층위가 확연히 구별되었던 대중음악에 대한 공감코드가 이제는 50, 60대나 20, 30대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여러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가치와 문화가 생겼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한다. 세대를 넘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가치와 문화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문화의 수도를 표방하는 안동의 문화와 가치는 어떠한가? 세대를 아울러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형식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가? 안동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여러 가지 시도와 도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의 전통문화 자원을 디지털 영상미디어 콘텐츠로 제작하여 산업화 하는 일들 속에서 가능성을 찾아본다.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문화의 부정적 이미지인 특권의식과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들을 버리고 경청하고 배려하여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문화와 가치에서 보편적인 것을 뽑아서 세련되게 다듬어야 한다.

지금은 자신의 사생활과 신변을 적극 노출하여 주목을 받고자 하는 시대이다. 그리고 남들의 관심과 주목을 불편해 하지 않고 즐길 줄도 아는 시대이고, 잘난 척을 할 수도 있다. 어른들이 볼 때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편해 할 수 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감성과 정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20-30대 태반이 백수며 88만원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들은 어려운 경제생활 여건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선배세대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러한 시도로 열리는 청춘콘서트, 북 콘서트에 사람이 몰리며 열광의 도가니가 된다. 지혜에 대한 목마름이고 우리나라 정치, 사회전반이 어디로 가야할 지에 대한 좌표설정에 대중적 집단지성을 실험한다.

사회변화에 대해 우리 지역의 어른 세대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지역의 은퇴한 시니어전문가들이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한 세대 안에서만 활동하던 음악, 여행, 미술, 봉사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들이 세대를 아울러 함께 진행한다면 다시한번 꿈에 도전한다는 것과 사회공헌활동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은퇴 이후 남은 인생이 너무도 길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의 참여는 활동프로그램을 세련되게 할 것이며 공감은 열정을 일으키게 하고 결과물과 성과를 통해 자아실현, 자기정체성을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청춘극장, 청춘합창단을 기대해 본다. 또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문화단체의 연령제한 또는 특정세대 가입은 수정 내지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 연령을 중심으로 한 세대구분은 더 이상 그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