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술로 내 인생이 바뀌어 버린다’
‘한 잔 술로 내 인생이 바뀌어 버린다’
  • 권석원
  • 승인 2012.03.21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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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권석원 예천경찰서 용궁파출소 경사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태동을 알리는 새 봄을 맞아 주변에서 들려오는 음주사고로 인한 사망사고 소식은 일선 경찰관인 나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대리운전비용 단돈 1만원이 아까워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은 그 일로 인해 자기의 인생이 바뀌어 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얼마 전 친구와 술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의 가슴 아픈 고백을 듣는 기회가 있었다. 다름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버렸던 음주 운전 사고에 관한 이야기였다.

“몇 년 전 레미콘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는데 풍산에서 같은 일을 하던 동료들과 소주 반병 정도를 마시고 괜찮겠지 싶어 승용차를 운전하고 집에 가던 중이었다. 안개로 시야가 어두워 미처 도로를 건너던 60대 아주머니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로 치는 사고가 발생 했다. 승용차 앞 유리창이 깨지는 등 작은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 피해자를 즉시 발견하지 못해 마을 사람 및 119구조대와 파출소 직원 등이 모두 동원되어 수색까지 벌였었다. 그러나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모두 돌아간 뒤 몇 시간 동안 혼자 도로 밑 갈대밭을 찾던 중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던 아주머니를 발견해 119를 불러 병원에 후송했으나 피해자는 차와 충돌 시 충격으로 인해 두 눈을 실명하고 반신불구가 되었다”며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해 그 음주사고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피해자 동시 많은 것을 잃어 버렸다”고 말하면서 눈시울 짓는 친구 녀석의 이야기는 새삼 음주운전의 위험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2명의 사람이 음주운전으로 사망하고 140여명이 부상을 입고 있다. 음주운전을 하는 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지위 고하를 막론한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한 잔 쯤이야 어때? 라는 안전 불감증과 함께 단돈 1만원의 대리운전비용이 아까워 오늘도 살인적인 운전대를 잡고 있다.

그럼 그들은 무엇을 믿고 한잔 술에 자신의 인생을 망쳐 버릴 수 있을까?
“나만 아니면 된다.”, “소주 한 두 잔 밖에 안마셨는데.”, 이런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다.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지역에서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음주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일선 경찰서에는 3월 한 달 동안 집중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는데,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여러 유형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첫 번째는 동정호소형이다.
무조건 “잘못했다. 한번만 봐달라”며 용서를 구하는 타입이다.

두 번째로 적반하장형이 있다.
“술 좀 마시고 운전한 게 무슨 잘못이냐”는 등의 논리를 전개하거나 “운전한 게 아니라 자려고 차에 탔다” 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늘어놓는 유형이다.

세 번째로 엄포형이 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우리 친척이 모 기관에 있다” “나 건드리면 재미없어”라며 단속하는 경찰관을 협박하는 유형이다.

네 번째 도주형이 있다.
멀리서 단속현장이 보이면 샛길로 빠지거나 황급히 U턴을 해서 달아나는 유형이다.
단속을 피해 강물로 뛰어 들거나 산위로 도망가는 이들도 있는 데 목숨 걸고 도주하는 유형이다.

다섯 번째는 능구렁이형이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며 능청을 떠는 형으로 슬그머니 돈을 건네려고 하거나 명함을 건네면서 접대를 하겠다는 유형으로 요즘 먹히지 않는 방법을 쓰고 있다.

위와 같은 음주운전자들의 변명과 항의는 “음주운전을 해도 된다”라는 잘못된 인식 속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주운전은 과실범이 아니라 고의범이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음주운전을 교통사고라 하여 과실로 보았던 관대함 대신에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고의범으로 인식하고 술 한 잔 이라도 마셨다면 절대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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