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취수원 이전 계획'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취수원 이전 계획'
  • 유경상 기자
  • 승인 2009.02.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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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경북도와 논의 아랑곳없고 정치 공세로만 일관

대구시가 지난해 12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낙동강 취수원 이전 타당성 검토용역을 의뢰했던 결과 막대한 이전비용이 소요되고, 구미ㆍ칠곡 등에서의 취수량 부족이 예상돼 취수원 이전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냈었다고 경북대 민경석 교수가 평화뉴스 기고문에서 밝혔다.

민 교수는 “당시 구미상류 이전대상지역과 그 상류지역에서도 퍼클로레이트와 같은 유해물질 등의 위험이 상존하고 소요 경비에 비해 취수원 이전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겨울가뭄이 심각해져 낙동강 수량이 감소하고 있던 중 1.4-다이옥산 파동이 터지자 백지화했던 취수원 이전문제를 다시 끄집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가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옮긴다는 계획 자체가 결국 ‘일부지역의 이익을 위해 다른 지역의 피해를 보게 하는 것’ 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대화와 조정보다는 지역출신 국회의원을 통해 수자원공사 측을 압박하는 등 다각적인 '굳히기 작전'에 돌입하고 있어 지역간 갈등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김범일 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뚫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 대구ㆍ경북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아이디어를 낸다면 잘 될 것으로 본다. 대구시민이 모두 경북도민의 아들 딸 아니냐.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고 말하며 경북도와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머리를 맞대고 논의 하기는 커녕 여론몰이를 하며 취수원 이전을 기정사실화 시키고 있다.

24일 대구 달서구 출신의 이해봉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에게 "낙동강 유역의 상수도 문제는 근본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검토할 단계에 왔다"며 "취수장을 안동댐 등 구미공단 위쪽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에 대한 수자원공사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압박했다. 이 의원은 "취수원을 옮겨 관로를 묻어 이 물을 먹게 될 경우, 관로 매설 비용과 원수 취수 및 정수, 배수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수자원공사가 직접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사장은 "대구시로부터 요청받은 적은 없지만 국토해양부 등 정부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면서 "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라 원수를 줄 수도 있고 정수를 줄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김 사장은 안동댐에서 대구까지 171㎞에 이르는 관로 문제와 관련, 국가와 수자원공사가 공동으로 비용을 투자하고 원수 취수와 정수 및 배수는 지자체가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추가경정 예산을 짤 때 가장 먼저 세워야 할 것이 600만 부산·대구시민들의 식수 대책"이라면서 취수원 변경건의 추경 반영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물금 취수장에 가보면 식수로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 지역 식수난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오늘 당장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는 취수원의 안동댐으로 이전하는 사업을 오는 2010년에 착공해 2012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공사에 소요되는 8천억원의 예산을 국비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대구시의 입장은 결국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프로젝트를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올해 당장 320억원의 용역 및 설계비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추경에 실시설계비를 먼저 반영하겠다는 것은 경북도와 상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도민들의 속내는 끓어 오르고 있다. 심지어 이런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는데도 경북도와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구미YMCA 이동식 사무총장은 "대구시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경북지역의 범 시민.환경단체와 공동으로 대응을 준비하겠다. 만약 도수로를 건설 하면 그때 발생하는 환경파괴는 누가 책임지겠느냐. 그 돈이면 환경부 등과 협의해 대체할 방지책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도 "현재 안동댐의 하루 방류량이 158만톤인데, 하루 60만톤의 물을 직접 대구로 공급하게 되면 안동댐의 하루 방류량이 100만톤으로 줄어 든다. 그러면 병산서원과 하회마을 앞을 지나는 낙동강 상류가 작은 실개천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동시에서도 “당장 만수위 기준으로 수면 가장자리에서 상류 쪽으로 20㎞, 댐 유입 하천 좌우 1㎞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각종 행위가 제한 된다"고 지적했다. 안동시는 안동호수 상류지역을 기반으로 각종 관광기반을 조성중이지만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기상청 기상예측에 의하면 가뭄상태가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낙동강 수계가 갈수기를 맞아 수질오염도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시가 제기한 취수원 이전 문제가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의성군의 한 주민은 “대도시 주민들이 다목적 댐이 공급하는 풍부한 물 때문에 중부내륙과 동해안지방 주민들이 겪고 있는 가뭄의 고통은 잘 모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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