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방, 날마다 오늘만 같아라~~
직녀방, 날마다 오늘만 같아라~~
  • 이은경
  • 승인 2009.01.22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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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마을에서 시집온 우리 엄마,

다음 날이 친정 엄마 생신이라고 떡을 해 이고 갔더랬죠.
뱃속에는 출산일이 가까운 첫아이가 있었대요.
그런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산통이 오더랍니다.

외할매는 엄마를 얼른 사돈댁으로 데려다 주었고
그날 밤새 진통을 한 엄마는 새벽녘에 아기를 낳았대요.
외가에는 손주로는 처음이었고
친가에는 맏아들이 낳은 첫아이라
양가의 사랑을 듬뿍듬뿍 받은 행운의 아기였답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외할매랑 같은 날이 생일이 되었고
이모, 외삼촌들까지 늘 그 아이 생일을 기억한답니다.

오늘 아침,
남편은 아침밥을 한다고 부엌에서 달그락거리고 있고
저는 이불 속에서 늦게까지 단잠을 자며
꿈나라를 헤메이고 있었는데
이모 전화를 받았어요.

"은경아~ 내따, 이모. 안즉도 자나? 그라모 안즉 미역국도 몬 묵겠네~"
"어~ 이모. 지금 김서방이 끓이고 있따. 아~들도 아즉 다 자고..."

오늘이 제 생일이랍니다.^^

남편은 불린 미역을 씻지도 않고 그냥 건져서 끓였고
냉동실을 뒤져 돼지고기를 넣었답니다.
며칠 전부터 제가 옆구리 쿡쿡 찔렀더니
미역국 끓여주고 맛난 거 사주고 선물도 사준다고
큰소리 치더니 소고기라도 한근 사왔어야죠.
소고기가 없음 북어도 있고 황태도 있는데
그걸 넣던가, 아님 그냥 미역만 끓여도 되는데...
살다가 돼지고기 들어간 미역국은 처음 먹었습니다.

어제 작은 집에서 두부 했다고 몇모 갖다주셨는데
아침상에 노릇노릇 구운 두부는 얼마나 고소하던지요.
성의가 꽤씸해서 암말 않고 그냥 먹었습니다.

게다가 밥은 무슨 머슴밥인 줄 아는지
수북하게 고봉으로 퍼설랑... ㅡ.ㅡ;;

어쨌거나 밥도 안 하고 설거지도 안 하고
방바닥에 뒹굴뒹굴~ㅎㅎ
이런 호강이 없습니다.

점심은 나가서 아이들 좋아하는 고기집엘 갔는데요
남편이 다 구워주고 저는 열심히 먹기만 했습니다.
다 먹고 나서 한결이가 뽑아다준 커피 한잔으로
남편과 짠~ 건배도 하고...

그리고 나서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이번 주에 느티나무교실에서 견학가기로 한 옹기가마,
지난 여름에 한번 가봤는데 길을 몰라서
미리 길도 익힐 겸 가보았습니다.
좁은 차 안에 같이 있으면 툭하면 싸우는 아이들도
오늘은 엄마생일이라고 특별히 인심을 쓰는지
별로 안 싸우더군요.ㅎㅎ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계획한 대로 따라갔습니다.
엄마 지갑이 낡았다고 새로 하나 사주고
케ㅤㅇㅣㅋ도 사고 피자도 사고
베게를 바꾸고 싶어 커플베게도 사고...ㅎㅎ
지갑은 은이가 골라준 꽃분홍색으로...

남편이 선물 사준다고 가자고 했는데
결국 해담이 잠바만 하나 사고 말았습니다.
뭐 딱히 필요한 것두 없고
매운 날씨에 얇게 입고 나온 해담이가
마침 점퍼도 하나 사야겠기에...

저녁 설거지까지 남편이 다 하니
오늘은 정말 손에 물 한번 안 묻힌 셈이네요.

날마다 생일이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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