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안 된다’ 對 ‘될 수 있다’
대통령 ‘안 된다’ 對 ‘될 수 있다’
  • 유길상
  • 승인 2012.06.0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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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안철수 대통령(?) 不可에 可能 논쟁
동일 신문사 간부기자들 기획된 칼럼 인기

<한겨레>, 안철수 대통령(?) 不可에 可能 논쟁
동일 신문사 간부기자들 기획된 칼럼 인기

한 일간지 내부에서 편집국장 출신 선임기자와 현 편집인이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안철수 현상’을 두고 상이한 입장을 공론화시키고 있다.

지난 5월29일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가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를 통해 “안철수 대통령 안 된다”고 단언하면서 촉발된 논쟁에 대해 같은 <한겨레> 권태선 편집인이 6월5일 칼럼을 통해 <안철수 대통령 안 될 이유 없다>고 맞불을 놨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현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현상으로 보이고 있다.

성 선임기자는 칼럼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정당을 기반으로 딛고 있는 정치인만이 할 수 있고, 정치를 직업으로 해본 일도 없다”고 진단하며, 정책과 인물에 대한 결핍을 지적했다. 그러나 권 편집인은 “국민이 안 원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자신들의 뜻과 유리된 낡은 정치의 혁파다.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의 깊이를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나섰다.

야권의 대선 승리전망에 대해서도 성 선임기자는 “2007년 대선에서 야권의 패배는 예상된 일이었지만, 정치를 잘 모르는 문국현 후보가 갑자기 출현해 선거지형을 왜곡시켰다”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권 편집인은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의 말처럼 대중은 공정한 투표를 통해 승리를 쟁취할 폭발적인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배신해 그 힘을 무력화시키는 건 언제나 정치인들이다”고 꼬집으며, “그 극복방법은 국민을 믿어보는 일이다”고 전망했다.

대통령 후보 출마자체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내놨다. 성 선임기자는 “안철수 원장의 사고가 역사학자나 철학자를 닮았다”고 진단하며 왕권신수설까지 연상시키는 사고체계를 가졌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권 편집인은 “안 원장은 대통령을 욕망의 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고, 타의로 정치무대에 등장한 만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맞받아 쳤다. 이어 권 편집인은 대통령 자체보다 대선으로 가는 과정을 낡은 정치혁신 과정으로 만드는데 성과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다음은 두 논쟁의 전문이다.

[성한용 칼럼]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 한다 / 다른 후보들에게 기회 주고 /존경받으며 사는 게 어떨지

 

“야권에선 지금 그분이 지지율이 높고 제가 그 뒤를 따라가고 있는데, 서로 인정하고 신뢰하고 존중하고 있다. 집권을 위해 연합정치가 필요하다.”(문재인 상임고문)

“사회의 백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손학규 전 대표) 

“정치 참여 여부를 떠나 좋은 쪽으로 이끄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연대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민주당이 좀더 잘 중심을 잡아야 한다.”(김두관 경남지사) 

민주통합당 정치인들에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악몽’이다. 최근 발언을 들여다보면 매우 심하게 가위눌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 선거는 7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박근혜·안철수 양강 구도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수많은 대선주자들이 자칫 예비후보로 나서 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갈 판이다. 

안철수 현상이 출현해서 지속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언론사의 여론조사다. 안철수 원장이 유력 대선후보로 부각된 것은 지난해 9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면서부터다. ‘대통령 안철수, 서울시장 박원순’이라는 가상 시나리오가 만들어졌고, 각 언론사 대선후보 양자대결 조사에서 안철수 원장이 박근혜 의원을 앞서기 시작했다.

둘째, 야권 대선주자들의 부진이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미지에 갇혀 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스토리’가 있지만 ‘텔링’이 되지 않는다. 손학규 전 대표는 능력에 비해 매력이 부족하다. 

셋째, 새로운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이다. 1992년 대선의 정주영, 97년의 이인제, 2002년의 정몽준, 2007년의 문국현이 그런 열망을 반영한 ‘제3후보’였다. 야권 주자들의 부진 덕분에 안철수라는 제3후보가 제2후보의 자리에 올라 있는 것이다. 

넷째, 안철수 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존경받을 만한 일을 많이 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무료로 나눠 주었다. 청춘 콘서트를 기획해 좌절한 젊은이들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내놓았다.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은 흉내내기도 어려운 업적이다.

그렇다면 그냥 안철수 원장이 대통령을 하면 안 될까? 

안 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정당을 기반으로 딛고 있는 정치인만이 할 수 있는 자리다. 안철수 원장은 단 하루도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해본 일이 없다. 공적 분야의 업무를 처리한 경험이 거의 없다. 이 시대의 과제인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대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접촉하는 인물들을 보면 사람을 보는 안목이 부족한 것 같다. 

의식에도 좀 문제가 있다. 2004년 안철수 원장이 쓴 책의 서문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글을 쓸 때 개인적인 이해타산이 포함되면 안 된다. 10년 전, 20년 전의 글을 읽으면서 지금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음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거창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글은 역사의식을 가지고 써야 한다고 믿는다.” 

사고가 역사학자나 철학자를 닮았다. 그래서 위험하다. 안철수 원장은 지난 3월27일 서울대 특강에서 “내가 만약 사회 긍정적 발전 도구로 쓰일 수 있으면 그게 설령 정치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정치를 전공하는 학자에게 이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왕권신수설을 연상케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2007년 대선에서 야권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그런데 정치를 잘 모르는 문국현 후보가 갑자기 출현해 선거 지형을 왜곡시켰다. 야권은 참패했다. 선거 결과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으로 이어졌다. 지금 안철수 원장의 위치와 2007년 문국현 후보의 위치가 얼마나 다를까?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이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세력의 재집권을 원하지 않는다면 대선후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른 주자들에게 공간이 열린다. 그리고 안 원장도 계속 존경받으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요행을 바라면 안 된다.

 

[권태선 칼럼] 안철수 대통령 안 될 이유 없다 

치열한 고민과 철저한 준비 거쳐 / 너무 늦기 전에 역사의 부름에 /응하는 것도 방법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가 200일도 채 안 남았다. 새누리당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박근혜라는 후보가 있는 데 반해 야당엔 그에 필적할 후보가 확실하게 대두되지 못하다 보니 장 밖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여전히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범야권 후보군 중 지지율 1위인 그가 아직도 정치권 진입에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둘러싼 추측과 해석에 어지럼증이 날 지경이다. 지난주에는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는 본지 성한용 선임기자의 칼럼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정작 안 원장과 가까운 이들의 칼럼에 대한 반응은 좋은 충고로 여긴다는 것이었다. 칼럼에서 제기한 문제의 상당부분이 그의 고민 지점과 맞닿아 있는 까닭일 터다. 그럼에도 그의 한 측근은 “지금 안 원장의 고민은 여느 정치인의 고민과 다르다. 그는 대통령을 욕망의 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다. 지난해 9월1일 갑작스레 대통령 후보로 여론조사에 등장함으로써 일개 사회인이던 그가 타의로 정치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본격 정치인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게 당연하지 않나”라며 그의 고민의 깊이를 이해해달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현실정치는 녹록지 않다. 치열한 검증공세를 견뎌내는 일이나 스스로 정의·복지·평화로 간추린 시대의 비전을 실현할 구체적 각론을 제시해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적 문법도 잘 모르면서 제도권 정치에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런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무시한 채 인기만 믿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덥석 나선다면 오히려 그를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역사의 퇴행을 막고 87년 체제를 한 단계 높이는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보는 국민들로선, 안 원장의 계속되는 고민이 그 기회를 무산시키는 역작용을 낼까 우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 하고, 그 결단의 내용이 성 기자의 말처럼 대통령 후보 자리를 비켜주는 일이 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치열한 고민과 철저한 준비를 거쳐 너무 늦기 전에 역사의 부름에 응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민이 안 원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자신들의 뜻과 유리된 낡은 정치의 혁파다.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의 깊이를 보여줬다. 화들짝 놀란 기성 정치권은 당명을 바꾸느니 외부 수혈을 하느니 호들갑을 떨었지만, 진정한 변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지난 총선에서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한 채 정권심판론만 되뇌다 패배를 맛본 야권은 물론이고, 수성에 성공한 새누리당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낡은 색깔론을 다시 끄집어내는 등 수구 본색으로 돌아가고 있다. 

정치현실이 이렇게 흘러갈수록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구는 더 커지고, 현 단계에서 그 갈구가 안 원장을 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의 정치 참여를 원치 않는다는 한 측근이 안 원장이 발을 빼려 해도 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려가는 것 같다고 걱정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그렇다면 방법은 국민을 믿어보는 일이다.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의 말처럼 대중은 공정한 투표를 통해 승리를 쟁취할 폭발적인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배신해 그 힘을 무력화시키는 건 언제나 정치인들이다. 민주혁명 이후 첫 대선을 치른 이집트를 보자. 이집트 유권자의 65%는 민주세력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민주세력의 분열로 표는 분산됐고 이집트인들은 결선투표에서 이슬람근본주의자와 군부정권 잔존인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막힌 처지가 됐다. 87년 한국에서 우리가 이미 겪었듯이. 

이런 사태가 이 땅에서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안 원장이 늘 말했듯이 과정이 중요하다. 목표를 대통령 자체보다 대선으로 가는 과정을 낡은 정치 혁신 과정으로 만드는 데 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이 그에게 기탁한 정치혁신을 어느 정도 이루는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의 결과가 안철수 대통령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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