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반란이고 싶다”
“따뜻한 반란이고 싶다”
  • 유경상
  • 승인 2012.07.0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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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의원 릴레이 인터뷰> 김명호 도의원(안동시 제2선거구)

1993년 여름으로 기억된다. 모스크바發 두툼한 편지 한통이 신문사에 도착했다. 원고는 깨알처럼 빽빽했다. 소위 칼럼용으로 게재를 요청하는 기고문 이었다. 안동이라는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은 학자 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1997년 귀국 후 곧바로 고향 안동으로 직행했고, 2000년 兩權이 격돌한 제16대 안동총선의 한복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 사회의 발전은 시민문화(civic culture)의 수준과 더불어 성숙한다는 믿음이 꽤 강했다. 13년이라는 오랜 시간 좌충우돌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2010년 6월 제도권 정치영역인 경북도의원(51·새누리당·안동시 2선거구)으로 당선됐다. 지난 6월27일 2년의 도의회 전반기활동을 총괄하고 정리해 보는 인터뷰를 가졌다.

도정의 근본적 틀 지속적으로 묻고 해법 찾을 터
부족하지만 숲을 보는 정치인 되도록 노력

- 경북도정에 대한 전방위적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도의회 활동과정에서 소감 또는 감회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추상적일 수도 있는데요. 좀 근본적인 틀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다시말해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의 장에 끌어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다. 이번에 제기한 도정질문도 그런 연장선에 서 있었다. 63명으로 구성된 도의회가 사실은 일개정당 중심이다 보니, 소위 신경을 건드릴만한 논의를 전개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 물론 서로 양해하고 배려하는 것으로 좋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면 이런 구조 속에서는 시민요구라던가 또는 강력하게 요청되어지는 사안인 디맨드 등이 인풋단계로 상승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있다. 또 시민사회와 자치의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문이 든다. 물론 지역현안 등이 있지만, 그런 시각에서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해 나가고 싶었다. 국회 같은 곳에선 언론이 대서특필을 해 주는데, 도의회에서는 나름대로 중요한 점을 지적해도 (의제를)잘 다뤄주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도 집행부도 잠깐 긴장하는 것 같다. 이런 저런 한계에서 오는 잘 정리되지 않는 언발런스가 있는 것 같다.”

- 그동안 5분 발언과 도정질문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 중에서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지난해 5월 ‘도청 신도시와 친환경 생태마을’이다. 이날 발언을 정리해 보면 신도청소재지의 미래 환경을 위해 신도시 주변인 안동과 예천의 농촌일대를 광역 친환경농업지구로 선포해야 한다, 생태마을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었다. 이런 발언이 아까 말했던 근본적인 질문에 해당되는 것 같다. 그런 제안의 배경을 설명해 달라.

“사실 5분 발언에 대해 도 집행부가 답변을 해야 한다는 의무가 없다. 답변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 대신에 도정에 적극 반영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나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정책실명제 차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함께 고민하고 풀어내 보자는 주의다. 당시 이 발언은 구제역사태를 겪은 후, 도청신도시에 대한 고민을 종합적으로 생각한 것으로 봐 주면 된다. 안동과 예천, 양 지역이 도청을 유치했고 그 경계선에 인구가 유입되는 신도시를 만든다는 것 아닌가? 이 지역일대에 개발붐이 일정 예견되는 상황이고, 또 100년 후에는 세계문화유산이 될 정도의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꿈같은 얘기도 있다. 전원이라는 기반과 자연친화적 환경 아래에서 신도시를 만드는 과정은 지역의 문화, 역사, 생태 등의 여러 요소를 조화롭게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 현대화된 도시가 들어서는 것도 뭔가 불균형적인 것 같고, 신도시 바깥지역에 우사나 돈사 등이 지어지는 통제 불능의 상태나 난개발은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신도시개발 이전에 이런 상황을 미리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발언을 했었다. 다시 말하자면 자연과 인간의 조화, 현대성과 전통성의 어우러짐, 도시와 농촌이 친환경적으로 공존하는 으뜸 생태도시로 가 보자. 그러기 위해선 신도시를 둘러싼 외곽인 농촌의 농업패턴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도시 외곽의 미래환경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도시 기본계획에 보면 녹지비율이 33.7%로 전국 최고수준이다. 비료와 농약으로 점철되고 있는 관행농업을 친환경농업으로 전환시키고, 계약재배로 유통시켜 농가소득을 보장하는 친환경농업 시스템 구축을 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손바닥 뒤집듯 당장 될 일은 아니지만, 이런 제시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도청 신도시 건설계획은 일정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최근 특위 회의에서 질의를 했었다. 2015년 까지가 건설 1단계인데, 목표인구가 2만5천명이다. 성인가구 2~3명을 기준으로 할 때, 약 1만세대가 입주해야 한다. 딱 2년이 남았다. 오는 7월6일 신도시개발계획이 최종 결정되면 실시설계에 들어간다. 그러나 예를 들어 주택사업에 있어서 자본이 튼튼한 건설회사 입장에서 뭔가 가능성이 높아야 투자를 할 것이다. 신도청 도시로서의 색채가 있으면서도 자연친화적이며 고품격으로 건설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영세한 사업자가 도시를 망치게 해선 안될 것이다. 그런 걱정이 있다.”

- 6월12일 두 번째 도정질문에서 국립안동대와 경북도립대의 통합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대학간, 정부간, 시민사회간의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두 대학의 통합문제를 제안한 것은 몇 가지 전략에 입각한 것이다. 첫째로는 그간 도립대가 설립된 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입학정원이 1천명 안팎이다. 또한 세입예산구조상 독립적으로 발전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설립당시의 목표에 대한 평가가 다양한 상태다. 지난해에 도비전입금이 62억이고, 올해는 약 80억에 육박할 것이다. 오는 2014년에는 약 1백억으로 늘어날 것이다. 재정책임을 진 도청이 힘들어진다. 그리고 도청신도시 서쪽지역에 대학타운이 설정돼 있다. 만약 서울지역의 대학 분교가 들어오면 인구유입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상대적으로 도립대는 물론이고 안동대까지 큰 타격이 예상된다. 둘째로, 도립대 입장에서는 매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립대를 유치하는 효과가 있다. 예천과 안동입장에서는 제1, 제2, 제3의 캠퍼스를 가진 경북의 국립대로 성장시킬 수 있다. 셋째, 안동대와 도립대의 통합논의와 진행과정이 현실화된다면 두 지역의 상생발전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14년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제는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국학진흥원의 확대와 개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경북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이 때 어떤 맥락이 있는 것인지 말해 달라.

"안동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소망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이젠 안동지역의 정체성만 논의하기엔 조건과 환경이 바뀌고 있다. 도청이 오고 있고, 마침 김관용 도지사도 경북도의 정체성이나 혼을 재정립하자고 주창하고 있다. 당장 다문화사회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남북이 통일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영토는 중국, 일본, 러시아와 미국에 노출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가 왔을 때 다문화통일한국사회의 문화적 원형이나 정체성을 대도시에서 찾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왕궁은 서울에 있지만 한국문화의 원형은 경북에 있고, 경북 중에서도 안동에 있다고 본다. 소아병적이라는 비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부심을 객관화시켜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마침 국학진흥원의 기능과 역할을 새로운 단계로 높혀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목표를 재설정하자는 것이다. 그 동안의 역사문화적 유산의 조사, 수집, 보존관리와 국학연구와 간행, 보급활동은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 한국사회는 다민족사회로 가고 있다. 또한 남북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통합해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역할을 수행하는 국학진흥원으로 가자는 것이다. 새로운 기능과 구조를 가진 연구기관으로 거듭 발전시킬 수 있고, 동시에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과 한국문화테마파크 등과도 연계할 수 있다고 본다. 국학진흥원을 범국가적 연구기관이자, 한국정신문화교육의 메카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청소년의 교육문제에 대해선 현실적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무상급식의 현실화 문제, 0교시와 방과 후 보충수업 폐지문제, 초중고 학생을 위한 정서교육과 전문상담교사 확충 문제 등을 해결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무상급식 제안은 지난해 11월 도정질의에서 꺼낸 것이다. 교육감의 공약은 2014년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렇듯 현실이 갑갑하다. 하지만 다른 시도에서 실시하고 있듯, 최소한 초등학교만이라도 전면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해 보자는 촉구이다. 어찌됐든 무상급식 비율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초등학교 무상급식문제는 꼭 챙겨나갈 것이다. 0교시수업 문제를 살펴보니 도내의 중학교 60%, 고등학교는 57%가 시행 중이다. 심지어 24개의 초등학교에서도 0교시수업을 하고 있더라. 학력증진에 관한 과도한 집중이 우리 아이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고 판단한다. 수많은 학교에서 전부 공부만 강조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공부로 다 성공해 먹고 사는 건 아니지 않나? 마찬가지로 도내 학생들의 정서와 행동특성 검사 결과를 보면, 8만여 명 중 3천여 명이 주의군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검사는 초등1,4학년과 중1, 고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주의군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을 도내 전체 초중고로 확대 적용해 보면 초등학생은 3천290여명, 중학생은 4천20여명, 고등학생은 4천440여명이 주의군 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후군이 약 2천56명, 우울증 증상이 3천67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전문상담교사는 23명이라는 것이다. 청소년의 불행에 대한 표피적 접근이 아니라 근원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싶다. 정서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이 시급하다는 것이고, 심리상담과 치료를 위한 전문인력을 빨리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모든 교사를 상담교사화 시키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엄마와도 대화가 안 되는데 교사와 어떻게 대화가 가능한가? 이것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의지의 문제, 관심의 문제이다.”

-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용어를 오남용하지 말라,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지방의 의지와 요구를 강력히 표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도 실질적 민주주의는 오히려 축소되고 있고 불균형이 우리사회 전반에 엄존하고 있다. 자원의 불균형 배분이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고, 이것이 다시 민주주의의 불평등으로 전환되고 있다. 가진 자에게는 더 많은 민주주의가 보장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민주주의가 축소되는 불균형사회로 굳어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경향성이 높아져 가고 있다. 경북도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 다행스럽게 김 지사도 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방과 중앙정부의 관계설정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헌법에 분권국가를 명시하고, 지역 간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서 지역대표로 구성되는 상원을 신설해 국회를 양원제로 개편하는 등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 현실의 정치활동과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이상적 정치 간에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 반 걸음 앞서가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도 있고, 좌절할 수도 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정치에 뛰어 든 15년 세월 중 이제 제도권 시간이 2년이다. 도의원 출마 기자회견 당시 했던 말이 기억난다. 궤적이 만만찮았고 좌충우돌 했었다. 부끄러운 것도 있다. 하지만 활동에서 다 도움이 되고 있다. 용어 하나에도 고민을 하게 된다. 근본적인 틀 자체를 위해 한발 물러서서 보려고 한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은 미래를 살아가는 존재라고 본다. 미래를 보고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지나온 젊은 시절 부대끼고 어울렸던 생각들이 도움이 되고 있다. 가끔 정당, 정파, 진영을 떠나 본질 외적인 것 때문에 본질이 축소되거나 왜곡되고 지워지기도 한다. 긴 역사의 안목으로 미래를 본다면 결국은 그 길로 갈 것이다. 함께 했던 분들에게는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역사는 끊임없는 자기부정,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 한 가지 색깔만 있다 보면 자기부정이 잘 일어나지 못한다. 핀잔을 듣기 일쑤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자꾸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지적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권력지향 보다는 정치지향의 성향으로 봐 달라.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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